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자살과 살인 등 믿기 어려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그 아이들이 만약 산촌 유학을 하고 있었다면 절망에 몸을 던지기 전에 그 산들을 보러 갔을 것이라고. 농가 아버지, 어머니를 찾을 것이라고. 마음의 풍경을 찾아 걸으며 살아가는 힘을 되찾았을 것이라고." _저자 후기 가운데
“어린 시절에 익숙한 생활 공간을 떠나는 큰 결단을 내린 아이들,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변화하는 아이’, ‘자립하는 아이’,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아이’다. 이런 아이의 변화에 주목하듯 이제 첫 걸음을 내디딘 우리나라 산촌 유학 역시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제자리 찾기,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뿌리를 내릴 것이라 기대한다.”
- 부록 ‘한국의 산촌 유학’
|우리는 시골로 유학 간다!|
모두가 도시로 오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 사이에, 아이를 시골에 유학 보내 놓고 가끔 만나러 가는 부모들이 있다. 자연에서 뛰어놀지 못하고 도시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것이 못내 미안했던 도시 부모들이 새 집과 새 학교를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이어지기도 하는 이 생활은 일단 시골살이에 맛을 들인 아이들이 도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려 하는 통에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기도 하는, 신기한 유학이다.
아이들을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하는 산촌 유학, 20년 전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산촌 유학에 보냈던 저자가 아들과 자신의 경험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오래 전 일인데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그 모습을 그려 낸 지은이의 글맛과 20년이 지나 산촌 유학을 경험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까지 찾아 보여 준 성실함 덕분에 ‘그렇다면 우리 아이도 한 번?’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하는, 생동감 넘치는 책이다.
| “엄마, 산촌 유학 보내 줘서 고마워요.”|
일본의 산촌 유학은 벌써 30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의 산촌 유학 전국 협회의 조사(2005년)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지자체 151개 지역에서 해마다 5백 명에서 8백 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산촌 유학을 체험하고 있다. 산촌 유학을 맨 처음 시작한 ‘소다테루카이’를 중심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산촌 유학이 지속될 수 있었던 까닭은 지은이의 아들 도모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엄마 곁을 떠나 산골로 유학을 간 도모는 자연 속에 사는 즐거움을 맛본 뒤로 “엄마 1년만 더!” “엄마, 사정만 허락하면 6학년까지!”를 부탁하게 된다. 오히려 아들이 그리운 엄마가 “이제 제발 돌아와 줘!” 하고 사정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아이들을 산촌 유학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학교까지 8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통학해야 하는가 하면, 스스로 밥도 챙겨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동생들도 챙겨야 하는데도 아이들은 산촌 유학을 즐거워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어린이 힘’을 기르며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도시로 돌아온 뒤, 스모 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씩씩하게 자기 인생을 꾸려 나가는 도모를 만나는 일은 무척이나 즐겁다.
|한국 산촌 유학 현장의 사진을 곁들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일본 아이의 산촌 유학 체험기지만, 사진 자료는 모두 한국의 것을 썼다. 지난 2006년 일본의 ‘소다테루카이’를 직접 취재했고, 경남 함양에 있는 ‘햇살네 교류 학습’이나 완주에 있는 ‘고산 산촌 유학 센터’를 수차례 다녀오면서 우리나라 산촌 유학의 현실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박경화 씨의 도움을 얻었다. 한국의 독자들은 일본식 산촌 유학과는 다른, 한국식 산촌 유학의 현실을 사진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부록에 실은 ‘한국의 산촌 유학’은 한국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또한 지은이 고쿠분 히로코가 도모와 함께 산촌 유학을 했던 아이들을 20년 뒤에 새로이 만난 기록, 산촌 유학을 지원하고 있는 지자체를 취재한 자료, 아이들이 산촌 유학에 참여한 동기나 그 경험이 지금 삶에 끼치고 있는 영향 등을 따로이 조사한 자료들은 대안 교육의 성과를 장기적, 체계적으로 정리해 낸 탁월한 범례일 것이다.
|7월 12일, 한국 산촌 유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다 모여라!|
일본의 산촌 유학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산촌 유학 역시 이농 현상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지자체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분교 통폐합으로 작은 학교들이 사라진 뒤, 시골 아이들은 통학 버스를 타고 먼 학교에 다녀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시골에 귀농해 살고 싶어하는 젊은 부부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도 아이들 교육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산촌 유학’은 매력적이다. 아예 시골로 전학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맡아 줄 산촌 유학 센터가 있어서 일정한 기간 동안 도시 아이들에게 시골 생활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폐교 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 지역 인구를 늘려야 하는 지자체,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기르고 싶지만 삶터를 옮기지 못했던 도시 부모, 감성을 잃어가는 도시 아이 모두에게 반가운 해결책이었다.
