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갈증
조성례
식물들의 혀는 길이가 얼마일까 궁금한 오후
오랜 가뭄 끝에 나리는 비에 옥수수이파리도 대파 줄기도 긴 혓바닥을 내밀고 있다 꿀꺽. 꿀꺽. 생수 받아먹는 소리 사방이 소란스럽다 비는 그들의 입으로 정확히 떨어진다 땅속뿌리들도 발바닥이 간지러운지 고추포기들 몸을 부르르 떤다
화분들을 바깥으로 옮겨놓으며 내일을 약속하는 꽃들의 언어를 귀 기울여 듣는다 키가 작은 화분들의 웃음소리는 속살속살 가볍게 키 큰 나무들의 웃음소리는 큰아버지의 웃음처럼 너털웃음으로 갖난 아기의 응애 응애 하는 울음소리 온 가족들이 화음을 맞춘다 마당가 대야도 콧노래 탱글탱글하다
비닐하우스에서 탈출하지 못한 목마른 식물들 창밖을 기웃거리며 그들을 감상하고 있다 같이 혀를 내밀어보는 늦은 오후 세상은 점점 더 푸르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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