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소금강'이라 일컫는 강천산[剛泉山]에 다녀왔다. 해발 580m의 산이니 높다고 할 수는 없으나 울창한 숲이 기암절벽과 그리고 예쁘장한 계곡과 함께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멋진 산이라고 생각된다. 피플회장, 알대장, 마포, 지리산 4명의
행복충만 산행기를 올린다.
1. 만남과 출발
새벽 5시 15분 알람이 울리고 바로 기상. 먼동이 틀때 쯤인 10월 21일
토요일 아침 6시반에 양재역 부근에서 만나 출발하기로 한다. 피플회장님은 6시5분 도착, 잠시후에
지리산 도착, 그리고 알대장과 마포나루는 10분 지각. 양재역 근처에 살았을때라면 15분 정도 걸어가면 될 거리인데 봉천동
주민이 되어 버스를 갈아타고 가다보니 조금 늦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마을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로 옆부분의
낙엽 치우는 차가 내가 기다리는
버스와 거의 동시에 와서 그 버스를 놓쳤고... 이래저래 20분을
기다리다 늦게 되었다. 그런데 알대장도 차가 막혀 조금 늦는다고 해서 천만 다행[?]이었다.
바로 출발해서 양재 IC를 빠져 나가면서 목적지 '순창'으로 향한다. 단풍구경을 하러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이 붐빌거라는 예측을 했으나 길이
술술 잘 뚫린다. 오늘의 산행목적지는 전라북도 순창군의 '강천산'인데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이고 강천산뿐만 아니라 광덕산 산성산 추월산 등 몇개의 봉우리와 계곡이 있는... 전라남도와의 도계에 있고 노령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곳이다.
2. 즐거운 토크쇼
우리
산악회의 특징이자 장점은 아마도 끊이지 않는 이야기의 진수성찬일 것이다. 이번 산행에서의 토크쇼도 역시
즐거웠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근황부터 학과 개설 50주년
기념 이벤트 준비상황,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문제점과 개선책, 가장
자본주의 경제에 어울리는 야구라는 스포츠 종목, 그리고 지난 추석때 해남에 다녀오신 피플회장님의 여행담, 진도의 유명하고 특별한 식당 '짬뽕 잘하는 집', 10일간의 긴 연휴로 인한 후유증, 최고 권력자의 자녀들을 위한
교육제도 변경 특히 평준화,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의 문제점, 논산의
충청남도 편입과 순창의 전북 편입, 신승훈 콘서트의 문제점은 작은 목소리와 유사한 노래 스타일 등등... 쉼없이 이야기 보따리가 차안을 즐거운 분위기로 채운다. 그런데
기름탱크에 휘발류가 거의 비어 있음을 발견. 아뿔싸! 기흥휴게소는
영업정지? 만약 중간에 기름통이 바닥나면 대형 사고? 그러나
별탈 없이 다음 휴게소에서 주유를 마치고 목적지를 향해 쌩쌩 달린다.
3. Mother said '병선아 강천산 참 좋더라'
남원을
지나 순창읍을 옆으로 지나 강천산에 다가오자 정말 멋진 메타 세콰이어 길이 좌우로 펼쳐진다. 수령이 50년은 족히 지났을 듯한 아름드리 나무가 마치 군대에서 열병식을 보듯...[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표현] 이때 강천산에 대해 알대장이 한마디 한다.
36년전 고3때 어머니가 하루는 강천산에 다녀오셨는데 '참
좋더라'...라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그래서 36년만에 이 산을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리산'은 예전에 한번 이곳에 다녀왔는데 높이 50m위에 있는 구름다리와 인공폭포 등 볼거리가 있다는 사전 정보를 알려준다.
4. 산행의 시작
주차장이
가득차서 맨 아래 초입의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로 입구로 향한다. 아침 겸 점심으로 더덕불고기구이와
더덕 말걸리를 한잔씩 하면서 배를 채우고 잘 닦여진 길을 따라 올라간다. 길옆에는 군밤과 석류즙 그리고 옥수수와 표고버섯을 파는 장사꾼들로 가득하다.
