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라이드 대륙기 1부
Last Piece of Peace (11)
3-고등학교 첫날(1)
부릉--부릉--
"성연아, 수현아, 헬멧 쓰고 가야지."
아침 일찍 윤연의 목소리가 현관을 울렸다. 그 곳에는 막 바이크에 시동
을 건 수현과 그 뒤에 앉은 성연이 있었다.
평소에는 성연의 바이크에 둘이 같이 타거나 각자 따로따로 모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 성연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에 부득이하게 수현이
바이크를 몰게 되었다. 언제 다시 현기증을 동반한 그 끔찍한 두통이 성
연을 덮쳐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수현이 옆에 있을 때에는 두
통이 찾아 온 적이 없지만 현기증이 나고 체력이 달리는 것은 수현이 옆
에 있던 없던 상관 없이 성연을 괴롭혀 온 후유증의 증상이었다.
성연과 수현이 윤연 손에서 헬멧을 받아 들고 머리에 쓰는 동안 윤연은
어머니로서 자식의 첫 등교날이면 의레 할 법한 걱정어린 잔소리를 늘
어 놓았다.
"성연아, 몸도 안 좋은데 괜찮겠어?"
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가 고집이 보이는 표정이 무슨 일이 있어
도 오늘 꼭 학교로 따라 갈 생각인 것 같았다.
"휴우.... 몸도 안 좋은데 첫날 부터 싸우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핸드
폰으로 아저씨들 불러. 알았지?"
"네."
남들이 보면 조금 엽기적인 모녀라는 생각을 했으리라. 아무렇지도 않
게 "오늘은 몸이 안 좋으니까 싸우지 마." 라고 말하다니, 그럼 "몸 괜
찮으면 맘대로 싸워"란 뜻이 아닌가?
그리고 그 핸드폰으로 부르라는 "아저씨들"은 바로 성운 그룹 휘하 조
폭 단체인 흑풍단의 깍두기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니, 가히 윤연은 보통
의 어머니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머니, 너무 걱정 마세요. 성연이는 상대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움
직이지 않잖아요.다녀오겠습니다~!"
수현이 방긋 웃으며 윤연을 안심(?)시키면서 바이크를 움직였다.
윤연은 성연과 수현을 태운 바이크가 골목 귀퉁이로 사라지는 것을 보
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남편인 성재가 차기 회장 시절 그러했듯 성연
이 차기 회장으로 있는 지금 바로 성연이 성운 그룹 휘하 조직을 이끌
고 있었다. 흑풍단, 검은 바람이라는 역시나 조폭 단들이 그러하듯 유치
하기 그지 없는 이름을 가진 이 조직은 현재 한반도의 2/3라는 영토를
차지했고 해외로까지 영토 확장을 하고 있는 거대 조직이었다.
사실 이 업적은 모두 성연이 이룩해 좋은 것이었다. 오래 전부터 상권
부분에서는 천류 그룹과 한국을 이등분 해 장악하고 있었고 세계적으로
도 10위권 안에 드는 성운 그룹이었지만 지하 세계 영토 싸움에서는 그
리 크게 빛을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성재가 34살로 성운 그룹의 회장이 되고 성연이 12살(아무도 성
연의 정확한 나이는 몰랐지만, 성연이 윤연과 성재를 만난 해를 성연의
7살이라고 임의로 정했다)이 되던 해, 성연이 그 조직의 보스가 되면서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서울은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다 흑풍단 휘하에
점령되었고 성연은 중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나이로 중국, 일본, 대만,
아메리카에 심지어 유럽에까지 해외 원정을 다녔던 것이다.
윤연이 씁쓸한 미소를 지은 것은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
기 전 까지만 해도, 조직의 일로 활동할 때만 아니라면 윤연이 입혀주
는 대로 입고 꾸며주는 대로 하고 살았기에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을
유지하던 성연이었으나 교복제인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는 활동하기 불편
하다는 이유로 치마 교복을 거부하고 남학생 교복을 입고 다니더니 급기
야 허리까지 찰랑이던 머리도 짧게 잘라버렸다. 선머습 같이 변해 가는
딸을 보는 윤연은 답답해했다. 거기에다 외모가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준 것인지, 성연은 흑풍단의 보스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들 사이에서는 "짱"이 되어서 이런 저런 조잡한 싸움에조차 이리저리 관
계되어 버린 것이다.
"조금만 더 여성스럽게 컸다면 누구 못지않은 미인이 됬을 텐데.. 그리
고 손의 그 굳은 살도 밖히지 않았을테고... 무엇보다 수현이랑 비교 했
을때 더 남자같다는 평을 듣지도 않았을텐데... 에휴우우우우..."
다시 집으로 들어서면서 윤연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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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성운 그룹과 천류 그룹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학교의 모든 것을
신식으로 증축한 상현 사립 고등학교. 학군이 부자 동네인 평택동에 위
치한 탓인지 부잣집 자녀들이 학생들의 많았고 학교의 규칙들은 그 학생
들이 바라는 데로 자주 수정되고는 했다.
덕택에 현재 규율은 굉장히 자율적이었다. 교복제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자율이었다. 두발 길이나 스타일, 교복 개조, 악세사리, 화장 등
등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등하교 방식에도 규제가 없었기에 리무
진 열대를 대동하고 오건, 오토바이를 타고 오건, 세발 자전거나 외발
자전거를 타고 오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학교였다.
메이커 바이크를 몰고 등교하는 겉멋이 잔뜩 든 아이들은 꽤 되었기에
검은 야마하 바이크를 타고 등교한 두 명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
지만 바이크 전용 주차장(성운 그룹과 천류그룹에서 후원금을 대며 내
건 조건 중 하나가 바이크 전용 주차장이었다)에 그 바이크가 서고 거기
에 타고 있던 두 인물이 헬멧을 벗어들었을 때, 그 주차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그 둘 에게로 고정되었다.
앞에서 바이크를 직접 몰고 온 사람은 이른 아침의 청량함에 어울리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단정하고 세련되게 커트로 친 밝은 백금발. 한 손
으로도 쉽게 가려지는 작은 얼굴은 하얬고 서글서글한 청동색 눈은 맑았
다. 이목구비가 동양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혼혈같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가는 어깨, 167CM 정도 되는 키, 그리고 전체적으로
가는 선은 그가 비록 남자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남장 여자가 아닐까 하
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었다.
그 뒤에 타고 있던 사람은 싸늘한 분위기를 내뿜는 사람이었다. 천연의
검푸른 머리는 조금 긴 단발로 와일드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스타일
이었다. 앞머리는 길게 길러 오른 쪽 눈을 가리고 있었고 이마에 검은
색 헤어 밴드를 착용하고 있었다. 앞머리에 가려지지 않은, 무어라 형용
할 수 없이 파란 왼쪽 눈은 칼날이라고 벼려 놓은 듯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백지장처럼 창백한, 일견 푸르스름 해 보이기까지 하는 안색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버렸지만 한편으로는 날카롭고 강한 한 자루
의 도(刀)같아 보이기도 했다.역시나 끼리끼리 노는 것일까? 그 역시 남
자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성별이 애매 모호한, 중성적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성연과 수현이었다. 그냥 우연히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 하더라
도 발걸음을 멈추고 그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아름다운 두 사람은
주차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모이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학교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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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 둘은 학교에서도 유명인물.. 쿨럭. 나도 이렇게 되 보고 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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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기고란
Last Piece of Peace (11) 3-고등학교 첫날(1)
네오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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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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