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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후웁- 아- 맛있다-헤헤”
-앙앙!!
“그래- 조금있다가 우리 밥먹자~”
먹성좋은 원이와 한이가 식탁밑을 빙빙돌면서 조금이라도 주라는듯 내 다리밑을 떠나지를 못한다. 언제 올라갔는지 한이 녀석은 의자에 앉아 좀 떨어져 있는 오징어채 무침에 허덕거리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으유 귀여운 녀석들, 매울텐데 줘도 되려나? 고추장 양념을 한터라 빨갛게 물든 오징어채에 시선을 뺏긴건지 어쩐건지 녀석.. 계속해서 안간힘이다. 결국은 이리저리 뒤엉켜있는 오징어채를 하나 떼어 조그맣게 끊어선 한이 녀석을 줬다. 그러자 원이 녀석도 주라고 짖어대고 난리다. 아이고 먹성좋은 녀석들. 하는수 없이 다시 끊어 원이 녀석도 주었고, 후에 매워서 안절부절 못하는 녀석들이 방바닥을 박박 긁으며 괴로워한 상황까지 갔다. 이유 귀여운것들- 차근차근 식탁에 음식들을 올려놓자, 원이와 한이 녀석들도 덩달아 우리도 밥줘- 하듯 식탁에 두손을 모은채로 헥헥거리고 있었다. 김치찌개가 끓자 때마침 태하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왜 이제 와- 한참 기다렸잖아~”
“아- 그랬어? 미안- 그래도 우리 여우 보고싶어서 빨리 왔잖아-“
자신의 품에 나를 가두어 꽈악 안아주는 늑대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키스로 이어졌고, 곧 입술이 떼이자 마자, 녀석은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주방으로 향했다.
“으유- 씻지도 않을려고?! 얼른 씻고 와-“
“알았어 여우야-“
늑대가 방으로 들어갔는걸 확인한 내가 밥통을 열어 밥그릇에 밥을 담은뒤에 맛있게 끓고있는 김치찌개냄비를 식탁가운데에 놓았다. 마치 자기자리인냥 하나씩 의자를 꿰어차고 있는 녀석들을 밀어내고 녀석들을 밥통에 내 나름대로의 영양식을 만들어 놓았다. 며칠 굶은것처럼 허겁지겁 먹어대는 녀석들.. 인터넷 뒤져서 영양식 만들길 잘한거 같아-
곧 반바지만 입은 늑대녀석이 의자에 앉자 그제서야 밥을 먹기 시작하는 우리였다.
“어디갔었어? 전화도 안받던데”
“아- 못봤어- 전화했었어?”
“응- 당연하지, 근데 안받더라.. 한 두통정도 했어-“
“근처에 친구가 왔다고 해서 잠시 만나고 왔어-“
“무슨친구?”
“고등학교 친구야- 미국으로 유학간다더니, 어제 왔대서..”
“아- 그랬구나- 찌개어때? 간 맞아?”
“그래- 우리 여우가 해줘서 아주 맛있어-“
녀석.. 기분이 좋은듯 살인미소 한번 날려주는 늑대다.. 부끄럽게 시리..흐흐//
정말 김치찌개가 맛있었던듯 마지막 국물까지 싹 쓸어먹는 늑대다. 우와- 늑대 오늘따라 디게 잘먹는다..
“여우야- 우리 피자랑 통닭먹을까? 갑자기 먹고싶네?”
“늑대 돼지될려고 그래? 밥도 두그릇 먹어놓고?”
“여우가 많이 못먹어서 그렇잖아-“
치- 아무래도 변명같은데.. 자기가 먹은 식기를 싱크대에 담더니 이내 거실로 나가는 녀석, 그러더니 이내 정말로 피자와 통닭을 시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왜저래? 며칠 굶은것처럼? 갑자기 식욕이 살아난것도 아니구// 설거지를 마저 끝낸내가 의아한 눈으로 녀석을 보자, 녀석 무안해 졌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갑자기 먹고싶네..”
“늑대야 무슨일있어?”
나 있지.. 이상하게 불안하다. 3개월..아니 정확히 따지면 반년이 안되는 시간을 널 지켜봤는데 지금 니가 이러는거.. 나 처음봐서.. 솔직히 무섭다. 불안하고.. 왜그러는지 알고싶다. 식욕이 당겨도 넌 많이 먹어도 넌.. 두그릇이상은 못먹었고, 간단한 과일 같은 간식먹는것도 버거워한 너인걸 너무 잘 아는데..갑자기 니가 그러니까 나, 이상하게 불안한거 있지.
“일은 무슨일~ 갑자기 먹고 싶어 졌어- 저번에 너랑 먹을 때 맛있었는데-“
..바보..그때 넌 밥먹고 난 후여서 피자 반조각도 못먹구.. 치킨 한 입밖에 못먹고.. 그랬는데, 뭐가 맛있었다는건데.. 괜히 내가 오바하는걸까. 네 모습이 낯서니까 괜히 내가 부풀려 생각하는 걸까? 그런거겠지? 그치?..
‘어때? 이 앤 미성년자지만 그래도 얼굴 하난 반반 하잖아? 충분히 6천이란 돈 벌수 있다고’
‘인형이야. 한마디로.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척 하면 안돼. 여긴 그런 곳이야.’
‘그 영감은 죽었어- 자살했다나- 교통사고로 죽었다나- 킬킬킬’
‘아빠가 미안해..’
“..아..계원아!!”