15분쯤 걸어가는데 오른편으로 거대한 바위절벽이 나타난다. 병풍바위인데 인공으로 폭포를
만들어서 멋진 볼거리를 만들어 준다. 높이가 50m는 넘을
것 같다. 사진을 몇장 찍고 통일신라 진성여왕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강천사를 지나 첫번째 봉우리인 425m의 신선봉으로 오른다.
5. 구름다리와 신선봉
지상에서 50m위에 있는 구름다리를 거쳐 신선봉[전망대]에 오른다. 가파른 계단이 계속 이어지는데 처음부터 숨이 차오른다. 적당히 오르자 강천산의 전체 산세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아직 단풍의 울긋불긋한 모습들은 보이지 않는다. 구름다리를 건너 매우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등산을 자주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갔다왔던 산 가운데 가장 심하게 많고 높은 계단의 연속이다. 조금전에 지나왔던
구름다리가 저 아래 보인다. 원래 나의 계획은 따로 코스를 잡아서 높은 산에 오르지 않고 평지길을 계속
걸어 구장군폭포까지 다녀온후 아래 주차장에서 만나는 것이었는데 다시 되돌릴 수도 없게 올라와 버리게 되었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상황.
6. 나홀로 산행
피플회장님과
알대장 그리고 지리산은 신선봉 전망대에서 우측의 광덕산으로 길을 잡았고 나는 하산을 시작했다. 一日
一山 主義 에 충실하고자 했다. 작은
계곡에는 졸졸졸 시냇물이 흐르고 울창한 숲을 지나 내려가기 시작했다. 단풍나무 특히 아기단풍이 많다고
했는데 내눈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이라고 하는데 [21위] 열심히 계단을 올랐던 기억밖에는
안나니 이것도 문제일 것 같다. 중간에 약수터가 있어 잠시 쉬고 있는데 그 동네 사시는 분이 '강천산'에 대해 설명을 한다. 단풍도
좋지만 봄에 벚꽃도 장관이라고...이따금씩 나무 사이로 예술작품 같은 기암괴석들이 보인다. '호남의 금강산'이란 별칭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닌가 보다.
7. 휠체어를 탄 어느 할머니
강천산
산책로는 고운 흙으로 잘 닦여져있어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걷기도 하고 유치원생 같은 어린아이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걷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어느 할머니는 고등학생쯤 되 보이는 손주녀석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산책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그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특히 할머니의 만족스럽고 행복한 표정...그
흙길은 '황토마사토' 라고 순창군에서 특별히 기획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강천사에 들러 절구경을 조금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30대후반의 엄마가 딸아이한데 동요를 불러주며 단풍 이야기를 한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8. 순창의 넉넉한 지방도로
30분쯤 지나 주차장에서 4명은 다시 만났다. 주차장에 있던 수십대의 관광버스 들도 한두대씩
떠나기 시작한다. 여행지에는 많은 소비가 동반되는 것 같다. 주차장
주변에는 오전보다 더 많은 토산물 가게들이 들어섰다. 가장 많은 시선이 향한 곳은 적당한 크기의 '밤'이었는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인심도 후하게 시식도 권하가며
즐거운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이젠 '장구목 식당'으로 출발한다. 순창읍의 한가운데를 지나는데 동네가 너무 예쁘다. 87년인가 MBC에서 '노래하는
중계차' 라는 지방순회프로그램을 하러 온 적이 있었는데 벌써 30년전
얘기다. 길은 좁았지만 지나가는
차들도 별로없고 유유자적한 들길과 강변길을 따라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긴다. 추수가 다 끝난 논에는 볏집이
쌓인 곳이 많이 보인다. 잠시후에 지도에는 나와있을 것 같지 않은 작은 도로에 들어섰고 섬진강상류의
멋진 바위와 개울을 지나 중간목적지인 장구목 식당에 도착했다.
