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호와의 증인의 예배 방식과 종말론 사상, 그리고 제가 그곳을 등지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주일 정도 가정예배를 드린 다음 저는 그 사람들의 주일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증인들의 예배당은 왕국회관이라고 하는데 일반 교회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우선 첫번째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들은 십자가를 섬기지 않기 때문에 교회 바깥이나 교회 안이나 십자가를 비롯한 어떤 상징물도 없습니다. 그냥 의자랑 교단 하나 달랑 있는 좀 썰렁한 모습이지요. 그 다음에 헌금함이 안 보입니다. 물론 사무실 유지비 등등 그들도 돈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헌금함을 뒤에 숨겨놓아서 헌금할 사람만 몰래(?) 가서 하고 옵니다. 돈 문제는 제가 삼사개월 정도 접한 것만으로 함부로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그사람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따로 갹출을 하는 눈치(직접 본건 아니고요)입니다. 어쨌든 적어도 예배 시간에 헌금바구니 돌고 봉헌기도 하고 십일조 걷고 이런 구질구질한 모습은 없더군요.
증인들은 신세계역이라는 번역성서를 씁니다. 일반 개역본 성서는 일반 교인들에게 전도할 때를 대비해서 늘 가지고는 다닙니다만 그럴 때 말고는 쓰질 않습니다. 저희 집에도 신세계역 성경이 한 권 있는데 이 성경의 장점은 번역이 현대적으로 매끄럽게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성경을 읽을 때 레위기나 민수기 같이 제사 절차가 복잡하게 나와 있는 장은 건너 뛰었던 경험이 있는데 신세계역으로 보면 그 장들도 그럭저럭 읽을만 합니다. 제사 절차가 눈에 보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가 잘 되어 있거든요.
신세계역을 읽다보면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들의 교리에 맞게 표현을 조금 바꾸어 놓았다는 느낌입니다. 가령 십자가라는 단어는 전체를 통해 한 번도 안 나옵니다. 대신 기둥으로 번역되어 있지요. 이유는 1에서 설명 드렸고. 보다 중요한 특징은 여호와 하나님이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다보니 문맥 자체가 기존 성경과 달라져 버린 부분들이 있습니다. 지금 대표적으로 생각나는게 입다의 딸 공양 사건인데 일반 성경을 보면 입다가 외적들을 물리치면 그 대가로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첫번째 생명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맹세했는데 그게 공교롭게도 자신의 외동딸이어서 그 딸을 죽여 제물로 바쳤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건 비기독교인들이 기독교 하나님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증거 자료로 많이 이용하는 구절인데 신세계역에는 이 사건 자체가 전혀 다르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은 같지만 제물로 딸을 바친 것의 의미가 죽여서 번제물로 바친 것이 아니고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오늘날의 수녀와 같이 하나님께 바친 몸이 되어 일생동안 남자를 알지 못하고 지낸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건 중대한 번역의 차이로 어느 하나는 잘못 번역한 것이겠기에 영문판 성경을 봤는데 거기 나오는 영어 단어가 또 희한한 단어였다는 기억이 납니다. 죽인건지 아니면 수녀생활하게 된 건지 제 영어 실력으로는 영문판 성경으로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찬송가도 일반 교회와는 다른 증인들의 찬송이 따로 있는데, 음악적으로 봤을 때 이 사람들 찬송이 훨씬 세련되고 멋있습니다. 찬송을 부르는데 무슨 콘서트장에 온 느낌이 들더군요.
증인들은 목사나 전도사가 따로 없습니다. 침례받은 남자들은 누구나 사람들 앞에서 설교하는 훈련을 받습니다. 먼저 가정방문으로 기초를 닦고, 그 다음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정 예배 등에서 본격적인 수련을 쌓고 그 과정을 통해 검증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예배를 주관합니다. 그러니까 증인들의 성경공부의 양은 왠만한 신학대생들은 저리 가라입니다. 말하자면 일당백의 전사라 할 수 있죠. --; 어떤 질문을 해도 성경 탁탁 짚어가면서 답변합니다. 물론 전체 맥락에서 벗어난 구절해석만 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쨌든 대단하더군요.
증인들이 기성 교단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삼위일체 부정과 그들 특유의 종말론입니다. 증인들은 독특한 날자 계산법이 있거든요. 저는 그 계산법 배우기 전에 그만 둬서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대강 이렇습니다. 다니엘서 마지막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매일 드리는 제사를 폐하여 멸망케 할 미운 물건을 세울 때부터 일천이백구십일을 지낼 것이요 기다려서 일천삼백삼십오일까지 이르는 그 사람은 복이 있느니라.' 이 구절을 하나님의 하루는 인간의 일년이다라는 해석을 해서 이천육백이십오년이라는 숫자를 뽑아냈습니다. 제사를 폐하고 멸망케할 미운 물건을 세운 날이라는 건 구약시대에 솔로몬 신전을 폐한 사건을 말하고 그때부터 연수를 계산하면 얼추 우리가 사는 당대라는 계산이 나온답니다. 그 다음에 또 어떤 구절을 독특하게 해석해서 일차 세계대전을 겪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 모두 사라지기 전에 예수의 재림이 온다는 주장을 하더군요. 종말론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자기들 식으로 종말의 날짜를 계산한 점 때문에 아마도 이단 판정을 받았겠지요.
