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하루만에 봉사자 1800명 포항 달려왔다… “복구 힘 보탤것”
‘힌남노’ 피해 복구 팔걷은 시민들… 침수 주택 청소하고 쌓인 진흙 치워
50대 농부 “수확철 바쁘지만 봉사”… 수해지역 인근 주민 “샤워실 개방”
포항 맘카페 “물-간식 등 지원”, 전국 각지 온정… 울산시 성금 1억
7일 경북 포항시 오천읍 태풍 피해 현장에서 경북 청송군 봉사단체인 청송군자율방재단원들이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 이날 포항에는 이들을 포함해 광주, 경북 고령 구미 김천, 충북 단양 등에서 50여 개 단체 봉사자 1800여 명이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포항=김재명 기자
“하나, 둘, 셋, 영차! 조금만 더 힘냅시다.”
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4리 문덕마을. 경북 청송군 봉사단체인 청송군자율방재단 회원들이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주택에서 침수된 가재도구를 옮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주택 옆 골목에선 마을 인근 냉천이 범람하며 쌓인 진흙과 폐기물을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청송군 주왕산면에서 왔다는 임주보 씨(58)는 “벼농사가 걱정이지만 어려운 곳을 도와야겠다는 일념으로 왔다”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권영락 청송군자율방재단장은 “어젯밤 급히 봉사자를 모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25명의 단원이 지원했다. 추석을 앞둔 수확철인데도 다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팔을 걷더라”고 말했다.
○ “자매도시 어려울 때 도와야지”
이날 청송군자율방재단원 25명과 청송군 공무원 30명 등 총 55명은 문덕마을 곳곳을 누비며 침수 주택을 청소하고 토사와 폐기물을 실어 날랐다. 포항의 자매도시인 청송군은 당분간 매일 봉사단을 보낼 계획이다. 이날 작업에 동참한 윤경희 청송군수는 “포항 시민들이 빨리 일상을 찾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항에는 청송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포항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청송과 광주를 비롯해 경북 고령 구미 김천, 충북 단양 등에서 50여 개 단체 1800여 명의 봉사자가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한다. 이상섭 포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전화가 너무 많이 왔다. (얼마나 왔는지) 집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답지한 온정 덕분에 이재민들의 표정도 조금은 나아졌다. 김규완 문덕4리 이장(67)은 “오전만 해도 골목 곳곳이 진흙투성이고, 토사를 뒤집어쓴 주택으로 마을은 폐허 같았다”며 “주민 중 어르신들이 많아 자원봉사자들이 아니었다면 일상을 회복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 ‘물품 나눔’ 발 벗고 나선 맘카페
포항 시민들도 태풍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회원이 약 11만 명인 포항 지역 맘카페 ‘포항맘 놀이터’는 이재민들에게 물, 빵, 보조배터리 등을 지원하겠다며 이날 ‘도와드려요’ 게시판을 신설했다.
포항시 남구 청림동에서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박모 씨(44)는 맘카페 게시판에 “샤워가 필요하신 분은 (우리 공방으로) 오셔서 편하게 이용하시라”는 글을 올렸다. 박 씨는 “한 시민으로서 근처에 단수 단전으로 고생하는 이웃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어 공방 내 부대시설을 개방했다”며 “이용하는 분들이 많아 밤새 이용하실 수 있도록 불을 켜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업실이 피해가 컸던 지역과 가까워 필요한 분들과 나눠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구 인덕동으로 ‘물품 나눔’을 다녀온 조모 씨(42)는 “빌라에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데 물도 없다는 글을 보고 물과 간식거리를 사서 드리고 왔다”고 말했다.
포항과 인접한 울산시는 8일 자원봉사단 100여 명을 파견하고, 성금 1억 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2017년 포항 지진 때도 성금과 물품을 전달한 바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7일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웃 지자체장으로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의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포항시는 봉사자를 위해 식사와 간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포항=장영훈 기자, 이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