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땅 보스니아

[박초시]

나치와 파시즘처럼 배타적민족주의가 활개치면서 집단으로 미친 시대였다. 찰스 맥케이가 《대중의 미망과 광기》에서 한 말이다. “인간은 무리지어 생각하는 동물이다. 미칠 때는 집단으로 미쳤다가 제 정신으로 올 때는 한 사람씩 천천히 온다.” 혹자는 돌아올 때 가장 앞서 오는 자가 선지자라고 한다.

사라예보의 장미 / 포탄이 떨어진 곳에 평화를 염원해 장미처럼 조성했다(뒤에는 가톨릭성당과 요한바오로2세 조각상)

이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비극은 예견되었다. 유럽이나 미국이 이를 간파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살육이 시작된 이래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까닭은 보스니아 내 이슬람에 원인이 있었다. 미국과 서구 유럽이 이슬람과 역사적 영원한 적으로서 대결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이베리아반도 이슬람제국의 건설과 십자군전쟁을 비롯해 메메트 2세의 비잔티움정복, 오스만터키제국 쉴레이만대제의 베오그라드 함락에 이어 헝가리 공략,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 공략으로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살수 없는 이민족으로 변했다. 오스만터키의 발칸지배는 유럽의 자존심에 큰 치욕을 남겼을 법하다.

1992년 3월 1일에 한 발의 총성으로 시작된다. 영화에서처럼 살육의 서곡, 예식장에서 막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던 하얀 정장차림의 한 사나이가 세르비아국기를 흔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이때 총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청년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누가 왜 어디서 쏜 것인지 훗날에도 밝혀진 바가 없다.

결국 인간도살자 밀로셰비치, 그가 키운 아르칸의 블랙핸드 개들이 죽음의 칼춤을 마음껏 추고 난 후인 1995년 12월 14일에야 멈춘다. 이 전쟁으로 인해 160만 명이 살던 집을 버리고 고달픈 난민 신세로 전락했고 40만 가구의 집들이 파괴되고 불에 타 없어졌다. 사망자는 정확한 통계조차 확정할 수 없지만, 25만∼30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보스니아 전쟁 당시 사라예보 이슬람 방위군 사령부 건물 / 여전히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앞의 광고판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보스니아 전쟁의 포염이 멈추고 기이한 모습의 연방이 탄생된다. 이슬람교도 보스니악(Bosniak)과 로마 가톨릭의 크로아티아가 합쳐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공화국’과 세르비아인들(인구비율 37.1%)의 ‘스릅스카 공화국’이 51대 49의 땅을 차지한 채 한 연방이라는 체제 아래 살아가고 있다. 연방에는 각 한 명의 대통령이 있다. 공화국 대통령은 이들 3명이 돌아가며 8개월마다 한 번씩 의장직을 맡아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임기는 4년이다. 따라서 임기 내 두 번씩 ‘공화국 대통령’에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말이 연방국가지 단지 폭력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옛날처럼 한 지붕 세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요철모양의 점선이 나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점선 위에서부터 동쪽이 스릅스카다.

보스니아 전쟁 희생자 발굴현장(스레브레니차)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가기위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사라예보에서는 베오그라드로 가는 차편이 하루 중 새벽과 늦은 오후, 두 번 뿐이었다. 스릅스카 공화국으로 가면 버스가 많다는 정보조차 집요한 질문 끝에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라예보와 스릅스카의 버스시간표 정보조차 호환이 안 되고 있었다.

같은 나라에서 공중전화카드도 통용이 안 되는 경우는 처음이다. 결국 전철을 타고 먼 길을 물어서 이동해야 했다. 그리고 스릅스카 국경도 아닌(지도에 보면 점선으로 나타나 있음) 국경을 넘었다. 곧바로 마치 경찰과도 비슷한 사람들에 의해 전철 내 불신 검표조사가 시작된다. 그들의 눈에 이상하게 생긴 이방인이 딱 걸렸다. 표는 당연히 구매해 탔기에 망정이지, 2014년 때처럼 퇴근시간 콩나물시루에 무작정 올라탔더라면 낭패를 볼 뻔했다.

전철에 내려서도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전철에서 대학 2~3학년 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의 친절함에 놀랐다. 세르비아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전철에서 내려 버스 타는 곳까지 400여m를 안내한 후에도 돌아서지 않았다.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버스에 정확히 올라서는 모습을 확인 한 후 손을 흔들며 돌아서던 그 여학생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한다며 버스기사를 향해 이 촌놈을 부탁하던 목소리는 불가佛家에서 천상의 미음조라 일컫는 가릉빈가迦陵頻伽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라예보. 건물벽에 당시 상흔이 남아 있다

사라예보 곳곳, 모스타르 건물 군데군데, 아물지 않은 상흔을 보며 밤을 배회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우연히 찾은 젊음의 공간, 마치 잊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다는, 팝으로 무장한 벤드 연주가 귀와 심장을 두드리던 카페에서 만난 인연들과 당시에 마셨던 맥주마저 그리웠다. 훗날 기억을 더듬어 밤을 빌어 찾았지만, 온데간데없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서 섭섭했던 기억이다.

다시는 이토록 아름다운 ‘푸른별’ 지구촌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끔찍한 비극이다. 부디 전지전능하신 신이 있다면 이번 전쟁으로 확신 했으리라. 어느 종교도 진실을 왜곡하면 마귀 들린 집단으로 돌변할 수 있다.

보스니아 출신의 야스밀라 즈바니치(Jasmila Zbanic)가 제작한 영화 《그르바비차》가 이때 사라예보 전쟁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사라예보 그르바비차 마을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대사 중 딸 사라가 전쟁 영웅으로만 알고 있는 죽은 아버지에 대해 엄마 이스마에게 묻는다. “엄마, 난 아빠 어디를 닮았어?”이 평범한 질문이지만, 그야 말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대사다. 세르비아 민병대가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 여성 수용소에서 세르비아인에게 강간당해 낳은 아이 사라였다. 슬픈 표정으로 머뭇거리던 이스마는 “응? 넌 머리카락을 닮았어.”했다. 사라는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쓸어내린다. 그러나 결국 이스마의 “넌 나를 닮았어.”의 지문이 긴 여운을 남긴다.

[작은사랑]

어디에서나 전쟁은 비극입니다.
영화 챙겨 보아야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초시님

[반딧불이]

쿠오바디스,아이다 영화 봤는데 정말이지
전쟁은 살인이라는 생각이 더 강화가 되더라고요.
저 영화도 봐야 겠네요.

내가 할수 있는 것은 저런 사정이라도 알아야 하는것과
가슴 아파 하는거
기도 하는거...
그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