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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근혜정부 장차관급 전수조사…3명 중 1명은 영남, 고시 출신 65% 압도
‘고소영이 가니까 고서영이 왔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 ‘고서영(고시·서울대·영남)’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를 빗댄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을 운영하기 위해 인재를 등용하면서 고시 출신 관료와 서울대 출신 엘리트 그리고 정치적 기반인 영남 지역 인사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까. <시사저널>은 정부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장차관급 인사들을 전수조사해 그 실태를 파악했다. 부총리급을 포함해 총 85명 가운데 11월15일 현재 공석인 감사원장·검찰총장·보건복지부장관 등 3명을 제외한 82명이 조사 대상이었다.
영남 28명 대 호남 16명
전·현 두 정부에서 보여준 인사 풀의 교집합은 ‘영남’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도 ‘영남 편중’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번 조사에서도 82명의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가운데 영남 출신이 28명으로 34.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이 나란히 14명씩이다. 국정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장차관급 인사 3명 중 1명이 영남 출신인 셈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11월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관급에서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TK 출신이다. 최 장관은 경북 영덕, 윤 장관은 경북 경산, 이 장관은 경북 의성이 고향이다. 특히 이 장관은 대구에 있는 대건고와 영남대를 나왔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과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은 PK 인사로 분류된다. 부산에서 태어난 이 위원장은 네 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반면 윤 장관은 부산여고와 부산여대(현 신라대)를 졸업했다.
차관급에서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백승주 국방부 차관, 김영민 특허청장,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그리고 최근 숭례문 부실 복구 문제로 전격 경질된 변영섭 문화재청장 등이 TK 출신이다. 추 차관은 계성고, 백 차관은 심인고, 김 청장은 함창고, 이 청장은 영남고, 변 청장은 안동여고를 나왔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 정연만 환경부 차관, 백운찬 관세청장, 제정부 법제처장 등은 PK 인사다. 이 차관은 동아고, 정 차관과 백 청장은 진주고, 제 처장은 마산고를 졸업했다.
호남 인사는 16명으로 19.5%에 머물렀다. 장관급으로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호남 출신이다. 현 위원장은 전남 영암, 방 장관은 전남 완도, 김 장관은 전북 임실이 고향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모두 서울에서 다녔다. 차관급에서는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민형종 조달청장, 박형수 통계청장 등이 호남 인사로 분류된다. 윤 차관은 광주고, 한 차관은 전남고, 이 차관은 전주해성고, 민 청장은 광주일고, 박 청장은 광주동신고를 나왔다.
장관급 20명 중 13명이 고시 출신
고시 출신이 부각되는 현 정부의 인사 경향은 장차관급에서도 잘 나타난다. 82명 중 53명이 고시 출신으로 전체의 64.6%를 차지하고 있다. 행정고시(행시) 36명, 기술고시(기시)·사법고시(사시) 각각 7명, 외무고시 3명이다. 장관급만 떼놓고 봐도 20명 중 13명이 고시 출신이다. 행시 8명, 사시 3명, 기시·외시 각각 1명씩이다. 차관급도 마찬가지다. 62명 가운데 40명이 고시 출신이다. 행시 28명, 기시 6명, 사시 4명, 외시 2명이다.
출신 고교의 경우 서울의 유명 고교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경기고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고 7명, 중앙고 4명, 경복고·대신고·용문고·휘문고가 각각 2명씩이다.
