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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3장,
연숙은 시계를 본다.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오 분정도가 남아 있다.
잠시 망설이던 연숙은 그대로 커피샵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미 사진을 통해서 어느 정도 모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기억해 낼 수가 없다.
이리저리 눈을 돌려 둘러보지만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허지만 자신을 향해서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이 있어 연숙은 그곳으로 간다.
“김연숙씨?”
“네!”
“오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자, 이리 앉으십시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조금 꺼내어 앉기 편안하게 해 준다.
중년의 남성이다.
연숙은 조금 쑥스럽지만 자리에 앉는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나오시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미안합니다.
제 어머니 성화로 번거롭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차를 뭘로 마시겠습니까?“
”율무나 생강차..........“
남자는 차 주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종업원에게 율무 차 두 잔을 주문한다.
“제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게 보이죠?”
“글쎄요?
제가 사람들 나이를 짐작하지 못합니다.”
“연숙씨는 생각보다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칭찬 고맙습니다.”
차가 나오자 잠시 그들의 대화는 끊어진다.
“저..........이런 말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말을 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숙은 잠시 남자를 바라본다.
“네, 무슨 말씀이든지 마음 놓고 하십시오.”
“실은...........정말 죄송스러운 말씀입니다만 제가 재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 어머니께서 과부로 혼자 살아가는 딸자식의 모습이 안쓰러워 선생님께 매달리시는 모양이신데 제 생각하고는 다릅니다.“
”네, 그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왔습니다.
재혼이라는 생각을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시간을 즐기시면 안 될까요?“
”............전 그럴 만한 여유가 없고요.“
”기왕에 나오셨으니 식사라도 함께 하시지요.“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연숙은 차를 다 마시고 나서 잠시 남자를 본다.
중년의 중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자신과의 나이차이도 그렇게 뭔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을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 네!”
연숙은 고개를 조금 숙이며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뜬다.
미안하고 어색했던 자리에서 나오니 비로소 안도의 숨을 몰아쉰다.
재원이를 데리러 친정으로 가니 박여인이 놀라며 바라본다.
“왜 벌써와?
그 사람 만나지 못했어?“
”만났어!
그리고 잠시 인사만 하고 나왔지.
재원아, 우리 어서 가자.“
연숙은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서 아들을 데리고 나온다.
집으로 돌아와서 찬밥에 물에 말아서 대충 끼니를 때운다.
이제 다시는 그런 자리에 나가지 않겠노라는 결심을 하지만 엄마의 성화가 그대로 사그라질지가 의문이다.
끝없는 엄마의 자식 사랑!
자식에 대한 엄마의 집념을 연숙은 도리질을 해 댄다.
“난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우리 재원이가 싫다고 하는 일은 강제로 시키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연숙은 피식하고 웃는다.
절대 엄마 닮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서 닮아간다는 옛말이 생각인 난다.
그러나 정말 자식이 싫어하는 일이라면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미 잠이 든 재원이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재원아!
엄마는 우리 아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게!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만 하면 엄마는 다른 것은 절대로 바라지 않겠다.
우리 아들, 엄마 마음 알지?“
연숙은 그렇게 아들 재원이를 한참 바라보다 아들을 꼭 끌어안고 잠이 든다.
일감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이면 이삼일이 고작이다.
노는 시간이 아깝고 생각보다 돈이 모이지 않아 마음이 급해진다.
겨울이 되면서 주말에도 생각보다 수입이 많지 않다.
일을 나가서도 얼마나 큰 잔치인가가 먼저 확인하게 된다.
손님이 적은 잔치라면 그만큼 수입도 적어진다는 뜻이다.
일을 하는 만큼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늘 손님수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혹독하고 추운 겨울이 그런대로 지나간다.
일이 없는 날이면 보일러의 난방을 키는 것도 줄이고 아들과 두꺼운 옷을 입고 집안에서 보내곤 한다.
봄이 되면서 연숙은 이사할 준비를 한다.
다행히 친정집 부근에 연립주택으로 나와 있는 방이 두 개짜리 전셋집이 가지고 있는 돈과 얼추 맞아 떨어진다.
친정집과 한 정거장 거리에 있기도 하고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기에 계약을 한다.
아무래도 재래시장이 근처에 있으면 장사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연숙은 지금까지 그 어떤 장사도 해 본 경험이 없다.
