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가을나들이를 꿈결같이 보낸듯 합니다.
모두들 잘 들어가셨는지요.
사진을 들쳐보면서 뒤를 돌아봅니다.
깊어가는 가을, 춥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화창한 햇살이 따사로운 가을날이었습니다.
영덕에서 막내딸 효주를 데리고 시외버스로 길을 나선 흙내음을 태우고
수암 집에 들려 추수하여 말린 나락을 포대에 담는 작업을 잠시 거들고 나서
풍년든 돼지감자를 몇뿌리 캐어 싣고서 길을 떠났지요.
경주박물관 입구에서 비인님을 태우고 35번 국도로 길을 잡고 한참을 달려
약산이 알려준 양산시내 못미쳐 배냇골로 넘어가는 지름길로 올라섭니다.
태백산에서 시작한 낙동정맥의 끝자락, 아쉬운듯 용솟음친 산세가 제법 매섭습니다.
고개 정상에서 비포장도로로 들어서니 고도계가 7~800미터를 가르키고
단풍으로 물든 급경사 계곡이 까마득 하고
예상보다 지체되어 마음은 급한데 비포장 구비길이 멀기도 합니다.
사륜구동차도 허덕이는데 승용차로 오기는 버거울 듯 해서
뒤에 오시는 님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달래일기를 올려주시는 정판수님 내외분이
비포장길 도중에 포기하고 차를 돌렸다는 전화가 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길이 좋은
원동 쪽 길을 안내할 걸 하는 아쉬운 마음입니다.
남쪽으로 향한 토곡산 중턱 계곡에 자리잡은
자연양능단식원에 무사히 도착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도착하는 오두막식구들과 인사나누고
할미미님과 상의하여 식사할 곳과 강연할 곳을 준비하는 사이
서정홍님과 이동근님이 한차로 도착하셨습니다.
예정보다 한시간 늦은 네시부터 모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좁은 거실에 아이들 포함 서른명이 넘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껴앉았습니다.^^*
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를 불러주시는 것으로 시작된
서정홍님의 이야기를 글주변 없는 저는 글로 못옮깁니다.
(이야기 해 주실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셨기에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전해주시는 이야기 중간중간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습니다.^^*
이 감동은 함께한 우리들의 삶에 긴 여운으로 오랫동안 함께할 듯 합니다.
행복한 삶은 돈 혹은 관념적인 이상 혹은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묵묵히 실천하는 행동에서 온다는 것을..
서정홍님의 강연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하는 동안
약산님이 준비한 빔프로젝터를 설치하고
이동근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적정기술”이란 주제의 강연을 시작합니다.
적정기술 혹은 대안기술의 시작된 역사부터 지나온 과정, 다양한 실천사례 등
누구든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을 해 주십니다.
어렵게 느껴지던 생태건축, 바이오디젤, 태양열조리..
듣고 나니 그리 어려운일 아니지요?
누구든 마음만 먹고 관심을 기울이면
석유에너지로부터 독립된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조만간 오두막 식구중 이 분야 전문가이신 허공님과 상의하여
오두막 마을에도 이 분야에 대한 방을 하나 마련할까 합니다.
박광건형님이 세번째로 연단에 서서
단식과 소식을 통해 몸을 지키고 회복하는
먹거리와 건강에 대한 유익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 긴 이야기를 못하고
강연을 끝내야 했던 것이 너무도 아쉬웠습니다.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오두막식구들은 누구던지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배고프다고 째려보는 바람의노래 눈길에
서둘러 식사장소로 옮겨 늦은 저녁을 했습니다.
다시태어나기님이 멀리 전주에서 들고 오신 맛난 떡과
귀농을 앞둔 청산 옆지기인 별곡이 끓여온 소문난 추어탕과
손맛 좋은 할미미님의 것저리 김치로 모두들 맛난 저녁을 마치고
마당에 피워놓은 장작불가로 모였습니다.
전날 야근하고 내내 졸던 수암님 눈빛이 반짝이며 흥겨운 뒷풀이가 시작됩니다.
석쇠를 얹어 삼겹살도 조금 굽고, 구룡포 과메기도 펼쳐지고,
때를 기다렸던 약산님의 송화주가 술병째 날아다닙니다.
미쳐 나누지 못했던 식구들의 소개와 근황도 돌아가며 듣고
장기집권에 대한 구테타 음모도 하고^^*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들도 듣고
팔도 처자, 아지매들의 수다도 듣고
개구장이로 변신한 약산의 재롱도 보고^^*
뒷글로 이어집니다. ^^*
첫댓글 어! 제가 언제 배고프다고 나무지기님 째려봤지요. 저 그런적 없는디...쩝.. 넘 배고파 기억력이 떨어지나 그래도 아우리 생각해도 아닌디...ㅋㅋ 다시 사진을 보니 미소가 비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