출신 고교에서도 영남과 호남의 격차가 컸다. 영남 지역 고교 출신이 22명인 데 반해 호남 지역 고교 출신은 7명밖에 되지 않았다. 영남에서는 진주고 4명, 경북고 2명으로 나왔고, 호남에서는 광주일고·광주동신고가 각각 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30명으로 전체의 36.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성균관대 7명, 고려대·한양대 각 6명, 연세대 4명, 한국외대 3명 순이다. 장관급에서는 서울대 출신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20명 가운데 11명(55%)이 서울대를 나왔다. 이들 중에서 3선 의원 출신의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인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고시 출신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행시 14회)을 비롯해 서남수 교육부장관(행시 22회),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행시 22회),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행시 23회), 신제윤 금융위원장(행시 24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정부 기관의 수장 중 상당수가 ‘고서영’에서 두 가지가 겹친 인사들인 셈이다. 최문기·윤상직 장관 등 영남 출신에 서울대를 나와 고시에 합격한 인사도 여러 명이다.
58년 개띠·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고위 관료의 대세
예부터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인재를 많이 등용해야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 출범 직후부터 인사 문제로 고초를 겪은 박근혜정부는 국정 운영을 위해 과연 어떤 인재들을 등용했을까. <시사저널>은 중앙행정기관의 1급 이상 최고위직 공무원 243명을 전수 조사했다. 이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인재 등용 실태를 살폈다. 또 현 정부의 권력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봤다.
흔히 1급 공무원은 ‘공직 사회의 꽃’으로 불린다. 정무직인 장차관을 제외하면 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맨 윗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맡은 역할도 중요하다. 이들은 국정 운영의 야전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다.
<시사저널>은 출범 9개월째에 접어든 박근혜정부를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1급 공무원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전수조사를 통해 살펴봤다.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청와대·검찰·경찰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1급 공무원 161명의 인적 사항 등을 조사해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60년대생 74명…평균 나이는 55세
우리 나이로 56세인 1958년생이 31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54세인 1960년생 24명, 53세인 1961년생 19명, 55세인 1959년생 18명, 52세인 1962년생 17명 등이다. 이른바 ‘58년 개띠’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데 갈수록 1960년대생들이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다. <시사저널>이 2009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에 맞춰 1급 공무원을 조사했을 때 1960년대생은 7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74명으로 전체의 46%에 이른다.
평균 나이는 54.9세로 50대의 중앙을 가른다. 하지만 1급 공무원 중에는 초고속 승진한 40대도 있다. 이준석 특허청 차장, 김형석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 대표, 봉욱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이 49세 동갑내기다.
특허청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이 차장은 지식재산 정책 및 심사·심판 분야 전문가다. 영훈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법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통일부 대변인으로 얼굴을 알렸던 김형석 대표는 8월20일 상근회담 대표를 맡은 데 이어 10월8일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장(하나원장) 직무대리로 임명됐다. 순천고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왔다. 이 차장이 행정고시(행시) 31회, 김 대표가 32회다.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봉욱 실장은 사법시험(사시) 29회로 부산동부지청장과 법무부 인권국장 등을 역임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1급 공무원은 이병기 주일 대사다. 1947년생으로 67세인 이 대사는 오랫동안 외교부를 떠나 있었다. 외무고시(외시) 8회로 1974년 당시 외무부에 들어가 주케냐 대사관 2등서기관 등을 지낸 후 1981년 정무장관을 맡고 있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 김영삼 정권에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2차장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활동한 이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서울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왔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이 1952년생으로 62세, 임관빈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장호익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이 1953년생으로 61세다. 삼선고와 서울교대를 나온 심은석 실장은 교사 가운데 선발하는 교육전문직 출신이다. 서울시 강서교육장,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충북 충주가 고향으로 충주고를 나온 임관빈 실장은 육군사관학교(육사)를 졸업한 예비역 준장이다. 육사 출신 1급 공무원 가운데 가장 높은 기수인 32기다. 충북 영동이 고향으로 대전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장호익 상임위원은 행시 20회로 행시 출신 1급 공무원 중에서 기수가 가장 높다.