어쨌든 이런 식으로 증인들을 맛보기하고 나니까 갈등이 조금 생겼습니다. 종말론 부분만 뺀다면 나머지는 예전부터 제가 갈구했던 기독교의 모습 그대로였거든요. 만약 십여년 전에 그들을 접했다면 저는 증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신에 대한 관념 자체가 그때와 달라졌고 보다 세상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동대문구에서 보궐선거가 열렸고(노대통령 저격수 노릇하는 홍준표가 이때 당선되었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사회당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호주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거리 서명 받는 걸 조금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그때 누가 인사를 하더라고요. 엄청난 미인이... 위노나 라이더 닮은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가슴이 쿵쿵 뛸 정도로 엄청난 전율이... 나한테 이런 미인이 먼저 인사를 할 리가 없는데 누구지 하고 있다가 생각났습니다. 가정 예배에서 한 번 보았던 증인이었습니다.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묻더니 설명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고 그냥 가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명 좀 해달라고 하니까 저한테 그러더군요. 증인들은 세상의 정치적인 일에 일체 개입하지 않는답니다. 지상의 모든 권력은 사탄에게 속해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체의 선거도 참여하지 않는다더군요. 그리고는 휙 등을 돌려서 사라졌습니다.
많은 갈등이 일더군요. 신앙적인 갈등은 아니고요. --; 팜므 파탈이라는...
하지만 저는 정치 개혁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인간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또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증인들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것이 제가 그들과 결별하게 된 이유였고, 그러저러하게 잘 말씀드리니까 순순히 인정하더군요. 일단 자신들은 기회를 제공했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사에 달렸다는 태도였습니다. 처음 전도할 때는 끈질기지만 막상 그들과 생활한 다음에 떠나겠다니까 귀찮게 바지가랑이 붙잡고 늘어지고 이런 것 전혀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제가 증인들에게 받은 인상은 그것이 기독교의 가장 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수교단에서는 삼위일체 부정과 시한부 종말론을 내세워 증인들을 이단이라고 하지만, 삼위일체는 워낙 문제가 많은 이론이고, 시한부 종말론으로 말하자면 이미 예수가 당장이라도 들이닥칠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놓은 탓에 초대교회 사도들도 일종의 시한부 종말론자들이었죠.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성경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율법준수하는 모범적인 기독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과 타협한 기성교단이 오히려 이단이라면 이단이겠지요.
비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도 증인들은 사회에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않습니다. 단군상 목을 자른다거나 불상 손가락을 자른다거나 이런 짓거리는 결코 하지 않고, 독재자 밥상 앞에서 기도하는 짓거리도 하지 않습니다. 붉은 악마 이름 가지고 시비 걸지도 않고, 떼거지로 몰려가서 실력행사 하지도 않습니다. 수혈 안 하고 군대 안 가는 것이 좀 이상스럽게 보이긴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 신념이니까 뭐라 탓할 수는 없지요. 절에서 수행하는 스님보고 당신은 왜 정상적인 가정생활 안 하냐고 탓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뭣도 모르는 국방부 관계자들은 증인들의 집총거부를 받아들이면 군 기피자가 는다고 헛소리하는데 그건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만약 군 기피의 목적으로 증인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길어야 석달을 못 버티고 뛰쳐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곳은 기본적으로 신앙이 없는 사람은 배겨날 수 없도록 규율이 강한 곳이지요. 그 사람들도 모두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생업에 종사하면서 남는 시간 쪼개서 일주일에 두 번 성경공부 하고 일요일에 예배 드리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전도활동을 합니다. 정말 아무나 못하는 생활입니다. 교회 장로인 김영삼이가 대통령이 되면서 집총거부하는 증인들의 수감 기간을 거의 두 배 가량 대폭 늘려놨습니다. 군인 출신들 대통령들도 일년 반 정도 이상 감옥에 안 가뒀던 그들을 영삼이가 거의 삼년씩 감옥에서 썩게 만든 것이죠. 이게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의 옹졸한 마음 씀씀이입니다.
여담입니다만 그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이 사람들도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 전도자 분은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는 중년 부부였는데 아들은 집총거부로 영창에 수감되어 있는 중이었고 딸은 고2였습니다. 집에 가니까 딸이 그린 그림들을 걸어놨는데 꽤 잘 그렸더라고요. 그래서 잘 그렸네요 하니까 그 어머님이 하는 말씀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늘 저렇게 그림만 그린다고, 그 말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상과 담 쌓은 줄 알았던 증인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원초적인 욕망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런 상념에 잠긴 적이 있었죠.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설쳐댔으면 제 친구는 집안 대대로 불교 신자인데도 여호와의 증인이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이단이라나요. ^^ 지가 기독교 이단하고 무슨 상관 있다고. ^^ 하지만 편견 없는 눈으로 보면 저는 증인쪽에 한 표 주고 싶습니다. 정말 신실한 사람들입니다. 기독교인들도 무조건 욕하고 배타시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배울건 배웠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특히 자칭 기독교인들의 횡포와 패악이 극에 달한 요즈음에는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히 듭니다.
첫댓글여호와! 예수! 그런 것이 이 우주의 존재 근거라 거나 현세의 삶의 가치관이라고 믿는 착각 자체가 곧 이단이지요. 그들은 자신들도 못알아 듣는 소리를 2 천년 간이나 짖어서(jesus ; 吠) 유럽인들도 요즘은 귀를 막고 예수를 손오비취(Son of bitch)라고 침 뱉는 사람이 많아졌답니다. 영국이 특히 심하다더군..
첫댓글 여호와! 예수! 그런 것이 이 우주의 존재 근거라 거나 현세의 삶의 가치관이라고 믿는 착각 자체가 곧 이단이지요. 그들은 자신들도 못알아 듣는 소리를 2 천년 간이나 짖어서(jesus ; 吠) 유럽인들도 요즘은 귀를 막고 예수를 손오비취(Son of bitch)라고 침 뱉는 사람이 많아졌답니다. 영국이 특히 심하다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