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6장에는 아브라함이 사라의 말에 흔들려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애굽 여종 하갈을 취해 이스마엘을 낳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는 사람 사이에 생기는 다양한 죄악의 모습과 죄인을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잘 묘사되어 있다. 본문은 죄가 죄를 낳는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본문에 나오는 죄의 사슬은 사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죄는 하나님의 시간표를 인간적으로 단축하려는 죄였다. 그래서 자녀를 얻으려고 아브라함에게 자기 여종과 동침하라고 했다(2절). 당시 족장이나 리더 계층에서는 자식이 없을 때 아내가 자기 여종을 남편과 동침시켜 자식을 낳게 해서 자기 자식으로 삼는 관습이 있었다. 그런 관습에 따른 행위였지만 그것은 여종을 아이 놓는 도구로 여긴 인격 훼손죄와 일부일처제를 어긴 죄였고 더 나아가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한 불신 죄였다.
그때 사라는 이런 핑계를 댔을지 모른다. “여보! 우리가 늙은 나이에 자손을 많이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려면 어쩔 수 없이 이 방법도 써야 할 거예요.” 하나님의 약속 성취를 목적으로 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목적이 좋다고 해서 수단방법이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사는 것은 좋지만 그때 꼭 수반시켜야 할 삶이 ‘수단방법을 가리는 삶’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려는 것은 잠시 외형적인 성장과 성공은 이루게 해도 수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목적이 좋다면 수단도 좋게 해야 목적이 좋다는 것이 진짜 좋은 것이 된다.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루라. 하나님의 뜻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이루려고 서두르지 말라. 하나님의 약속을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도 믿음이다. 왜 기다리지 못하고 서두르는 것이 문제인가? 내가 서두르면 하나님이 서둘러 일하시는 것이 아니라 사탄이 서둘러 일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라의 서두르는 마음을 통해 내린 섣부른 결정이 죄를 증폭시키고 비극을 키웠다.
< 죄는 다른 죄를 낳는다 >
사라의 죄는 아브라함의 죄를 야기했다. 사라의 말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아브라함은 그 말에 넘어가 여종 하갈을 취했는데 그때가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거주한 지 10년 후였다(3절).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거주할 때는 75세였기에(창 12:4) 그가 하갈을 취한 때는 85세였다. 10년의 기다림이 적은 기다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그만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 믿음대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침내 하갈이 임신했다. 아브라함 부부의 죄는 다시 하갈의 죄로 이어져서 하갈이 임신한 것을 알고 여주인 사라를 멸시했다(4절). 하갈의 죄는 교만하게 여주인을 모욕한 치명적인 죄였다. 그 하갈의 죄는 다시 사라의 죄로 이어져 사라가 아브라함에게 “내가 받는 모욕은 당신이 받아야 옳도다 내가 나의 여종을 당신의 품에 두었거늘 그가 자기의 임신함을 알고 나를 멸시하니 당신과 나 사이에 여호와께서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5절).”고 말했다.
사라는 “당신 탓이요!” 하면서 자기 잘못을 생각지 않고 하나님의 이름까지 내세워 아브라함을 비난했다. 그때의 가정 내 갈등에는 자기 책임도 상당히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아브라함을 비난하려고 하나님의 이름까지 내세운 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죄였다. 그 사래의 죄는 다시 아브라함의 무책임의 죄로 이어져 아브라함이 사라에게 말했다. “당신의 여종은 당신의 수중에 있으니 당신의 눈에 좋을 대로 그에게 행하라.” 그러자 사라는 하갈을 심히 학대해서 하갈이 도망쳤다(6절).
죄는 또 다른 죄를 낳는다. 연속적인 죄의 사슬에서 누가 가장 피해를 입는가? 하갈이다. 하갈의 죄는 교만 죄였다. 교만이란 자기 위치를 이탈해 높아지는 것이다. 그 중에서 최악의 교만은 하나님을 멀리하는 것이다.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고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교만을 빨리 버리라. 아무리 좋은 것도 서두르면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서두를수록 좋다. 그것은 ‘교만한 마음을 버리는 것’이다. 교만한 마음을 버리려고 서두르면 하나님은 서둘러 일하시고 사탄은 서둘러 도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