10명 중 8명이 고시 출신…행시 27회 ‘전성시대’
1급 공무원은 외부 영입이 아닌 경우 대부분 고시 출신이다. 전체 161명 가운데 129명으로 80.1%에 이른다. 10명 중 8명이 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한 엘리트들인 셈이다. 특히 행시 출신이 95명으로 59%를 차지하고 있다. 기수별로 살펴보면 27회가 25명으로 가장 많고, 28회가 20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009년 2월 조사 때는 23회가 38명으로 주축을 이뤘는데, 현재 23회는 김광우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정환식 병무청 차장 등 7명에 불과하다.
행시 27회는 각 기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안전행정부 기획조정실장을 모두 27회가 맡고 있다. 특히 경제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대거 몰려 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최원목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김낙회 세제실장,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 등 3명이 27회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이보다 더 많다. 박청원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권평오 무역투자실장, 정만기 산업기반실장, 이관섭 산업정책실장, 우태희 통상교섭실장 등 5명이나 된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국세청과 관세청 차장도 27회다. 이전환·천홍욱 차장이다. 이 차장은 대구, 천 차장은 경북 문경 출신이다.
현재 행시 27회는 말 그대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이미 28회가 바짝 뒤를 쫓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경우 차관보를 28회가 맡고 있다. 정은보·이준원 차관보다. 정 차관보는 경북 청송, 이 차관보는 충남 아산 출신이다. 국세청의 경우 27회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CJ그룹 로비 의혹에 연루돼 물러난 자리를 28회 임환수 청장이 차지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한 해 국세 수입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자리다. 청장·차장과 함께 국세청 내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요직이다. 임 청장은 경북 의성이 고향이다.
기술고시(기시) 출신은 모두 11명이다. 윤영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과 이재훈 특허청 특허심판원장이 17회로 가장 기수가 높다. 윤 원장은 경북 청송, 이 원장은 경남 밀양 출신이다. 이창한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장과 김용하 산림청 차장은 기시 18회다. 가장 낮은 기수는 23회로 성시헌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장과 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이 있다. 성 원장은 강원 춘천, 이 실장은 전남 영광이 고향이다.
외무고시 출신은 19명인데 대부분 외교부에서 근무한다.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만 예외다. 외교부에서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를 맡았던 최 차관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외교부로부터 통상 기능을 넘겨받으면서 파견 형태로 자리를 옮겼다.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를 나왔다. 기수별로 살펴보면 15회가 5명으로 가장 많고, 16회가 4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경수 차관보와 조태영 대변인 등이 15회고, 최 차관보와 안총기 경제외교조정관 등이 16회다. 가장 낮은 기수는 22회로 문승현 북미국장이 선두에 있다. 나이도 50세로 가장 적다. 부산 출신으로 동래고를 나왔다.
사시 출신 4명 중에서 3명은 법무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강찬우 법무실장과 김주현 검찰국장은 28회로 봉욱 기획조정실장보다 한 기수 높다. 강 실장은 경남 하동, 김 국장은 서울이 고향이다. 유일하게 법무부가 아닌 외교부 소속인 인사는 권영세 주중 대사다. 사시 25회로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권 대사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육사 출신은 모두 8명으로 5명이 국방부, 1명이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방부에는 임관빈 국방정책실장을 비롯해 심용식 국방개혁실장(34기·예비역 중장), 이용대 전력자원실장(35기·예비역 소장), 박대섭 인사복지실장(35기·예비역 소장) 등 예비역 장성과 김현집 국방정보본부장(36기·중장)이 일하고 있다. 이재익 방위사업청 계약관리본부장(예비역 준장)은 박지만 EG 회장의 동기로 군내 핵심 기수로 떠오른 37기다.