“흐윽..”
“괜찮아? 자다가 니가 울어서 놀랐어-“
“..어떡해..또 꿧어- 한동안 안꾸었는데..또 꿔버렸어-“
이제는 잊혀질 줄만 알았던 그 악몽이 다시 되살아 났다. 그것도 더욱더 선명하게 빛을 뿌리고, 나를 숨막히게 했다. 그리고 더 길어져 버렸다. 기억하기 싫은 추억이라는 악몽이.. 놀란듯 한 태하녀석의 얼굴이 흐려졌다. 또 운다. 감수성이 예민해져버린 내가 또 울어버린다. 짜증나.. 자꾸울어.. 태하녀석이 여전히 잠에 잠긴 목소리로 나를 안아서 괜찮다 토닥여 주었다.
“우리 아빠 보고싶다..”
“허엉..더워더워..이놈의 날씨 너무 덥다..”
“벌써 8일이다..그치?..”
“야- 너 말야- 언제부턴가 막 문학소녀처럼 행동하는데.. 너혹시 하교하다가 막 벽돌에 머리 맞거나 그러지 않았어?!”
“야- 넌 말을해도 그렇게 하냐?”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이, 지루했던 학교가 갑작스레 좋아지기 시작했다. 자퇴한다니 후련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하고.. 뭐..지금으로선 후련한 감정이 우선이지만.. 이제 저 걸어다니는 수면제들을 안봐도 된다는것과- 그리고 지긋지긋한 몽당연필과도 안녕이고.. 주은이도 편하겠지? 내가 학교를 그만두면.. 사라진다.. 내존재가.. 채은이 네년은 나 꼭 잊으면 안된다? 아쉬운 학교생활.. 진짜 학교생활이 아쉬울줄 몰랐다. 정말.. 그만두면 후련할거 같았는데 요 며칠 나 많이 철들었는가 보다.
이틀에 한번꼴로 아버지의 꿈이 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그때마다 슬픔이 나를 찾아왔고, 한동안 나는 소리죽여 울뿐이였다. 요즘들어 태하녀석도 냉랭해 져선 마음이 아프다. 회사일이 잘 안되는지 짜증내는 일이 더 많아졌고. 그럴때마다 그와 함께 약속한 미래가 한없이 불안해져온다. 채은이와 함께 영화를 보고, 노래방을 가고, 오락실을 가고, 게임방을 가고, 사진을 찍고.. 오랜만에 놀아보았다. 매일 따로 놀기 바빳던 우리가.. 어제는 주은이와 태재녀석, 오징어를 오랜만에 만나 놀았다. 녀석들, 나에게 미안한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미안한 표정이였고, 나는 그게 재밌어서 웃기에 바빳다. 그래.. 너희들도 이제 자주 못만나겠다.
사진을 꾸미느라 정신이 없는 채은이를 뒤로 하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야- 계원아-“
“왜?”
“..그 방법 뿐이야?”
“…뭘?”
한창 혼자서 사진을 꾸민다고 바쁘던 채은뇬이 갑작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눈엔 금방이라도 흐를듯한 눈물이 고여있었다.
“..자퇴..”
“..야- 왜 울고 그러냐- 자주 놀러와- 나 죽으러 가는것도 아닌데 뭐-“
“나쁜년. 상의도 없이 자기 멋대로..흐윽.”
서럽게 울어대는 채은이 때문에 덩달아 나도 울어 버렸다. 나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서럽게 울어 이년아.. 채은이를 얼싸안고선 가게안에서 펑펑 울었다.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우릴 쳐다보았지만.. 이윽고 못난 채은이와 이쁜 내가 찍은 사진이 출력 되었고, 사진을 반반씩 갈라 나누어 가졌다.
“..나쁜년. 연락 자주해-“
“그래- 너도 가끔 놀러와- 초대할께-“
“아프지말구..건강해라”
“..너나 걱정해- 친구!”
“치..말만 넌 친구냐- 그딴이야기 한번도 안해주고.. 잘지내- 나쁜일로 그만두는게 아니니까 니가 잘 돠길 빈다. 무슨일이 있어도..학교까지 자퇴했으니.. 꼭!! 그사람과 결혼이다!? 못하면 내가 가만 안둬!”
“고마워- 어 야- 니 애인이다. 잘가~”
채은이가 아쉬운듯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야- 채소야- 잘살아- 가끔 연락도 하고- 이젠 매일 지겹도록 보지도 못하니까.. 다시한번 나오려는 눈물을 훔친채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럼 어디 스케쥴을 한번더 체크해볼까? 내일 하루는 푹 쉬고, 모레부터 아홉시부터 한시까지 경영학 수업, 두시부터 네시까지 교양, 다섯시부터 일곱시까지 외국어공부, 여덟시부터 열시까지 마무리수업.. 후..빡빡하다.. 오늘은 바쁘다는 태하녀석 때문에 보기좋게 걸어가고 있는나, 치, 요즘따라 왜그렇게 바쁜거야- 애인이 자퇴까지 해서 자기 내조할려고 공부하겠다는데..내가 섣불리 판단한건가.. 학교는 계속 다닐걸.. 내가 태하랑..결혼할지도 안할지도..모르는건데.. 내가 성급하게..하지만..생각은 많이 했는걸.. 난 어차피 돈으로 샀고.. 녀석의 소유란건.. 명백하게 인정이 된거니까.. 물론 표면상으론.. 어떻게 있든, 녀석의 옆에 있어야 하는데 그게 좋게 있으면 더 낫겠지.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거릴 활보하며 액세서리같은걸 구경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번호는 어머니?!! 냉큼 통화버튼을 눌러서 받았다.
