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 밑자락에 있는 달성이발관
문을 열면 그야말로 멋진 거시기가 있을거 같지 않습니까?
나는 이곳을 아날로그 이발소라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그곳에 가면...
바리깡(Bariquant de Marre)
그리고 말 엉덩이 가죽을 무두질해서 만든 면도날 세우기용 혁대도 있습니다.
어렸을적 기억으론,
빨간 비닐등판이 덛대진 무쟈게 높아보이던 이발소 의자
그 의자 팔걸이에 나무 판떼기를 올리고 삭발 당하던 기억....왜 그렇게도 졸립던지..
머리칼...
성감대 아닌가요?
하기사 그곳을 쓰다듬고 있으니 졸음이 올수 밖에.
열 몇해전 KBS 한국방송 "디지털 미술관"이란 프로그램에서 "청파동 리발소"를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사진관 같은 그런 느낌의 이발소이었습니다.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바톤을 받아 3대째 가업을 이어
돈생각 아니하고,
그저 열심히 일만하는 그런 주인장이십니다.
그곳엔 우리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더군요.
졸다가 끌려가서 찬물 한되빡 뒤집어 씨고나면.....
정신이 홱 돌아오던...
하얀타일이 못생긴 이빨처럼 들쭉날쭉 모자이크된 세면대..
그위의 똥비누.
그리고 찌부러진 양철 조로...
허망한 시멘트벽에는
김세레나가 월남 위문공연 때 찍음직한 전신 부로마이드...
참말로 정겹더이다.
청파동이면 서울역 너머 서부역 뒷편인가요?
천하의 신식 문명이 횡횡하는 그곳에 참 언발란스 해보이지만 그 어떤 건물 보담 정겹습니다.
옛풍경 그대로..
흔한 냉방기하나 없고
지금도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쥔장 왈,
모름지기 이발은 노소를 막론하고 40분 정도는 가위질을 해대야 마음에드는 머리가 완성된다 합니다.
제 기억속에 남아있는 삭발순서는 이렇습니다.
나무 판떼기에 앉혀지면
먼저,
목부분에 노랑고무줄이 끼어진 다후다로된 망또를 걸칩니다.
밑쪽을 길게 늘여 거울 밑 고리에 빨래집게로 고정을 합니다.
아주 탱탱하게...피라미드 처럼
그리고, 그밑으로 선풍기를 들이댑니다.
멀쩡이 있을 장사가 있겠습니까?
꾸벅 거리다가 몇대 얻어 터지고 말지요.
소위 상고머리.."니부"..스포츠가리..를 바리깡 말고 순전히 가위로 깎는걸 보면
이발사 솜씨를 가늠할 수 있다합니다.
가위질로 머리를 깎는 작업중엔 니부가리가 제일 고난도란 얘기겠지요...
할아버지 때부터 쓰고
아버지가 또 쓰고 남아있는 면도칼이 하나하고 반이 남아있다합니다.
그놈들이 다 갈리면 미련없이 문을 닫는다 했습니다.
"날"넘었단 얘기들 아시지요?
아침에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면도 날 세우는 일부터 시작하는데..
언제부터 인가 면도날의 날이 자꾸 넘어서 손님들 얼굴에 기즈를 내곤 했답니다.
이런적이 없었는데..
숫돌의 위치가 잘못된거지요.
가끔 창너머 이쁜 여자가 지나가면 생각이 문득 거시기 해분 거지요.
그후론 벽을 보고 날을 세운다고 합니다.
이곳 남도의 섬지방을 다녀 보면 정말 정겨운 이발관들이 가끔 뜨입니다.
손님은 없어도 항상 올백머리에 깃이선 하얀 이용복을 입으신 리용실 사장님...
앞주머니엔 어김없이 살이 성금한 이빨빠진 빗이 꽃혀있습니다.
정말 정다운 풍광입니다.
아부지들이 뽀마드 멋지게 바르고 나오실것 같지 않나요?
첫댓글 마음이 넉넉하시네요, 추억을 기억하고 나눌줄 아는 분 마음이 넉넉하지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홍도횟집이 그립네요,
요즘은 민어가 제맛입니다.
늘...건승하시길..
아니 세발낚지에서 민어로......... 민어탕... 여름을 잘 보내야지요. 따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