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용봉산.

오늘 11월17일(음력 10월8일)은 일출이 7시13분이고 일몰은 오후5시20분이다. 천문대에서 찾아보니 시민박명薄明은 오전6시45분이라 과연 7시전인데도 사람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서초구민회관 앞읖 떠난 버스는 경부고속국도를 달리다가 송탄에서 40번고속국도로 접어들어 서평택에서부터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해미에서 나와 용봉산 밑에 이르렀다.
9시반에 아름다운산행을 시작했다, 용봉초등학교입구에서 미륵불용도사를 지나 오르는 길이 조금 가파른 편이지만 빠른 워밍업의 이익도 있다. 마치 친한 친구 같은 모습으로 반기는 산. 첫 봉우리 투석봉에 오르니 굽이굽이 능선길이 아기자기하기만 하다. 충남 예산 지방의 드넓은 지형을 끼고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가야산과 함께 예산 지방의 2대 명산이란다. 하지만 산행의 재미나 산수의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서부 충남에서 가장 으뜸인 산이란다.

땀이 난다. 땀흘리는 운동이 모두 그렇지만 등산할 때도 물을 미리 마셔 두고 조금씩 자주 마시면 좋다고 한다. 물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며 만성적으로 수분이 부족하면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게 된단다. 인간의 노화는 체내의 수분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양수에서 나온 아이의 수분량은 65%, 자라면서 점차 수분을 잃어 가는데, 청소년이 되면 58%, 성인이 되면 55%, 노인이 되면 51%로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이제부터 조금씩 오르내림이 있지만 시야가 탁 트인 능선길의 연속이다. 눈앞에 전개되는 능선길 마디마다 근사한 산수화의 연속이다. 가슴이 시원해진다. 옛사랑이 보고픈 사람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올림픽게임에서 우리 선수가 메달을 따고 태극기가 올라갈 때 우리는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희열에 울컥하지만 이건 슬픔이 아니다. 함께 살면서 정이 없으면 행복할까? 산에 오르면 산이 좋아야 하고 가슴속에 울컥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엔돌핀이 나온다. 이렇게 울컥하든 운동을 하든 맥박이 빨라지는 일이 적당히 있어야 심장과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움은 애틋하고, 지나치면 괴롭지만 미움보다는 행복한 것. 미움받을 짓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 미워하는 사람이 너무 괴로울 테니까. 모르는 사이에 미움받을 짓을 했는지도 모르니 가까운 분들에게 항상 마음속으로라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시간도 가져보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작은 일에 행복하고, 작은 일에 고마워해야 한다.
최영장군활터를 지나 용봉상정상을 넘어서며 바라 본 노적봉은 별 느낌이 없지만 경사도가 급한 바위덩어리들을 내려가서 올려다보면 높기가 장관이다. 악귀봉을 지나서 대피소(정자)에서 간식을 하는데 김밥, 과일, 과자, 마치 소풍온 어린이들 같다. 이쯤되면 즐거운 산행이다. 다시 병풍바위를 지나 용봉사로 내려오니 12시반이었다.

곳곳에 바위가 있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산, 작은 금강산이라는 인터넷세상의 소개가 가당하다.
용봉사입구에서 다시 용봉초등학교로 가서 홍성 쪽으로 나가고, 여기서 아래쪽으로 U자를 오른쪽에서부터 쓰는 모양으로 가면서 정주영공법으로 탄생한 천수만의 A, B지구 방조제를 지나며 넓은 간척지의 논에 앉아있는 철새의 무리를 볼 수 있었다. 해질녘에 이곳을 지나면 낙조에 붉으레한 하늘에 울며 나르는 철새의 군무를 볼 수 있을 텐데. 방조제길, 77번국도, 32번국도를 경유하여 만리포해수욕장 도착 직전 왼쪽에 있는 모항항에 도착하여 풀코스전복요리로 점심식사를 했다. 이젠 즐거운 여행이다. 전복회, 전복튀김, 전복찜, 전복죽에다가 자연산 굴 등 밥상도 그림이다.


식사 후 아담한 항구를 둘러보았다. 모항항을 날아다니는 갈매기. "갈매애기 바아다 위에 날지이 ..." 선창에 누워있는 밍크고래. 고래는 아마 "울려고 내가 왔던가 죽으려고 왔던가 비린내나는 부둣가에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점심 후 만리포해수욕장의 바다에 들렀다.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부부동반인 분들은 마치 신혼여행을 오신 것 같았다. 시원한 바닷가 모래사장을 거니는 부부들은 신혼의 추억에 잠긴 듯 손잡고 걷는 모습이 다정하기만하다. 이젠 행복한 여행이다.

만리포를 떠나 신진도어물시장에 들렀다. 자상한 남편들은 스티로폴 박스에 해물을 샀고 물론 부부팀들도 장을 보아 버스에 올랐다. 이젠 서울로 가는 일만 남았다.
시간여유가 있으면 만대포구를 둘러보고 29번국도와 아산만방조제길(38번국도)을 거치면 서해에서 일출을 본다는 왜목마을이나 한진포구를 들러보는 길이 꽤 운치가 있다고 한다. 아니 내년 봄엔 새벽에 출발하여 왜목마을에서 일출을 보고 서산시의 서북쪽에 있는 팔봉산(362미터, 산행시간 3시간, 홍천의 팔봉산은 302미터보다 높고 더 재미있다고 한다)에 올라 태안반도를 한 눈에 본 후 "박속낙지"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일출은 꿈인가? 11월17일 일출이 7시13분이니 서초에서 5시에는 출발해야 하니까. 2008년 2월의 3주토요일은 2월16일. 이 날의 서산일출은 7시23분이니 5시30분에 떠나면 되나? 이것도 꿈인가? 2008년 3월 3주 토요일은 3월15일, 이 날의 일출은 6시45분. 무엇보다도 그 날이 맑아야 일출을 볼 수 있다.

한 분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에 충분한 하루였다고,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삶의 짐을 내려놓고 맑고 밝은 모습으로 지낸 하루였던 것 같다.
주위의 고마운 분들과 더 많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첫댓글 즐거운 산행과 여행! 더불어 가는 일행이 있기에 더욱 기분 좋은 여행길!!! 자세한 산행기로 다시 간듯한 용봉산입니다,,,
고맙습니다.
용봉산을 오르고 다시 내려와 해조음을 ..._()_
고맙습니다.
미답지라 관심 갖고 즐기고 갑니다. 근데 글시가 너무작아서....
고맙습니다.
좋은 산 좋은 바다 잘 다녀 오셨네요 덕분에 감사~
오랫만이십니다. 여전히 건강하신 모습 24일 청계산산행사진에서 보았습니다. 기광열님도 오랫만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