“네 어머니!!!”
[새아가니? 저기.. 그래, 우리집에오렴- 우리집에]
으잉? 갑자기 뜬금없이 왜 오라는거.. 횡설수설 말이 엉키는 어머니의 대화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갈비찜을 해놓았으니 먹으러 오라고.. 당장 기사를 보내겠다고.. 그리고 공부하는 동안은 태하와 떨어진채로 공부하고.. 아니 먹으러 가는 것 까진 좋은데, 왜 떨어져 있어야 하는거야? 의문을 품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을 때 검은색 차가 내 앞에 섯고, 이내 내 이름을 부르며 타라고 문까지 친절히 열어주는 기사분.. 뒷자석에 타서는 여전히 이해못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차문이 열리면서 기사가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고, 엉거주춤 차에서 내렸다. 눈앞에 펼쳐진건 웅장한 저택일거란 내 예상과는 달리 작은 정원이 있는 2층 주택이였다. 음.. 하지만 뭐랄까.. 군데 군데 고급스러움이 묻어있달까? 암튼, 그런게 조금있네? 대무을 열고 일층 현관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듯이 어머님과 아버님이 나와계셨다. 그리고는 허둥지둥 신발을 벗는 나를 끌고는 주방으로 데려갔다. 겉은 그냥 일반 주택같았는데 안으로 들어오니까 확실히 잘 사는 집인거 티가 난다. 이층을 뚫어서 계단을 만들고.. 이쁘다, 집.. 웅장하기보단 아담하고 따뜻한 집 같아.. 가구가 좀 고급스러워서 그렇지.. 아기자기하고, 정리 잘된 집이다. 작은 정원도 딸려있구 이런집에서 살고 싶다.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주방에 앉게 된 나는 간단히 손만 씻고 앉아서 식탁이 차려지는걸 구경했다. 거실에서 두분이 소곤거리시고, 주방에서 아주머니만 바쁘게 왔다 갔다 거렸다. 금슬도 좋으셔- 나도 나중에 태하랑 저랬으면..후후훗- 아우 부끄러~~ 곧 맛있는 냄새가 나더니 이내 식탁은 잡채와 갈비찜, 오징어와 새우튀김, 해물파전 등 맛있는 음식이 한 가득.. 내가 입만 벌리고 먹을 생각을 하지 않자, 언제 오신건지 두분이 얼른 먹어보라고 성화셨다. 젓가락을 들어 이쁘게 장식되어 건드리기 아까운 음식들을 먹어 나갔다. 우와 맛있어- 세상에 살살 녹네 녹아-
“맛있니?”
“네- 정말 맛있어요!!”
그렇게 두분도 젓가락을 들고 그제서야 먹기 시작하셨고, 배가 터질때까지 오랜만에 마음껏 먹을수 있었다. 사실 내숭좀 떤다고 아쉬운 만큼 먹고는 젓가락을 놓았더니 하도 더 먹으라 하셔가지고 어쩔수 없이..오호호호-
후식으로 홍차까지 맛깔나게 마신나는 두분과 함께 어울려 또 다시 보드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근데, 태하녀석 밥은 먹었을려나?.. 걱정되네 괜시리.. 나만 맛난거 먹어서 미안하기두 하고..
“새아가 걸렸다~!!”
“아- 아니예요- 아-!!”
에이 잘 있겠지.. 아무래도 두분다 태하한테 말을 한거 같으니까, 독단적으로 그랬을리가 없잖아.. 게임에만 집중하자, 500원짜리 판이니까!!
-끼이익..
“자요?”
“응..자네..”
“휴.. 오늘만 해도 집에 가면 안됀다고 몇번을 그랬는지 알죠? 아주 그 집 생각 못하게 어떻게해서든 못가게 해야해요- 태하가 우리한테 부탁한거니까..나도..그여자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네요- 그여우같은게..”
“..어쩌겠어.. 조금더 지켜보자구..”
“오늘은 경영이란 무엇인가! 그 개념에 대해 공부를 하도록 하겠..”
아- 울 늑대 보고싶다. 우리 원이도..한이도. 밥 잘 먹고 있겠지? 뭐야- 늑대 얄미운 녀석, 내가 없으니 좋다 이거야? 연락도 안해주고.. 나 그집에서 나온지 벌써 삼일이나 흘렀는데..
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오고.. 내가 전화하면 안받고..씨이.. 이게 혹시 바람피는건가? 그런거기만 해봐- 가만안둬! 부숴버릴꺼야~ 지루하다.. 수업 첫날인데 이렇게 지루할 줄이야- 이게 다 – 태하녀석을 못봐서 그런거라구..힝.. 보고싶은데 보지도 못하고.. 그래.. 오늘 저녁에 탈출이다! 탈출을 해서- 아침에 이 집에 들어오는거야!! 후후훗-
그럴려면 우선 치밀한 게획이 필요하겠군.. 우선 어떻게 빠져 나가느냐.. 안들키고 빠져나가려면..그러려면..
“…!! 유…원..
“네?! 네!!”
“..첫날부터 제가 무리한 스케쥴을 짯나보군요-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수업중에 잘 정도면..”
“으아아- 그게 아니라..”
