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랑스오픈 남녀 단식 4강에 진출한 선수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디나라 사피나, 도미니카 시불코바, 사만다 스토서, 후안 마틴 델 포트로, 로저 페더러, 페르난도 곤잘레스, 로빈 소더링, 스베틀라나 쿠즈넷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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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오픈이 어느덧 남녀 단식 4강 멤버를 모두 가려내었다.
먼저 남자 단식에는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후안 마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와 여섯번째 맞대결을 준비하고, 이번 대회 최고 스타 로빈 소더링(스웨덴)은 페르난도 곤잘레스(칠레)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된다.
여자쪽에는 톱시드 디나라 사피나(러시아)와 핵폭풍 도미니카 시불코바(슬로바키아)가, 한국에도 왔었던 사만다 스토서(호주)가 2006년 준우승자인 스베틀라나 쿠즈넷소바(러시아)와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6일(여자 결승), 7일(남자 결승)까지 생존하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눈앞에 둔 4강 진출자 중 단연 눈에 띄는 선수 2명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정말 88년생 맞니? 델 포트로 1988년생으로 올해 스무살인 델 포트로가 8강에서 토미 로브레도(스페인)를 6-3 6-4 6-2로 제압하며 4강에 진출해 제대로 기분을 내고 있다.
특히 그랜드슬램에 출전한 지 열두번째 만에 최고성적을 준결승에 올려놓은 터라 더욱 뜻 깊다. 작년 US오픈과 올해 호주오픈에서 8강까지 올랐었지만 두 대회 결승에 진출했던 앤디 머레이(영국)와 페더러에게 길이 막히곤 했다.
198센티의 건장한 체격의 이 청년은 싱겁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코트 위에서는 노련하고 날렵한 에이스다. 프로에 뛰어든 지 올해 4년째, 매주 자신의 최고랭킹을 경신하며 지난 4월6일에 올려놓은 5위 기록을 잘 지키면서 이번 대회 5번시드를 받았다.
델 포트로는 작년 시즌을 9위로 마감하면서 역대 선수들 가운데 연말랭킹 10위권 내를 기록한 최연소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비록 가장 선호하는 코트가 하드이긴 하나 지난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2개의 우승을 거둔 바 있어 전천후 플레이어로 명성이 나 있다.
허나 생애 첫 그랜드슬램 4강 진출이 기쁘긴 하지만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내친 김에 결승까지 올라보겠다는 그의 다음 상대가 바로 페더러이기 때문.
2007년 윔블던 2회전부터 올해 호주오픈과 마드리드오픈까지 총 5번 맞붙는 동안 승리를 한번도 거두지 못한 상태다.
잔디, 하드, 클레이에서 모두 속수무책 패배를 당했던 델 포트로가 드디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손가락 하나까지 다가선 페더러를 상대로 어떤 승부를 펼쳐낼 지 지켜보자.
반갑다, 스토서 이번 대회 30번시드의 스토서를 보며 반가워 한 한국 테니스인들이 많았을 듯하다. 바로 지난해 한솔코리아오픈에서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와 결승전을 치렀던 주인공이기 때문.
당시 시속 200km가 넘는 강서브를 넣으며 우리를 깜짝 놀래켰던 스토서가 프랑스오픈 준결승에 진출하며 다시 한번 우리를 '깜놀'시키고 있다.
2002년부터 그랜드슬램에 뛰어든 스토서의 최고성적은 2006년 호주오픈서 기록한 16강 기록. 이번 대회 대진운도 좋았지만 3회전에서 4번시드 엘레나 데멘티에바(러시아)를 풀세트 접전 끝에 꺾은 집념은 높이 살 수 있겠다.
그리고 마침내 8강서는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를 꺾은 돌풍의 주인공 소라나 커스테이어(루마니아)마저 제압하며 준결승까지 도달한 것이다.
자신의 그랜드슬램 출전 사상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복식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아직 단식에는 우승컵이 없지만 복식에서는 무려 22개 타이틀이 있다.
이미 2006년 프랑스오픈 복식에서 우승의 맛을 봤던 스토서는 호주오픈(2006년 준우승), 윔블던(2008년 준우승), US오픈(2005년 우승, 2008년 준우승)까지 모든 그랜드슬램의 복식 결승을 뛰어봤던 강력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쿠즈넷소바와는 참으로 오랜만의 대결이다. 2004년 발리에서 하드코트 대결을 펼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당시 4-6 4-6으로 패한 바 있다.
32위와 7위의 대결. 하지만 섣부른 판단을 내려선 안된다. 작년에 한국에서 스토서의 경기를 한번이라도 봤다면 일방적인 경기가 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이다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