또한 장사를 할 수 있는 자금도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밑천이 들지 않는 맨 몸뚱이로 일을 하는 것이 연숙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연숙은 이사를 한다.
지하셋방을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십년 만에 지하셋방을 벗어나는 것이다.
또한 방이 두 개라는 것이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이제 자꾸만 커 나가는 아들을 언제까지 품안에 끼고 잘 수는 없는 일이다.
재원이는 자신의 방을 보면서 좋아한다.
비록 작은 방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방이 생겼다는 것에 좋아하는 아들이다.
조금은 서운해진다.
아직은 혼자 독립된 삶보다는 엄마 품안이 더 좋다는 아들의 모습을 기대했던 연숙은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든다.
“우리 아들, 방이 생기니까 좋아?”
“응, 엄마!
이 방에서 나 혼자 장난감 가지고 놀아도 되지?“
”그럼, 혼자서 잠을 자야하고.“
”좋아!
난 남자니까 할 수 있어!“
”그래, 우리 아들은 남자니까 혼자서 잘 수도 있지.
엄마는 그런 우리 아들이 아주 믿음직스럽고 정말 좋다.“
“엄마, 이제는 우리도 부자 된 거야?”
“아니, 아직은 아니야!
그렇지만 엄마는 우리 아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돈을 벌 거야!“
“응!
우리 부자 되면 먹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장난감도 많이 사 줄 거지?“
“그럼!
아들이 원하는 것이면 엄마는 무엇이든지 다 해 줄 거야!
엄마는 우리 아들만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
”나도 엄마만 있으면 행복해!“
재원이는 엄마의 목을 끌어안으며 애교를 부린다.
이런 순간들이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보잘 것 없는 것들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이렇게 하나씩 이루어 나가고 사랑하는 아들이 있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
연숙은 재원이를 유치원에 보내려고 이리저리 알아본다.
비록 가진 것 없이 없는 살림이지만 아들의 교육만큼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든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근처에서 제일 낫다는 유치원을 선택한다.
“이것이 그 유치원이 얼마나 비싼 곳인지 아니?”
박여인은 놀라면서 반대를 한다.
“엄마!
하나뿐인 내 아들의 교육을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엄마가 이러니저러니 참견하실 일이 아니에요.“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뼈 빠지게 일해서 그렇게 다 쏟아 부을 작정이냐?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도 있다.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실비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런 유치원에 보내면 돈이 들지도 않고 좋지 않겠니?“
”엄마!
우리 재원이 그런 유치원에 보내지 않습니다.
내가 무슨 고생을 하더라도 최고로 키울 생각입니다.
우리 재원이의 교육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직 우리 아들의 교육에 온 정성과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아휴!
넌 뭐가 되려고 그래?
그런다고 이다음에 재원이가 엄마의 그 희생을 알아 줄 것 같으니?
엄마가 그렇게 온갖 고생을 하며 키웠다고 효도를 할 줄 아니?
이것아, 무엇이든 적당히 하는 것이야!“
“엄마도 나를 온갖 정성을 다해서 키우지 않았어요?
그렇게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닌가요?“
박여인은 그저 터지는 가슴을 감싸 쥔다.
손자의 교육보다는 고생을 하는 딸이 더욱 안타깝고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서방이 있어 서방이 벌어다 주는 것으로 살아간다면 무엇을 말릴 것인가?
혼자 살면서 모진 고생을 하며 벌고 있는 돈이다.
그런 딸의 피 같은 돈을 손자를 위해서 아끼지 않고 함부로 쓴다는 것이 박여인으로서는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일어난다.
“엄마!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힘들게 하지 않으면 살아가고 있어요.
내가 우리 재원이를 어떻게 키우든지 엄마는 일체 참견하지 않았으면 해요.
오직 꿈과 희망이 우리 재원이 뿐인데 뭐가 아깝고 아낄 것이 있어요?
엄마는 이런 나를 이해를 하죠?“
”모르겠다.
그저 엄마 마음이 아플 뿐이다.
이다음에 재원이가 이 모든 것을 알고 효도를 하면 좋으련만..........“
“엄마는 내가 엄마에게 효도를 하리라고 바라고 키운 것은 아니죠?
엄마니까 그리고 자식이니까 엄마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하면서 키운 것이 맞지요?