“덕분에 허공에대고 공부를 가르친 격이군요- 열시예요- 내일은 성실한 모습 보여주세요- 그럼”
차가운 바람이 씽씽 부는 아줌마는 휑- 하니 그래도 나가버렷다. 나 저선생한테 찍힌건가.. 아이고- 피곤하다 피곤해- 허리와 어깨를 두드리며 책상에 놓여있던 노트북과 연습장을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계획한 시간은 모두가 잠든 한시다! 그래- 그때까지 조금만 자다가 일어나서 실시하는거야- 그래, 우선 피곤하니까 잠을 자는거야.. 그리고 활기차게 좀도둑처럼 스파이더맨처럼..그렇게..가는거야..음냐..
“새아가- 일어나- 밥먹자..”
“헉!!”
“그래- 얼른 씻고 오렴- 밥 다됬다-“
..여덟시 삼십분.. 아오씨..이 잠탱이 계속 또 잠만 처 잤나봐.. 아오 안돼안돼안돼..
그래! 연기다! 오늘 실시 하는거야! 우선 활기차게 씻고 밥부터 먹어볼까?! 냐하핫-
“경영학은 제일 중요한게..”
“말투는 부드럽게- 몸가짐은..”
“자- 따라해보세요- 솰라솰라-솰라솰라..”
“오늘 배운것들을 복슴하는 의미로 노트북과 연습장을 검사..”
아- 피곤해 오늘도 너무 피곤하다.. 안돼겠어- 그냥 내일.. 온몸이 피곤하면 날렵해지지 못하는 법.. 내일..그래 내일 날렵하게 실시하는것이야!!
“경영학은..”
내일..
“걸음걸이는..”
내일..
“솰ㄹ라솰라라라라~…”
그래..내일..
“오늘도 어김없이 검사…”
으아악!! 내일!!!
오눌이다!! 그렇게 고대하고도 고대했던 그날이 바로 오늘!! 어언 일주일 전에 세운 계획을-..부끄럽게도 지금..크윽.. 그치만 너무 피곤했단 말이야- 무슨놈의 공부가 그리도 어려운지.. 뒤늦게 나마 실천하는게 어디야!! 암! 그럼!! 흐흐.. 그럼 뒷문으로 살짝쿵 나가볼까나~ 오랜만에 보는거라 특별히 화장도 하고 어머니가 사주신 옷도 입었는데..이쁘게 보일려나..히히.. 부엌문을 빠져나가자 마자 냅다 뛰기 시작해 큰길로 나와서 택시를 잡아탓다
힘차게 건물을 부르고 나서는 계속해서 두근대는 가슴을 움켜쥐고 설레고 있었다. 일주일만에 보는건데 그럼.. 날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놀랄까? 기뻐할까? 푸훗- 놀라겠지? 아 빨리 보고싶다 우리 늑대-히히..
설레는 마음에 부응하듯 택시는 목적지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 나갔고, 나 또한 설레는 가슴 부여잡고 숨고르기에 바빳다. 휴우-휴우- 진정하자..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괜히 설레네..헤헤.. 좋은 기분에 남은 돈은 팁이예요-!! 하고 내려서 그 힘들던 계단을 단숨에 올라갔다. 숨도 헉헉대고 가슴도 헉헉대고. 와 무지무지 설렌다.. 기분좋다..이런거..
초인종을 누르고 놀래킬까? 아니면 자고 있는데 가서 왁! 하고 놀래켜줄까.. 그냥 방에 들어가서 놀래켜 주는게 더 놀라겠지? 후훗.. 조심스레 비밀번호를 누르고 스르륵 열리는 문안으로 빨려들 듯 들어갔다. 후- 조금 크게 들린 도어락의 소리를 못들었나 보다. 깊이 잠들었나봐..후후..
내 발소리라도 들은듯 원이와 한이가 현관으로 나와 팔딱대면서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어머- 애네들좀 봐- 엄마 오랜만에 보니까 좋아?! 으유- 이것들 이뻐 죽겠네- 응? 근데 이건 뭐야? 현관쪽의 불을 켜고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는데 입에 왠 ..이거 뭐야? 짖지 말라고 이래놓은거야? 누가 이런거야?! 아이들의 입에 작은 뭐라고 하지? 입마개? 아니, 이거 누가 씌운거냐구.. 태하가 그랬어? 짖지 못해서 끙끙대면서 내 품으로 파고드는 원이..
원이와 한이를 내려놓고 방으로 다가가자 원이와 한이가 나를 뒤따라 왔다. 내가 방쪽으로 몸을 돌리자 따라오더니 멈칫하고 으르렁 거린다.. 안되겠다. 재네들 저거 풀어줘야지- 허겁지겁 입을 막고 있던 물건을 풀어 주었고, 곧 방을 향해 크게 짖기 시작했다. 애네들이 왜이래- 아빠자는데 시끄럽게- 허둥지둥 애들을 진정시키려 안간힘을 쓰는데 이윽고 방문이 스르르 열렸다.
“아이씨바- 이것들 왜 자꾸 짖고 지랄이야!”
부엌쪽에서 한이를 벌하고 있던 내가 여자의 목소리에 놀라서 일어섰다. 방앞에서 짖고 있던 원이를 그 여자는 발로 차버렸고, 원이는 테이블 밑으로 밀려 들어갔다. 어떻게..애들을 저렇게.. 저여잔 또 뭐야?! 여기 우리집인데.. 왜 태하방에서 나와?
“야-
“시끄러 그딴소리 하면 죽여버린다 했지.”
