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장작 사건
석송 이명선
눈보라 치는 매섭게 추운 날씨였다.
산 중턱에서 솔잎을 갈퀴로 긁어모은다. 솔가지를 자르고 둥글게 단을 만들고 칡넝쿨로 묶어 머리에 얹어 이고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온다. 후들후들 떨리는 발걸음, 노심초사하며 간신히 집으로 비틀비틀 걸어오시는 할머니.
해가 기우니 닭장에 닭들이 모여든다. 바둑이가 꼬리치며 짖는다. 외양간 송아지에게 여물을 주려고 장작불을 지피고 있을 때,
이때 술을 많이 마시고 싸리문을 발로 차고 들어오시는 할아버지. 큰기침 소리와 싸리문을 박차는 요란한 소리에 할머니는 달달 떨며 부엌으로 들어가신다.
이때 뒤쫓아 들어오는 젊은 여자, (첩)이 치맛자락 휘감으며 꽃신을 신고 아장아장 뒤따라 들어온다.
“영감님, 나 배고파요”.
“할멈 밥상 차려.”
할머니는 된장찌개를 화로에 얹어 보글보글 끓이고 있다. 밥상을 차려서 마루 위에 올려놓으려 할 때 첩이
“반찬도 없네, 뭐하고 밥 먹어?”
하며 투정을 한다. 시루에 기른 콩나물,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 또는 고사리, 계란찜 맛있는 반찬들이 놓여있다.
해는 기울고 하늘엔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다. 하얀 눈이 펄펄 바람 타고 내려오네. 물길 러 가신 할머니는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조심조심 오르막길을 올라오신다.
이때 할아버지가 뒷 모퉁이에서 장작을 들고 오시더니 할머니 물동이를 사정없이 내려친다. 쨍그랑 주르르 쏟아지는 물은 할머니 머리에서 온몸을 타고 발등으로 흘러내린다, 물벼락을 맞은 할머니는 추워서 덜덜 떨며 눈물을 흘린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손과 발은 금세 얼어붙는다.
“내가 어서 죽어야지.” 가슴 치며 울고 계신다.
사방공사에 일하러 나간 며느리가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본다,
“어머니 많이 추우 시지요?”
꽁꽁 언 손을 호 불어주며 위로해 주며 방으로 모시고 들어간다.
마침 아들도 뒤따라 들어왔다.
“아주머니 돌아가세요.” 첩은 투덜대며 나간다. 할아버지는 술에 취해 마루에서 곯아떨어져 주무신다. 아들이 물을 길어다가 항아리에 가득 채우고 “어머니! 다시는 물긷지 마세요.”
꽃 피는 봄날, 산에는 진달래꽃이 활짝 웃는다.
“어머님 꽃 구경 갈까요?” 새 옷을 입히고 부천 진달래꽃 동산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나들이한다.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니 얼굴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머님께서도 추억이 있었겠지. 꿈도 있었겠지, 며느리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자 훔치면서 생각한다.
“어머님 점심 드셔야지요?”
“찰밥 싸 왔어요, ”맛있게 잘 먹었다.”
“에미야! 나와서 먹으니 더 맛있구나” 하시며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집에 돌아와서 소죽을 끓여서 구유에 담아주었다.
“할멈 왔나? 콧구멍에 바람이 들어가니 기분이 어떠냐?”
첩이 뒤에 서서
“영감님! 나도 꽃구경 데리고 가요. 예”
그러자 뒤 모퉁이에 가서 장작을 들고나오더니 어머니를 때리기 시작한다. 놀란 며느리가
“아버님, 왜 그러세요?” 하면서 말리는데
“너도 한번 맞아볼래?” 며느리를 때린다. 어머니가 “미치려면 곱게 미쳐!” 소리 지르며 며느리를 부등켜 안았다.
아들이 출장 다녀왔다. 시아버지는 아들에게
“네 아내가 바람이 나서 잡아다가 혼 좀 냈으니 그리 알 거라”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저 늙은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애야, 아니다, 애비 말 믿지 말라”
고 하셨다.
그러나 귀가 얇은 아들은 이때부터 아무도 없으면 아내를 장대로 때리고 장작으로 때리며 연장으로 협박하며 방에 가두고 온갖 구타를 가했다. 부전자전이란 말이 맞은 것 같다. 머리가 터져 피가 나서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들이 와서 집안싸움인데 뭘 신고하냐며 그냥 가버린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데
하늘은 검은 구름이 둥둥 떠다니더니 소나기가 한 줄금 지나간다.
며느리는 매일 눈물의 기도로 세월을 보낸다. 시어머니와 손잡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린다. “하나님! 정말 우리 가정을 돌봐주세요. 악을 버리고 선한 모습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얼마 후 갑자기 아버님이 “나도 교회에 가고 십구나” 하시더니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였고 온 가족이 주일날이면 교회에 출석하였다.
하나님은 우리 가족을 구원하셨으니 가정은 평안해졌다.
그 후로 아버님께서는 임종을 맞으면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용서해라” 회개하시고 소천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