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개나리꽃 화관
석송 이명선
도로가에는 가로수 연한 잎이 움트며 수즙은 19살 아가씨를 바라보며 인사를 나눈다.
첫 직장 경리사원으로 취업한 시골 아가씨였다.
그녀는 주마다 만년교 다리 밑에서 조개를 잡아 기숙사 주방 아주머니에게 드리면 아주머니는 좋아하셨다. 주말이 되면 여직원들 데리고 안녕리 개울가와 신도안 개울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굵은 다슬기를 재미있게 잡아다가 주방 아주머니에게 드렸다. 아욱국도 끓여주시고 미역 국도 끓여 주셨다.
아가씨는 그날도 만년교 다리 밑에 나갔다. 남직원들과 여직원들 모두 물놀이 겸 조개를 잡으러 양동이를 들고 같다. 갑자기 주르르 미끄러지면서 물속에 퐁당 빠졌다.
어느새 휴학생이 나도 모르게 뛰어들어 내 손을 덥석 잡아당겼다. 허겁지겁 올라와서 보니 머리부터 온몸이 젖어 있었다. 마치 비 맞은 장 닭처럼 청년도 온몸이 젖어 있었다. 창피하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하였다.
아가씨는 둑 위에서 마구 뛰어 달아났다 휴학생이 언제 뒤따라왔는지 손목을 덥석 잡으며
“뛰지 마요. 넘어져요.”
아가씨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창피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인 채 울고 있었다. 청년은 무안했는지 길가에 축 늘어진 노란 개나리꽃 줄기를 잘라서 화관을 만들어 머리 위에 씌어 준다.
그대의 머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영롱한 구슬입니다. 황금빛같이 하늘의 별들이 수 놓는 한 폭의 아름다운 서정시입니다. 아가씨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머리에 손을 얹는다. 너무나 기뻐서 일어나 또 눈물을 흘린다. 휴학생은 눈물을 닦아주며
“괜찮아요? 좋아요?”
둘이서 손잡고 둑을 걷는다. 서로 보며 웃고 깔깔대고 뒤돌아서 웃고 손잡고 뛰며 또 웃고 넘어지면 툭툭 털고, 하늘의 별빛이 하나둘씩 보이면서 아름다웠다. 어둑어둑해진다. 강물 위로 밤이 내려오더니 노을이 깔린다.
포장마차에서 홍합을 먹고 있는데 영숙이와 은숙이가 들어오면서
“언니 몸은 어떠세요? “괜찮아요” “다친 줄 알고 놀랐어요,” “양동이는 잘 챙겨왔나요?”
“네, 걱정 말아요.” “다행이구나, 많이 먹고 들어가 언니가 계산할게”
“네~”
며칠 후 휴학생이 쪽지를 보냈다. 퇴근하고 목척교 신도극장에서 만나자고 한다. 아가씨는 시간 맞추어 나갔다. 영화를 보고 둑을 걸으면서
“미쓰 리! 우리 결혼해요.” “내가 군, 제대하고 대학교 2년 더 다니고 졸업하고 직장 취업하면 데리러 올게요. 그때까지 꼭 기다려야 해요. 군 입대하면 편지할게요.” 하면서 벙어리 장갑을 선물로 주었다.
군입 대 후 편지는 자주 주고받았다. 6개월 후 자대 배치받으면 어디 로 갈지 모르니 다음에 편지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마지막 편지가 왔다.
그 후 편지가 끊어져 거의 1년이 지났다. 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질 무렵 영숙이가
“언니?”하고 놀란 목소리로 부르며 뛰어온다. “왜 그래?” “글쎄, 기술자 아저씨가 언니 편지 받아서 불에 태웠어요. “깜짝 놀라” “뭐라고?” “언니, 군대에서 오는 편지를 불에 태웠어요.”
“누가 그래” “내가 봤어요. 선이도 봤고 희숙이도 봤어요.” “그래, 알았어” 너무나 놀란 아가씨는 기가 막혀 아무도 없는 모퉁이에 가서 입을 꼭 막고, 울고, 또 울고, 울었다. 아가씨는 불태운 기술자 아저씨에게 달려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 후 아가씨는 1주일 휴가를 받아 시골집에 내려가서 푹 쉬고 싶었다. 휴학생이 휴가 나와서 회사에 찾아왔지만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면서 쪽지를 남겼다. 꼭 한 번쯤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하고 엄마가 병원에 입원 중이라서 만나지 못하고 그냥 갑니다. 이 글이 마지막 이었다.
아가씨는 개나리꽃을 꺾어 화관을 만들었다. 종이에 편지를 써서 개나리꽃 줄기 속에 꽂아 넣었다. 만년교 다리 밑에 풍덩 빠졌던 그 자리에 걸쳐놓고 개나리꽃 속에 편지를 넣어놓고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우리의 만남이 헛된 만남이었나요? 부디 휴학생에게 건강 주시고, 군 복무도 잘 마치고 좋은 분 만나서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사실은 주소를 몰라서 편지를 보내지 못하였습니다. 보고 싶고, 사랑 해요, 많이 보고 싶어요.
개나리꽃 화관 속에 편지를 보시면 꼭 주소를 보내주세요.
기다릴게요. 웃음 반 눈물 반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