“아 시끄러! 짜증나잖아!”
-쾅!!
지금 나에게 일어난일이 꿈만 같다. 같은방에서 들린 태하의 목소리도 꿈만 같고.. 내 속옷을 입고 있는 저 여자도 꿈같다. 우리 원이가 발로 차인것도 꿈만 같고.. 언제 왔는지 원이가 낑낑대며 내 발주위를 맴돌았다.
“우리 원이 많이 아프지? 괜찮아? 우리 작고 이쁜 원이를..”
이상하지? 이거 진짜 지독한 악몽인데.. 정말 지독한 악몽인데..안깬다.. 가슴이 아파서 진짜 너무아파서 숨도 못쉴거 같은데..왜 악몽에서 안깨는걸까..어떡해.. 태하한테 잘보이려고 화장했는데.. 마스카라 번지겠다..씨이..헤헤..나 이제 태하한테 말해야 겠다.. 나 왔다고.. 나 태하 보고싶어서 왔다구..아까 지독한 꿈을 꿧다고..그래야 겠다. 그치?
내가 다시 그방으로 다가가자 원이와 한이가 또 다시 으르릉 거리며 짖기 시작한다. 왜그래. 안엔 아빠밖에 없어 애들아- 그러니까 짖지마- 꿈으로 착각할수 있게 조용히 해줘!! 제발..
떨린다. 문고리 잡기..정말 떨린다. 예전엔 막 열었는데..지금은 그냥 잠겨서 안열렸으면 좋겠다.. 정말 떨린다…
“아이씨바 저 개새..”
..내가 문고리를 잡기위해 손을 뻗는 동시에 방문이 열리면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여자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나도 보았다. 그여자를.. 태하가 나에게 사준.. 내가 입고 처음 안긴.. 붉은색 슬립을 입고..나를 쳐다보고있는걸.. 놀란 눈도 아니였다. 이건 뭐야 또.. 그런눈? 웃긴다.. 여긴 내 집인데..여긴 태하와 나만의 공간인데..
“이건뭐야또..
“다 끊었다고 했잖아-!!”
“그럼 이앤 뭐냐..”
나오지마.. 싫어.. 다가오는 태하의 발 소리가 잔인하게 들린다.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이 나를 점령했다. 아프다..가슴아프다. 이건 분명히 악몽인데.. 분명히 악몽맞는데.. 나를 보던 태하의 눈이 잠시 흔들리다 이내 냉정하게 ..차갑게 굳었다.
“..너 왜왔냐.”
...야.
“우..우리 강아지 찾으러요.. 그동안 신세..흐윽..많이 졌어요..흐흐윽.. 근데요..여자분..그러시는거 아니예요-..강아지도 아플줄 알아요.. 흐어엉.. 강아지..우리처럼..아플줄..알…..아요..자기 강아지 아니라고 막 대하시는..거..”
-철썩!!
“..씨발.. 개 찾으러 왔으면 개가지고 꺼져- 그동안 키워준거 고마운줄 알아- 그리고 설교하려들지마..짜증나니까..”
-쾅!!
아프다..아프구나..뺨..오랜만에 맞아 본다..정말 아프다..아픈데..마음이 더 아프다.. 그냥 눈물만 나고..말은 안나와.. 문열어라고.. 마구마구 쏘아대고 싶은데.. 문두드리면서, 여긴 태하와 나의 공간인데 왜 니가 있냐고.. 니가 있을곳 아니라고, 나 태하 애인..인데..그런데.. 니가 왜 여기.. 있는거냐고..그러고 싶은데.. 태하의 의미없이 차가운 눈이 생각나서.. 못그러겠다. 왜 그옷을 그여자가 입고 있는지도..모르겠어.. 내가 울어도 넌 아무렇지 않아? 그래서 날 너희 어머니께 보낸거니? 그집에서 너 바람 다 필때까지 붙잡고 있으라고? 내가 뭘 어쨋는데, 내가 너한테 뭘 부족하게..했는데..
-끼잉..끼잉..
그래, 난 강아지 찾으러 온거였어- 나 누구 보고싶어서 온거 아니였어- 그냥 내 강아지.. 맡겨놓은 내 강아지들 찾으러 온거야..
“한아- 원아, 우리 빨리 집에 가자- 그래..”
한이와 원이를 두팔에 각각 안고는 비틀대면서 현관으로 나갔다. 신발을 주섬주섬 신고 있는데, 갑작스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레 나는 뒤를 돌아 보게 되었고, 곧 내 눈에 비치는건 걱정스런 얼굴의 태하가 아닌 날카로운 인상의 그 여자였다.
“너 태하녀석이랑 보통사이 아니구나? 이거 니 강아지 맞아? 도어락 번호는 어떻게 알아?! 빨리 안말해?!”
다짜고짜 내 팔에 안겨있던 한이와 원이를 내려치면서 다른손으로 가슴 가운데를 치며 뒤로 밀었다. 내가 뒤로 밀려나자 내 팔을잡아 끌어 다시 앞으로 잡아 당겼다. 몸이 쏠리는 사이 다시한번 알싸한 아픔이 내 뺨을 스쳐지나갔다.
“꼴에 화장에, 원피스까지? 어떤사이야! 빨리 말해- 말하라고!!”
-으르릉..앙앙!!앙!!
“아오 이 개새끼들 진짜”
-짜악!!
