올 들어 가장 극심한 황사가 불어닥친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H초등학교 운동장. 노란색 운동복을 입은 5학년 6반 학생 28명이 달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두 바퀴나 돌았을까, 갑자기 대열에서 뒤처진 양모(11)양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목이 타서 더 이상 못 뛰겠다”고 주저앉았다. 다른 아이 몇 명도 연신 헛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담임교사는 “오늘 회람이 도는 것 같았는데 황사에 관한 것인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며 “체육 하기에 그리 나쁜 날씨가 아닌 것 같아 시간표대로 체육수업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든 초·중·고등학교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황사가 발생할 경우 체육활동을 제한하는 공문이 하달되고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건강에 유해한 황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황사는 중국 산업공단으로부터 나온 유해물질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알려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동대문구 H초등학교에서도 한창 체육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서울 구의동의 미세먼지 농도는 567㎍/㎥를 기록하는 등 시 전체가 모래먼지로 가득했다.
황사주의보(1시간 평균 500㎍/㎥ 이상이 2시간 이상 계속될 경우)는 이미 오전 7시부터 전국에 발령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도 담임교사는 “날씨가 맑지 않느냐”며 되레 반문했고, 교감 또한 “황사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흐린 날씨는 아니다”며 군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이 학교의 경우 교육청으로부터 아예 황사주의보에 대한 어떤 공문도 받지 못했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황사주의보가 내려졌다는 통보를 받은 뒤 10일 오후 ‘지침에 따라 행동하라’는 공문을 각 일선학교에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2월 황사가 발생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부 행동강령을 내려보냈고, 학교는 그에 따라 수업 여부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최악의 황사를 겪은 뒤 마련된 교육부 지침은 황사주의보 발령시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실외활동을 금지하고, 중·고생의 경우 과격한 실외운동 금지 및 실외활동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침은 강제성 없이 단지 권고 사항일 뿐이어서 판단은 거의 일선학교에 일임되고 있다. 그나마 학교 지침이 내려진 뒤에도 최종 결정은 교사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승묵 교수는 “황사는 호흡기로 바로 침투할 수 있는 미세먼지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폐기능이 성장단계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며 “연구결과에 따라 야외활동 지침에 강제성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