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or 전쟁
우리 모두는 초대장도 없이, 비자발적으로 지구에 온 방문객이다. 하지만 나에겐 이 비밀조차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Each of us visits this Earth involuntarily, and without an invitation. For me, it is enough to wonder at the secrets.
알버트 아인슈타인
아득한 옛날, 문맹들만 모여사는 마을에서는 문맹이란 단어도 없었고 내 마음대로 쓰고 내 마음대로 해석했겠지!
내가 쓰는 그림이 나만의 문자가 되었던 까마득하게 먼 심청이가 인당수로 갔을 때보다 더 먼 시간 백제의 개루왕이 사랑했던 도미의 아내 이야기가 전해지기 전의 시간으로 가고 싶다.
내 전생이 내 미래가 되는 그런 시간으로 돌리고 싶다.
하나의 사물엔 수많은 이름과 글자가 달랐겠지. 각자의 답은 각자의 몫이었으니까. 같은 소리로 말하는 자가 내편이었겠지. 해석의 정석은 없었겠지.
기억너머 그림자의 시간 속 내 이름은 찬바람 보름달 늑대울음이었을지도 그리고 당신의 이름은 소슬바람 초승달 박쥐의 날갯짓이었을지도. 우리의 출생신고는 동굴벽이나 진흙판 위에 갈대로 새겨진 그림이었을지도. 어쩌면 그냥 달이 뜰 무렵이었을 지도..
감정의 단어도 많지 않아서 우린 돌려 말하지 않았고 정직한 표정과 심장이 터질 듯 가슴을 치는 소리로 진실의 정도가 받아들여졌겠지.
다음 생애에도 당신을 만난다면 난 돌도끼가 최신식 무기이고 빗살무늬 토기가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명품 식기가 되는 그런 시간과 나이를 셈하지 않았던 곳으로 가고 싶어.
그림자로 길이로 시간을 가늠했던 시간들, 우리가 가장 정직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추억하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살았던 그림자의 시간으로 가고 싶어.
당신이 내 손을 잡고 숲 속 동굴로 가 반딧불들이 춤추는 곳에서 조약돌을 손에 쥐어준 날, 우리의 모든 맹세는 달빛 속에 새겨졌지.
반짝이는 모든 것들이 보석이 되었던 시간! 바람은 노랫소리처럼 소식을 전해 주었지. 따뜻한 바람은 봄을 알려주고 차가운 바람은 겨울의 사신이었지. 정직한 전령사 바람의 시간으로 북풍을 타고 돌아가고 싶어. 그 먼 시간으로 돌아 돌아 에돌아가고 싶어.
전생의 내가 전쟁 같은 현생을 원했을까? 자꾸만 나에게 묻고 싶어 져. 내가 이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왜 했는지를? 수천억 개의 별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 답지를 얻을 수 있을까? 남은 삶이 0으로 수렴할 때 삶은 영원으로 돌아갈까?
외로운 사람의 그림자는 더 길어 보이고 외로움의 크기는 더 크게 보인다.
수학의 아버지 탈레스는 그림자로 피라미드의 길이를 측정했지만 난 당신의 외로움을 그림자로 계산하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그림자는 태양, 지구, 달이 나란히 모임 하는 날, 월식의 영원한 동반자는 보름달, 가장 환한 얼굴이 가장 큰 그림자를 만든다.
그림자를 가지지 못하는 투명인간은 덜 외로울까? 외로운 이의 뒷모습은 더 외로워 보이고 그림자는 더 늘어져 보인다. 밤에 헤어지는 게 더 어려운 법,
반사신경마저 도망간 내 늙은 몸은 이제 두려움의 거죽만 남아있다. 과학이 음악이 되고, 수학이 이야기가 되는 세상, 음악은 그림이 되겠지. 신념이 없는 이 세상에서 전생의 의인은 꼰대가 되곤 하지.
원천적인 그리움과 외로움을 없애는 지우개나 덧칠할 수 있는 수정테이프가 있다면 난 당장 문구점에 들려서 바로 살 것이다.
외로움은 아무리 애를 써도 막을 수 없는 전생의 전쟁에서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온 그림자 같은 병!
그림자는 속상하겠다. 검은 옷밖에 없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첫댓글 우리 온이도 나처럼 밤잠 안 자고 글을 쓰네.
온이야, 낮에라도 푹 자렴. 어제 내 품에 안겨줄 때 너무 야위어 걱정이 크다.
오늘은 미세 먼지 많다 하니 나오지 말아라. 네가 쓰는 글 언론에 발표하게 아이디와 비밀번호 톡으로 보내라.
아버지 좋은 밤되세요. 따뜻한 겨울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