정통 관료로서 고시 출신이 아닌 1급 공무원은 흔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장병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산상고(현 용마고)를 졸업한 후 1975년 행정직 9급에서 출발한 장 차장은 40여 년 동안 공직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1급으로 올라서는 신화를 일궈냈다. 그러는 사이에 방송통신대 행정학 학사, 서울보건대 보건학 석사, 일본 사회사업대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제농고(현 김제자영고)를 나온 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도 1976년 농림부 국립농산물검사소에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1급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라 차장 역시 방송통신대에서 학사 학위를 딴 후 고려대에서 원예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3명 중 1명은 영남…PK 출신 급증
박근혜정부의 1급 공무원에서도 영남 출신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53명으로 전체의 32.9%에 이른다. 대구·경북(TK)이 30명, 부산·경남(PK)이 23명이다. ‘영남 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MB 정부 초기 때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2009년 2월 조사에서 영남 출신 1급 공무원은 48명으로 전체의 30.6%였다. 특히 PK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15명에서 23명으로 늘었다. 부산의 경우 4명에서 11명으로 7명이 늘어났다.
호남 출신은 31명에서 28명으로 줄어 전체의 17.4%를 차지했다. 전북이 10명에서 15명으로 5명 늘어난 반면, 광주·전남은 21명에서 13명으로 급감했다. 수도권의 경우 30명에서 37명으로 7명이 늘어나 전체의 23%로 올라섰다.
광역단체별로 보면 서울이 31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 21명, 충남·전북 15명, 전남·경남·강원 12명, 부산 11명, 대구 9명 순이다. 제주 출신은 2명으로 최영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김재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이다.
출신 고교에서도 영남 지역이 강세를 보였다. 경북고 6명, 경남고·동래고·안동고·진주고 3명, 대건고·대구고·동아고·마산고 2명 등이다. 정환식 병무청 차장과 이종호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경북고 출신이다. 황정호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이 경남고, 박상우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이 동래고, 이운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이 안동고, 조경규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진주고를 나왔다.
전체적으로는 대전고가 7명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서울의 유명고 출신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경향을 보였다. 경기고가 5명, 경복고와 서울고가 3명에 그쳤다. 구자현 조달청 차장과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 등이 대전고 출신이다. 강은봉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이 경기고,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경복고,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가 서울고를 나왔다.
호남 지역에서는 전주고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순천고가 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심보균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이 전주고,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순천고 출신이다. 강원 지역에서는 춘천고가 4명, 강릉고가 3명으로 조사됐다. 전만복 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이 춘천고, 최두영 안전행정부 기획조정실장이 강릉고를 나왔다.
대학은 예상대로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두 47명으로 전체의 29.2%를 차지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MB 정부 초기 때와 입장이 바뀌었다. 2009년 2월 조사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가 23명으로 연세대 15명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연세대가 21명으로 늘어난 반면, 고려대는 14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 밖에 성균관대 11명, 한국외대 10명 순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묶어서 일컫는 이른바 ‘SKY’ 출신이 82명(50.9%)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반면 지방대 출신은 24명(14.9%)에 그쳤다. 영남대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대와 전북대 출신이 4명이다.
집권당 ‘정치력 부재’ 자인할 셈인가
새누리당이 주도해 만든 ‘국회 선진화법’ 1년 만에 폐기하려는 건 자기모순
박명호 |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
2013.11.20 10:54
정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자가당착이란, ‘같은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의 앞뒤가 어긋나 모순되는 경우’다. 자기모순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지금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모습이 그렇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1년 전 주도해 만들어놓은 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그 법은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다.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 다수당이 법안 등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소수당이 이를 막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빚어지는 국회 폭력 사태와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한 국회법 85조를 말한다. 날치기와 몸싸움을 없애기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신속처리법안 지정 요건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으로 강화한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9월 ‘국회 선진화법 개정을 위한 국회법 정상화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7명의 율사 출신 의원으로 구성된 TF팀은 최근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에 관한 구체적 법리 검토를 더 집중적으로 하기로 했다”며 “국회법을 개정해서 보편적인 의회주의 원리, 다수결 원리가 작동될 수 있게 하되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공간을 넓혀갈 수 있는 쪽으로 개정안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 청구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법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선진화법, 개정 가능성 희박
하지만 새누리당이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물론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 제기가 필요하다면 이는 언제든 가능하다. 법률 개정 후 드러나지 않았던 위헌적 요소가 발견된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기도 하고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수정 보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심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기본권 침해’ 여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소원은 기본적으로 법률을 포함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不)행사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을 때 제기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국회 선진화법의 경우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침해받는 기본권’이 불분명하고, 국회의원의 법안 심의 절차 등과 관련된 권한을 기본권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새누리당이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면, 집권 여당이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된 자’가 되어야 하는데, 이게 어려운 것이다.
