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도시인 대구경북지역의 직물경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몇 년간 침체일로를 걸어왔던 이 지역 섬유산업은 올들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오더가 없어 직기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재래시장에는 이 지역 재고 원단이 헐값에 땡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8년부터 5년간 6800억원이 투입되면서 진행한 밀라노프로젝트 사업이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 8일 부도를 낸 승우무역(대표:강태승)은 위기의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예비 부도업체가 줄을 서 있다는 것이 이 지역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표적인 섬유업체들이 설비를 매각하거나 전업을 선언해 관련업체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폴리 직물 수출업체인 삼아가 최근 준비 설비를 매각한 데 이어 본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건풍산업도 대구 노원동 염색공장을 처분했다.
또 신안화섬은 지난해 6월 가오닉스로 상호를 변경한 후 엔터테인먼트 지주회사로 탈바꿈했으며 영화직물도 대주주가 바뀌면서 직물사업 외에 인터넷 및 영화 제작 사업을 추가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한 1차적인 원인은 경기침체에 있지만 후발섬유국이 턱 밑까지 쫓아와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출 호조를 보였던 스판덱스와 치폰 등 일부 수출 품목도 최근 중국과 동남아시아 업체들의 가세로 가격이 떨어져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염색조합 자료에 의하면 30개 염색가공 업체의 지난해 상반기 가동률은 85%에 달했으나 최근 45%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원료가 상승으로 인한 원사 가격 인상도 이 지역 섬유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폴리에스터 원료인 PTA와 EG가 최근 톤당 670달러와 610달러에 거래돼 작년말에 비해 무려 40%가 올랐다.
이는 화섬업체들의 원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국 직물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 달 들어 해외 대형 유통업체와 샘플 오더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라크 사태 등으로 지난해와 같이 큰 오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차별화 제품 개발 노력과 함께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특히 이 지역 단체들은 과잉 설비의 정부 차원 매각과 부족한 인력 보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및 세제 혜택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