“..남자하나 꿰찮게 그렇게 잘났니?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 때려? 너 한글 못알아 먹니?! 강아지 데릴러 왔다잖아! 너야말로 개새끼야- 어디서 교양없게 큰소리며- 남의 애완동물을 함부로 다뤄?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처박아두고 귀국했니?”
어느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말이 술술 풀렸다. 흐느낌으로 막히는 부분은 있긴 했지만 이를 악 물고 뱉었다. 나에게 뺨을 한대 맞은 그여자의 눈이 더 날카롭게 찢어지더니 이내 주먹으로 내 머릴 쳤다. 원이와 한이가 짖었고, 곧 내가 얼굴을 들어 다시한번 그 여자의 얼굴을 쳤다.
“하.. 이게..미쳤나?!”
“미친건 너야- 짐승 같은 년..”
황당한 표정이 역력한 여자를 다시한번 째려봐 주고는 짖고있는 원이와 한이를 들어 그 집을 빠져 나왔다. 집을 빠져 나와 쓸슬히 길을 걷는데..참 처량하다.. 내집에서 맞기까지 하고 쫒겨나고.. 웃긴다..그치? 다시금 북받쳐 오르는 눈물이 시야를 가렸다. 나쁜놈..
“흐어어엉..흐엉..흐윽..흡..흐엉…아아앙…훌쩍, 흡. 흐윽”
서럽다. 아무말도 안해준 태하녀석도 서럽고, 쉬쉬거리셨던 태하 부모님들도 밉고..다 밉다. 정말 다 밉다. 난 모든걸 포기하고 자기를 따라가려 마음먹고 공부하건만.. 그녀석은..어떻게 이렇게 뒤통수를.. 복받쳐 오는 서러움과 배신감에 눈물은 멈출줄을 몰랐고, 한이와 원이 또한 내 주위를 빙빙 돌면서 배회만 할 뿐이였다.
“..야-“
“훌쩍..”
“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태하녀석일까 하는 말도안돼는 기대를 하면서 고개를 들어 나를 부른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저자식이 여기 왜있어-
“흐어어엉!!!”
들었던 고개를 다시금 무릎에 파 뭍은채로 통곡했다. 오징어 저게 왜 여기 있냐고- 보이기 싫은 꼴까지 보이고..
“아- 완전 귀신이야- 마스카라.. 아 짜증나 아줌마 일어나! 아 얼른!!”
억지로 끌려오게된 녀석의 자취방. 남자녀석이 사는 방 답게 무언가 어정쩡하고 어수선 하다. 녀석이 특별히 음료를 타준다며 큰소리 뻥뻥치던 레몬 홍차는 얼음이 녹으면서 달그락 맑은 소리를 내었다. 유리컵에 담긴 갈색빛 홍차를 멍하니 바라보고있을 때 녀석은 한이와 원이에게 우유를 가져다 주곤 쭈그려 앉아 먹는 애들을 쓰다듬었다.
“너네 방에다 실례하면 죽음이다? 알았냐?”
“그거 마시고 진정하고 욕실에 가서 좀 씻어- 얼굴 완전 아- 진짜 못봐주겠어-“
묵묵히 홍차를 마시고는 우유를 열심히 먹고있는 녀석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오징어는.. 왜 울었는지, 왜 거기있는지.. 나또한 묻지 않았다. 그시간에 왜 있는지, 왜 날 도왔는지.. 찬물에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나가자 반팔과 반바지는 던져주는 녀석
“그옷입고있게? 갈아입어, 나 학교갔다 오면서 속옷 사올께, 한숨 푹자- 사이즈가 어떻게 되?”
대답도 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왔다.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자꾸만 넘치려는 눈물을 꾹꾹 참느라 입술은 상처투성이였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밖으로 나가자 학교로 간듯 오징어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녀석의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버렸다.
한..태하..나쁜놈.. 자꾸만 나오려는 눈물이 원망스러웠다. 이제는 안나왔으면 좋겠는데.. 하도 울어 뻑뻑해진 눈이 아팠다. 하는수 없이 눈을 감고는 귀를 열어놓고 한이와 원이가 장난치는 소리만 들으면서 있었다. 너..진짜 나빠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해는 이미 기울어져있었고, 오징어의 침침했던 자취방에도 햇빛이 스며들었다. 눈이 개구리처럼 부어올라 보기 흉한 나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는 뒤를돌아 방을 쳐다보았다. 엉망이다. 정말 개판.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면 슬픔이 줄어들겠지. 창문과 현관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는, 곧바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언제 빤건지 시커먼 푸른색 이불을 끌어다 욕조에 담구어 놓았고, 침대커버와 배게집을 벗겨서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여기 저기 흩어진 옷들을 세탁 바구니에 넣어 놓고, 구석구석 쳐박혀 있는 녀석의 속옷들을 욕실에 던져놓았다. 남자혼자 사는집에 왠 여자속옸이야- 으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원이와 한이를 혼내고는 테라스로 쫒아 내었다. 낑낑거리더니 이제는 테라스에서 잘만 노는 녀석들.. 