나아가 입법기관이 헌법소원을 낸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렇다고 국회 선진화법 개정도 쉽지 않다. 현재 국회 선진화법이 유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야당이 반대하면 국회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 선진화법의 개정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 볼 때,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할 수 있고 위헌심판 또는 헌법소원 제기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국회 선진화법의 경우, 국회의원이 헌법도 모르고 위헌이 되는지도 모르고 법을 통과시켰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지난해 국회 선진화법 개정 당시에도 새누리당 내에서 위헌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든가, 다수결 원리에 위배된다든가 하는 반대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대다수가 반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국회 선진화법을 반대하면 반(反)개혁적인 사람으로 취급돼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의원들은 마지못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하는 일부는 아예 표결에 불참했다. 결국 국회 선진화법은 처음부터 자가당착의 정치로 전락할 가능성을 안고 출발한 것이다.
2010년 12월8일 여야는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국회 본회의장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 시사저널 포토
집권 여당, 국회 다수당 역할 스스로 부정
정치는 ‘자기부정(自己否定)’이다. 자기부정이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다. 자기부정의 정치에서 조금 더 나가면, 그것은 ‘자해(自害)의 정치’가 된다.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가려는 집권 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정치의 논리로 풀어야 하는데 그 해결을 주도해야 할 집권 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제 손으로 만든 법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는 것이 바로 스스로 정치를 부정하는 것이고, 집권 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집권 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의 정치력 부재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1년 동안 국정원과 검찰이 정치 중심에 섰고, 여당이 뒷바라지와 지원 사격을 하는 꼴”이라는 내부의 비난에 공감하는 여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회 선진화법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대표적 정치 쇄신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당시에도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 주도로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적 192명,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통과된 것이 국회 선진화법이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1년 전 국회 선진화법이 총선이 끝나고 임기 마감을 앞둔 레임덕 국회에서 처리돼 부실 심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했는데 이들이 국회 선진화법 표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국회 선진화법을 둘러싸고 문제가 될 것들을 당시에 충분히 세밀하고 치밀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게 새누리당의 변명이다. 당시 국회의원들이 별생각 없이 국회 선진화법을 처리했다는 얘기다. 그때의 새누리당과 지금의 새누리당이 다르다는 ‘자기부정의 정치’다.
물론 새누리당이 국회 선진화법을 지적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여당 원내대표의 언급처럼 지금이 “야당의 불참으로 결산심사가 파행을 겪고 있고,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해졌으며, 민생경제 입법의 적기 처리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는 무엇보다 여야의 극한 대치와 야당의 장외투쟁으로 국회 의사 일정이 줄줄이 밀리면서 나타난 ‘정치 파행의 결과’다. 이렇게 된 데에 국회 선진화법이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다. 국회는 본회의나 상임위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가 없으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와서 자기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1년 만에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려 시도하거나, 위헌심판 또는 헌법소원 대상으로 고려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정치이자 자기부정의 정치’다.
정치는 ‘자기 고백(自己告白)’이다. 자기 고백이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검토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정치력 부재의 고백’이다. 대화와 타협의 합리적 야당을 전제로 한 국회 선진화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부터 반성해야 한다. 정치는 자기반성을 통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역할에 만족하는 사람은 31%에 불과하다. 53%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의 복원을 위해 ‘비(非)정상의 정상화’가 새누리당에서부터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첫출발은 지도부의 정상화다.
박명호 |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