9. 눈과 입이 이토록 호사를
느끼다니
알대장이
사전 예약한 '장구목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 앞으로는 섬진강 상류의 시원스런 전경이 펼쳐진다. 정삼각형을
잘 세워둔 산모양의 대자연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시골마을의 풍광이다. 우리말고 남녀 커플 한팀이 더 있을
정도로 붐비지 않았다. 테이블에 앉자 민물새우 된장찌게를 끓이기 시작하고 열두개의 접시에 예쁘게 수놓아진
자연식 반찬들이 올라온다. 참나물 무침, 두부부침, 토란 들깨 무침, 이름모를 나물들...그리고
이름을 달기 어려운데 가지를 적당히 말려서 식감 좋게 양념을 무친 반찬... 끌으로 생가지 탕수육 같은
후식까지 눈과 입이 이토록 호사를 느낀적이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면서 멋진 식사를 마친다. 특히 반찬 한가지 한가지 마다 작은 자연의 꽃들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 누구로 부터 융숭한 대접 받았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음식점 주인의 얘기는 여기에는 그냥 길을 가다 들리는 손님은 거의 없고 사전 주문을
하면 필요한 양만큼 직접 산이나 밭에서 식재료를 구해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식당을
떠날때 저멀리 특별하게 생긴 바위를 봤는데 '요강바위'라고
한다. 가운데가 움푹 패인게 마치 요강처럼 생겼다.
10. 이젠 서울로
6시쯤 되어 식당에서
출발한다. 드라이버를 마포나루로 바꾸고 좁다란 시골길을 빠져나와 남원과 전주의 부근을 지나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서서히 해는 기울고 약 300km의 '서울로 가는 길'이 남아 있다. 토요일
밤 9~10시에 서울로 들어서려면 길이 많이 막힐텐데...라는
걱정을 하면서 올라온다. 혹시나 내가 졸음운전이나 위험운전을 하지 않을까 알대장이 걱정하는 분위기다. 내 뒷쪽의 '지리산'은
많이 피곤한가 보다. 한참동안 이런 저런 대회를 나눴는데 아무말도 안끼어든걸 보면 자고 있었을 것 같다. 길은 거의 안 막혔고 9시반에 양재역 부근에 도착해서 4명의 공식적인 '강천산 여행'은
마치게 된다. 서로 아쉬운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오는 버스안에서 오늘 다녀온 강천산을 다시한번 머릿속에서 그려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가지 장면을
꼽는다면 신선봉 위에서 저 아래로 내려다본 구름다리의 모습이었다. 참 예뻤다. 모두의 마음처럼...
그리고
다음 달 산행은 서울 한가운데의 '남산'으로 예정 하고 있다고...
첫댓글 오우, 빠른 산행기 재미지게 읽었네.. 산행은 항상 즐거움..다음달엔 함께!
글을 읽고 나니 동참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사무치는군. 어쨌든 잘 읽었네.
너무너무 잘 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세심한 묘사에 감탄과 함께 경의를 표합니다.
장구목 식당의 밥상처럼 예쁘고 따끈따끈한 산행기입니다. 잘 봤어요.^^
마포 수고했다. 재미있게 읽었고. 근데 결국 우리는 강천산을 안 가고 강천사에는 갔고, 광덕산에 올랐다는 사실. ㅎㅎ 한 가지 상호명이어서 나중에 갈 사람들을 위해 진도에서 유명한 짬뽕집 이름은 '짬뽕 드실 분...자장면도'라는 이름임을 밝힘. ㅋㅋ
명불허전... 구성과 문장이 술술 읽히는 차진 산행기네요.^^ 강천산, 저도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회장님이 추천한 영광 법성포 공원식당을 빼놓을 수 없죠. 이 가게는 독특한 운영 방식을 갖고 있다고 했죠. 맞나요?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