너희는 태평해서 좋겠다. 흩어져 있는 담배 꽁초와 술병들을 정리하고, 좀 민망한 물건들을 치웢고, 싱크대를 얼마나 사용안했는지, 어유- 고무장갑을 끼고, 그릇들을 다시 꺼내어 모두다 씻고, 때가 낀 싱크대를 구석구석 닦아내며 청소하기 시작했다. 냄비와 그릇들도 정리를 하고, 서랍장에 가득한 뒤죽박죽 라면들도 다시 정리를 했다. 불쾌한 냄새가 가득한 냉장고를 열어 내용물을 전부다 꺼내어 정리를 하고 닦아 내었다. 어째 정리하니까 술 밖에 안남네.. 대충 방과 주방을 치우고, 욕실로 들어가 물에 담그어 놓은 이불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밟으면 밟을수록 시커멓게 변하는 물이 두렵기만 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청소를하고 나니 해는 어느새 기울어져버렸고, 나는 녹초가 되어선 방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집은 조그마한데 치울건 엄청 많네-“
..혼자.. 이미 힘이란 힘을 모두 뺀 내가 벌떡 일어났다. 안돼, 그런 생각 못하게 바빠야 해.. 빨아 놓았던 원피스가 마른 것을 확인한 내가 옷을 갈아입고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일단은 오징어의 집에 있던 우유로 떼웠지만 배가 고플거야- 그래- 봉사활동 하는셈치고 불쌍한 중생하나 내가 구하는거야- 원피스 주머니에 꼬깃 꼬깃 만원짜리 몇장이 나왔고, 나는 근처 대형 마트로 향했다. 도착해선, 개 사료와 반찬거리들, 고기, 계란.. 미친듯이 사들였고, 결국 있던 돈을 모두 탈탈 털어 놓고 오징어의 집에 도착했다. 호수가 헷갈려서 고생하긴 했지만, 무거운 봉지 두개와 뒤따라 김장김치와 쌀을 들고오는 배달부 아저씨, 배달부 아저씨를 마중하고나선 김장 준비를 시작했다. 미쳤지, 여름에 김장이라니.. 테라스로 김치를 가져와 준비를 시작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일 동안 쌀을 쌀통에 부어버리고, 양념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마엔 땀이 송글 송글 맺혔고, 몸은 점점 피곤해 졌다. 양념장을 다 만들고는 고등어를 손직해 소금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냉장고 정리를 시작했고, 냉장고 정리가 끝나자 널어놓은 빨래를 걷기위해 테라스로 나가 빨래를 걷었다. 걷은 빨래를 개고난후 테라스로 나가 배추 상태를 살펴 보고, 곧 오징어의 옷으로 갈아입은뒤 밥을 하기 시작했다 방안 가득 퍼져나가는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와, 오랜만에 먹어보는 고등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어느정도 달구어지자 먹음직스런 고등어를 한마리 올려 놓자 맛잇는 소리를 내며 고등어는 그렇게 익어갔다. 그래, 그녀석이 없으니까 생선도 먹고 좋다. 매일 육류밖에 못먹었는데.. 잘됐어. 내가 생선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누군가가 그랬다. 밥통의 지존은 코코라고. 채은이라고 내가 말은 안한다. 코코가 뜸을 다들였다고 알려주었고, 덕분에 내 손놀림도 빨라졌다. 이녀석은 음식도 안해먹으면서 가스렌지는 왜 4구짜리야- 시금치를 데치고나서 양념을 해 버무렸고, 계란찜을 넣은 냄비는 뚜껑이 덜덜 거렸다. 맛있는 냄새가 방안에 퍼질 동안 원이와 한이 이 먹보들은 식탁밑을 돌아다녔고, 어느정도 반찬들이 완성이 되자 타이밍 좋게 오징어가 나타났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던 녀석이 맛있는 냄새에 놀랐는지 운동화를 벗다 말고 주방쪽으로 쳐다보았다.
“..뭐야-..”
“밥먹자..배고프다. 하루종일 방 치웠더니..”
야쿠르트 앞치마를 메고 손엔 주방 장갑을 낀채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를 식탁으로 옮겼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고등어를 접시에 담아놓고 밥을 퍼고는 식탁에 앉았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맞은편에 앉으려는 오징어를 제지하고 씻고오라고 욕실로 등떠밀었다. 후.. 저녀석이 씻는동안 난 우리 이쁜이들 영양식 만들어 줄까? 익숙한 손놀림으로 녀석들에게 줄 특별 영양식을 만들었다. 배가 많이 고플거야- 아무 그릇을 두개 꺼내선 나누어 담은뒤 바닥에 두자 녀석들 쏜살같이 달려와 허겁지겁 먹는다. 욕실 문이 열였고, 언제 샤워까지 했는지 팬티만 입고 나타나는 녀석이다. 저녀석이 아무리 내가 아줌마로 보여도 그렇지..지금 그 패션은 뭐냐..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더니 이내 옷장쪽으로 뛰어가 반바지와 반팔티를 입는 녀석.
“아- 여자있으니까 불편하다”
“조심해- 놀랐잖아”
아무 감정 없다는듯 퉁명스레 녀석을 향해 쏘아주고는 숟가락을 들어 된장찌개를 맛보았다. 오늘따라 맛있다. 진하게 우러난 된장에 괜시리 뿌듯하다.
“곰도 구르는 재주 있다더니, 요리도 할줄 아네?”
“시꺼- 밥이나 먹어- 오징어야-“
“아- 그 오징어라는 별명좀 집어 치우면 안돼?!”