2008년 현재 한국에서 산촌 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은 전북 완주, 충북 단양, 강원 양구, 경남 밀양, 경북 경주, 울산 등지다. 이들은 ‘산촌 유학 전국 협의회’를 만들었고 일본과는 다른 한국식 산촌 유학을 튼튼하게 뿌리 내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산촌 유학은 새로운 방식의 대안 교육 운동이자 농촌 살리기 운동의 좋은 씨앗이다. 교육이라는 주제 하나로 도시 아이와 시골 아이, 도시 부모와 시골 부모, 농가 부모와 활동가, 교사와 마을 사람들까지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고 고민하면서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상생相生의 지름길이다.
―한국의 산촌 유학을 살펴볼 수 있는 곳―
● 강원 양구군 동면 ‘어린이 문화단체 또랑’ www.ddorang.net
● 경남 함양군 마천면 ‘햇살네 교류학습’ blog.naver.com/hieri
● 경남 함양군 서하면 ‘봄바람네 산촌 유학’ blog.naver.com/kwoohee
● 경북 예천군 용문면 ‘시골살이 아이들’ blog.naver.com/snsclick
● 전북 완주군 고산면 ‘고산산촌 유학센터’ cafe.daum.net/Confucian
● 충북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마을’ www.handemy.org
|차 례|
여는 글―산촌 유학 이야기를 시작하는 까닭
1장 출발, 도시 속에서 산촌 유학을 만나다 / 낯선 시골에서 혼자 도모를 낳던 날 / 도시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아이 / 18일 간의 단기 산촌 생활 / 야사카 마을 현지 견학 / 자연에서 자란 아이의 상상력 / 도시여, 안녕!
2장 봄, 아이들이 움직인다! 봄을 부르는 꽃바람 입학식 /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부모들의 마음 / 야사카 초등학교의 입학식 / 눈물이 나잖아 / 새싹처럼 자라는 아이들 / 도모가 지내는 모습을 직접 보고 / “엄마”라고 부르다 / 산촌 유학 보낸 아이를 그리워하며 / 자연에서 용솟음치는 “어린이 힘”
3장 여름, 4개월 만에 이렇게나? 도쿄는 시끄러워! / 4개월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 작심삼일의 야사카 생활 / 동요하는 부모들 / 우리가 아이들을 버린 것일까?
4장 가을, 마음의 수확, 노동의 수확 맨발의 운동회 / 버리기 힘든 욕심 / 정리정돈은 “빵점” / 아이들이 농가에서 배우는 것 / 봄부터 준비한 수확제 / 연구 발표가 말해 주는 아이들의 성장
5장 겨울, 추워도 즐겁다 머리카락도 얼어붙는 통학 길에서 / 스키, 스키, 스키 / 야사카의 엄마, 아빠 환영합니다 / 너무 힘든 한겨울 방학 / 영하 10도, 울어 버린 내 아이 / 비정상적인 대설 속에서 / 눈도 축복하는 수료식, 일 년 동안 잘 해냈어
6장 부모들의 산촌 유학 피로해도 힘들지 않았던 야사카행 / 부모들의 배움의 터 / 산촌 유학생의 가정상, 부부상 / 산촌 유학에 드는 돈 / ‘소다테루카이’의 경제 사정
7장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와 줘! 오키나와에서 온 나츠키 군 / 아들이 왕따를 당하다 / 농가 어머니들의 조용한 제재 / 야구치 선생님과 학급 소식 / 이젠 돌아와 줘
8장 산촌 유학생들의 20년 후 아들의 결단, 씨름 선수가 될래! / 엄마가 해 준 일 중에 제일 좋았던 일 / 동기생들의 20년 / 산촌 유학에서 해외 유학으로 / 그들에게 무엇이 남았을까?
9장 산촌 유학은 진화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 산촌 유학생들의 연중 행사 변화 / 전통 문화를 전한 산촌 유학생 / 산촌 유학, 이렇게 진화했으면
부록 1. 한국의 산촌 유학―박경화 / 2. 산촌 유학 가이드 / 3. 저자 후기―그 아이들이 산촌 유학을 알고 있었다면 / 4. 옮긴이 후기
• 지은이 ―고쿠분 히로코國分紘子
가나가와현 요코수카시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고, ‘여성생활연구실’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카피라이터, 광고 기획 제작, 편집 일을 해 왔다. 일본 펜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아들 도모를 혼자 키운 싱글맘이다.
• 옮긴이 ― 손성애
일본 호세이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홋카이도신문』과 『니시니폰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근무했다. 현재 한일-일한 기업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베지테리안 세상을 들다』, 『엄마가 차려 준 자연 밥상』, 『오염된 몸, 320킬로그램의 공포』 등이 있다. |
첫댓글 안그래도 눈여겨 보고 있던 책인데~~ ㅎㅎ 선생님께서 올려주시니 반가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