제가 엄마에게 받은 그 사랑을 아들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겁니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 자식에게 대 물림한다잖아요?“
“알았다.
네 삶에 내가 무엇을 간여하겠니?“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유치원 차가 오는 시간을 잊지 마시고 재원이를 데리러 나가 주셔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래, 알았으니 걱정하지 마!“
박여인은 가슴이 아파오지만 당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딸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뿐임을 잘 안다.
연숙은 그런 엄마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사를 오고 나서는 더욱 부지런히 일감을 찾아 나선다.
다행히 봄철이라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주말과 휴일뿐만이 아니라 주중에도 일감이 생긴다.
워낙에 부지런하고 일을 잘 하는 김연숙을 팀장은 꼭 데리고 다닌다.
작은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먼저 연락을 해서 데리고 다닌다.
연숙이 일을 잘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거의 일감이 끊어지지 않고 들어오는 편이다.
일주일이면 두 번을 가서 가사도우미를 해 주는 집이 있다.
주로 청소와 빨래를 하는 일이지만 수입이 좋은 편이다.
한 여름과 아주 추운 한 겨울만 피하고 나면 그런대로 수입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연숙은 그 수입으로 결코 만족할 수가 없다.
박여인의 끈질긴 재혼 설득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딸이 야속하기만 한 박여인이다.
그러나 자식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알고 박여인은 더 이상 재혼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직 재원이만을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딸의 마음을 안 것이다.
“재원아!
너는 엄마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야!
엄마가 너를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
할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재원이는 늘 할머니의 이런 말을 듣는다.
어린 재원이로서는 말의 뜻을 알지 못하지만 언제나 고개를 끄덕인다.
아빠가 없이 엄마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재원이다.
그러나 엄마가 하고 있는 희생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는 재원이는 늘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만을 하게 된다.
“엄마!
내가 얼른 커서 엄마 호강시켜 줄게!“
“우리 아들이 다 크면 엄마가 호강을 하면서 살겠네?”
“응!
내가 엄마를 호강시켜 줄 거야!
돈을 벌어서 엄마 다 가져다 줄 거고 엄마가 가지고 싶은 거 다 사 줄 주면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줄 거야!“
“아유!
기특한 엄마 아들!
엄마는 이런 우리 아들이 있어 아주 행복하다.
아들!
정말 사랑한다.“
”나두 엄마 무지 많이 하늘만큼 땅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이 사랑해!“
연숙은 하루의 피곤이 싹 가셔지는 느낌이다.
그런 아들이 있기에 힘든 줄을 모른다.
연숙은 아들이 학교에 입학 할 때가 되지 사립초등학교에 대해서 알아본다.
동네에 있는 일반학교보다 그런 곳에 보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
그러나 자신의 입장으로서는 감히 꿈도 꿀 수가 없는 곳임을 안다.
돈도 역시 생각보다 거금이 들지만 엄마들의 활동을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쟁쟁한 집안의 자녀들만이 다닐 수 있는 특별한 곳임을 알게 된다.
자신처럼 아무것도 갖지 못한 가난한 과부엄마로서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곳임을 알게 된다.
“재원아!
미안하다.
엄마는 너를 아주 특별하게 키우고 싶은데 모든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그런 학교를 보내지 못하더라도 남들이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겠다.
우리 아들은 엄마 마음을 알지?“
”엄마!
나 뭐 배워야 하는데?“
”영어도 피아노도 배우고, 배우고 싶은 것 뭐든 다 배워야 한다.
절대로 남들에게 조금도 지지 않을 정도로 무엇이든 다 배워야 한다.“
“응!
그러면 엄마가 기뻐할 거야?“
“그럼, 우리 아들이 공부를 아주 잘 해야 해!
엄마는 우리 아들이 공부를 못하면 아주 슬퍼질 것 같다.“
“엄마!
나 아주 공부 열심히 할게!
그래서 엄마가 기뻐하게 해 줄게!“
“정말?
정말 우리 아들은 엄마를 실망시켜줄지 않을 거지?“
”응!
내가 공부 못하면 엄마가 실망하고 아프면 어떻게 해?“
재원이는 엄마를 빤히 바라본다.
엄마를 절대로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할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본드처럼 강한 집착을 가진 한 여인의 삶을 보며.....강력한 삶의 에너지를 불끈.....
충전 받으며 ...... 새로운 소설 “집착”을 읽습니다...봉우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