내가 싫다는듯 밥을 먹다 말고 혀를 내밀어 녀석을 약올렸다. 인상을 팍 쓰더니 이내 먹는것에 집중하는 녀석
“나 며칠만 신세지자-“
“싫어- 빨리나가”
“..갈데 없어- 채은이한테는 큰소리 뻥뻥치고 왔는데, 벌써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구. 태재녀석은 사쿠라가 있잖아.. 게다가 사촌이고.. 주은이는 부모님이랑 같이 산다며.. 단칸방에다.. 널 만난건 너에게 빈대붙으라는 하늘에 계시지! 야- 그리고 내가 방값으로 오늘 돈 많이 썻잖아- 이거 다 내 돈으로 산거야 이 궁핍한 자취생아”
“궁핍하긴 누가- 방은 깨끗이 잘 치웠네”
아무렇지 않다는듯 녀석과 장난섞인 말을 주고 받으며 식사를 끝냈고, 밥은 내가 쳤으니, 니가 설거지 하거라- 하는 명령을 내려놓고 나는 침대로 뛰어들었다.
“아- 아줌마! 나 침대에서 잘꺼야!”
“이게! 야- 이 누님은 침대에서 안자면 몸이 아파요- 바닥에서 처자!”
녀석의 설거지 광경을 배경삼아 티비를 보았다. 한참 재밌는게 재방송을 하는지라 한이와 원이를 침대에 올려놓고 장난을 치면서 보고 있었다. 그러다 밀려드는 졸음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아, 밥 먹고 바로 자면 살찌는데..
김장김치!! 김장김치에 놀라서 눈을 뜨니 새벽 두시쯤이였다. 허겁지겁 테라스로 달려가선 배추를 들어 두어번 씻고선 물기를 빼기 위해 구멍난 큰 소쿠리에 담아놓았다. 다 담아 놓은뒤에 방으로 터덜터덜 방으로 들어오자, 언제 내려 간건지 원이와한이 그리고 오징어 녀석이 사이좋게 몸부림을 치며 자고 있었다. 귀여운것들.. 내 손길을 느꼇는지 한이가 움찍거리면서 일어나더니 내품으로 파고든다. 이쁘다. 우리 한이..에이..뭐야- 왜 궁상맞게 눈물이 나지? 안멈추고 계속 흐르잖아.. 왜이러지.. 안과라도 가볼..까..
“흐으으읍…흑..”
주저앉아 질질 짜던 내가 훌쩍거리며 아직 얼굴에 남아있는 눈물을 닦으려 할 때 어떤 힘에 의해 난 앞으로 쏠려 드러눞게 되었다. 질끔 감았던 눈을 떠 앞을 쳐다보자, 오징어 녀석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
헐렁한 셔츠가 녀석의 손에 의해 위로 끌려 내려왔다. 소리없이 눈물이 흘렀다. 너도..남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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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연재-_- 날짜가 휙휙 가버리네요-
일은 마구잡이로 엉키고 설키어서 엉망이고..
어떻게 매듭을 풀어 나가야할지 걱정입니다. 다음편은 20편입니다. 번외편이구요
이 다음편은 21편에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요즘들어 자꾸 시간을 빨리빨리 보내버리는 접니다만..
솔직히 하루하루가 길면 여러분들이 지루해 하실것도 같고.. 그래도 길긴 길지만..
짧은땐 한줄도 안돼서 짧잖아요.흐흐흐
아무튼 여러분, 저녁 맛있게 드시고- 다음편에 뵈요.^^
첫댓글 어므어므 ㅠㅠ 계원이 어뜨케 ㅠㅠ 작가님! 빨리 이상황을 모면해 주시와요 ♡
헙. 이런 반응이 나올줄 예상을 했답니다. 오호호(<-진지한 농담)이 상황은 스무번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저는 스피드연재 좋아한답니다!!!!!!!!!!!!!!!!!!!!!ㅋㅋㅋ
헛, 그런.. 저도 그런 연재를 좋아 합니다만은.. 후후.. 바로 십년을 넘겨..-_-)a 하하핫- 댓글 감사드려요-♡
빨리 담편 부탁해요~~
오늘 올렸답니다.^^ 재밌게 읽어 주세요(재미랑은 거리가 있을려나?) 댓글 감사드려욤♡
나쁜쉐리.!!이런 인간계의 쓰뤠기!!! (부디 잘되기를..-_-;;;;;;)
헙,, 진정하세요!!^^ 너무 나쁘지많은 안을꺼예요~(<-응?) 댓글 감사합니다.^^♡
좀 뛰어써주지 흑 스크롤바의 이 더 낫겠다는 태하가 왜그런걸까요 훌쩍
다음편은 보기에 눈의 피로가 줄지 않았을까 싶어요, 일부러 조금조금씩 띄어쓰기를 했답니다.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댓글 감사합니다.♡
나쁜아이나쁜아이ㅜㅜ
태하가요? 아님 오징어가요? 흠.. 둘다 나쁜데? 후훗- 댓글 감사드려요-♡
이런....이런.나쁜.................에에엑.......후우< 진문아@@너이러면안대 태하도나쁜넘계원이를놔두고오@
하하핫- 조금 긴장이 고조되었나요? 고조되어야 하는데..음.. 히히 댓글 감사드려요♡
ccr랑ㅎHU<이님꼬릿말채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님이 남겨주신 댓글 보고 다시 위로 올려서 보고 왔어요.^^ 저도 보고 푸훗- 했답니다. 헤헤- 기분이 많이 좋네요-^^ 댓글 감사드려요=♡
오타 발견입니다 ㅇ _ ㅇ.. . 그런게 조금있네 ? 대무을 열고 " 체크 "
태한 진짜 나뿌다  ̄^ ̄ 칫~~☆(웬 귀여운척?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