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의 한 장면. 그림 '죽음과 소녀'와 포즈가 같다. ⓒ (주)티캐스트
가난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유복했다. 대신 매독에 걸린 아버지는 광기에 사로잡혔고, 어머니는 남매에게 지독히도
무관심했다. 두 살부터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지만, 정식 미술 교육은 받지 않았다. 그래도 빈 예술 아카데미에 최
연소로 입학했다.
그러나 태생적인 자유분방함이 아카데믹하고 보수적인 학풍과 맞을 리 만무했다.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구스타프
클림트도 질투했던, '죽음과 소녀'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친근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에곤 쉴레는 '천재'였
다.
이 천재의 죽음의 목전에서부터 짧았던 전성기를 되짚는 <에곤 쉴레>를 연출한 디터 베르너 감독은 아마도 에곤
레의 먼 후배쯤 될 듯싶다. 역시 오스트리아인으로서 먼저 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연극과 드라마, 영화 연
출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만큼, 에곤 쉴레의 영감을 자극한 실제 오스트리아 빈을 비롯해 체코, 이탈리아, 룩셈브루크 등
유럽의 풍광을 유려하게 담아냈다. 또 영화 말미, 에곤 쉴레가 속한 '빈 분리파'가 전시회에 등장하는 구스타프 클림
트의 '베토벤 프리즈'는 실제 작품이기도 하다. <에곤 쉴레>는 그런 '메이드 인 오스트리아', '메이드 인 유럽'의 흥취
가 물씬 배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