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ㅠㅠ
<국민의힘>, 비대위가 출범한다. 공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비상대책위원회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물론 절실함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문제는 별게 아니다. <국민의힘>은 현장정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즉 권력을 잡으면 주권자들이 알아서 인정해 줄 것으로 믿는다는 착각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비대위로 전환되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되는 거다. 대체 위기가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모르니 한심한 일이다.
모든 것을 현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주권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백퍼 부응해도 마음을 줄까말깐데, 권력만 차지하면 무엇이든 누구나 따라올 거라 믿는 행태야말로 위기를 자초하는 시발점인 것이다. 주권자들 가운데 굉장한 숫자의 사람들은 항상 살아가기 팍팍한 사람들이란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아니 살아가는데 ‘환경이 좋은 사람들도 어려움은 상존’한다.
수원시장 선거에 임할 때 경험
좋지 않은 컨디션임에도 나름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 현장에서 유권자들로부터 듣는 공통적인 말씀들이 계셨다. <민주당> 후보들은 낮이고 밤이고 현장에서 볼 수 있는데, 왜 <국민의힘> 후보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느냐는 말씀이었다. 옳은 지적이다. 내가 봐도 <국민의힘> 후보를 거의 볼 수 없었다. 현장에선 <민주당> 후보들과 많이 만났다.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이유라고 봤다.
주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말로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은 그간 말과 다르게 행동했다. 성찰해야 한다. 잠시 궁해졌다고 엎드려 한번만 봐달라는 식의 읍소전략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인지도 높다고, 학력 높다고 까불면 동의해주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의 정서를 읽어야 한다. 앞에선 웃지만 뒤에선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로지 ‘주권자들 눈높이를 맞춰야’ 산다.
노조위원장 선거에 임할 때 경험
14년 전, 수원시공무원노조위원장 출마 당시 에피소드가 있다. 조직이나 인지도 면에서 상대후보에 비해 속된말로 난 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다. 예컨대 내가 조각배라면, 상대는 항공모함으로 불릴 만큼 어마무시한 존재였다. 더구나 상대 후보는 중앙의 공무원노조를 만들 때 핵심멤버였고, 수원시공무원노조를 만든 장본인이었으며, 행정직이었다. 그에 반해 난 기능직 출신의 그것도 ‘중간에 영입된 간부’에 불과했다.
누가 봐도 싸움 자체가 되지 않는 판이었다. 공무원들만 사용하는 내부의 자유게시판만 봐도 상대후보 진영의 지지 글이 압도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상대는 메이저고 난 마이너였으니까. 하지만 운동방식은 달랐다. 난 오래전부터 해오던 현장의 조합원들을 만나 민원을 하나씩 풀어가는 방식을 취했고, 상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공무원노동계에서 워낙 유명한 인사이다 보니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위기(危機)는 기회도 포함한다.
51% 對 49%로 내가 신승했다. 당시 공무원노동계에선 ‘조각배가 항공모함을 침몰시킨’ 대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선거란 게 이런 거다. 인지도 높다고, 경력이 좋다고 까불다간 낭패보기 딱이다. 학력 좋다고 까불다 맛이간 이준돌을 보라. 사람살이는 학력과 경력으로 사는 게 아니다. 늘 겸손하고 약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씩 풀어갈 때 권력이 주어지는 것이다. 우파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지점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언급했다. “9회 말 투아웃,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하지만 정말 가려야 할 게 있다. 바로 사람이다. 구태에 젖은 사람을 확실히 걸러야 한다. 즉 기득권에 매몰되어 있는 이를 비대위에 참여시키면 안 된다. 모든 걸 내려놓고 오로지 주권자들의 편에 서서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인사로 채워야 한다. 그것이 21세기에 맞는 선진 정치요, 9회말 투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특이한 한국인들의 성질[特性]
한국인들의 교유한 특성은 일본인들의 특성과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일본인들은 순자(苟子)적 사상이 강해 이른바 잘난 사람을 보면 인정하지만, 한국인들은 맹자(孟子)적 사상이 강해 잘난 사람을 봐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까불지 말란 얘기다. 환경만 좋아지면 누구나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동행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게 상책이다.
일각에서 21세기엔 한국이 세상을 호령(號令)할 거란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맹자적 사상이 가득한 사람들은 서로를 높여줄 때 무한 상승하는 특성이 있다. 소수의 영웅이 아닌 다수가 영웅인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다. 따라서 도탄(塗炭)에 빠진 사람들을 하나씩 구제하는 것이야말로 동반하는 비결이다.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것이 아닌,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