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꼭 보아야 할 영화 - 부러진 화살
감기로 한 달째 고생중이다. 요즘엔 코가 막혀 숨쉬기가 곤란해지면서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프다. 그런 상태로 남편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우리가 본 영화는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이 감독하고 각본도 썼다. 정지영 감독은 <남부군>, <헐리웃 키드의 생애>, <까>, <블랙 잭> 등 사회 비판적이면서 예술성이 높은 영화를 선보여 왔다.
<부러진 화살>의 실제 소재는 이른바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의 주인공인 김명호(54) 전 성균관대 교수와 그의 변론을 맡았던 박훈(46) 변호사다. 박훈 변호사는 어느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재판 장면만 놓고 보면 98% 정도 실제와 일치한다"고 하고, "법정 안에서의 대사 중 실제와 다른 부분이 아주 조금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의 다큐멘터리나 마찬가지다.
나도 실제 '사법 피해자' 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글을 몇 차례 읽어 본 바 있어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그런 사실을 영화로 어떻게 작품화했을까 자못 관심이 컸다. 너무 사실만 좇다 보면 영화가 자칫 재미없이 무겁기만 한 건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영화는 초반부에는 무슨 얘기가 펼쳐질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다가 중반부터 후반부에는 완전히 빨려들게 했다. 엔딩 자막이 올라갈 때는 '아니 영화가 왜 이렇게 빨리 끝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시켰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감기로 인한 지긋지긋한 두통이 영화를 보는 순간은 하나도 안 느껴졌다. 처음엔 '썩소'가 나오다가 나중엔 진짜 웃음이 터졌다. 그것도 여러 차례. 깔깔깔. 낄낄낄. 크크. 여러 형태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른 영화처럼 '일부러 웃기기 위해 애쓰지' 않는데도 웃음이 나왔다.
죄를 지은 피고인이 법을 지키는 게 본분인 판사를 향해서 법을 지키라고 소리칠 때면 속이 후련하기도 했다. 설마 실제로 판사들이 영화 속에서처럼 법이고 뭐고 상관 없이 '가재는 게편' 놀음을 하진 않았으리라 위안하면서도, 실제로 저런 일을 당한다면 어느 누구인들 억울하지 않으랴 하는 생각에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특히 주인공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본래 사건의 발단은 실제 주인공인 김 전 교수가 성균관대 수학과 조교수로 재직하던 1995년 대학입시 본고사 수학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을 한 뒤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면서부터였다. 김 교수는 양심과 상식을 지키려다가 불이익을 당한 것이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 김 전 교수
이런 본래 면모는 파묻힌 채 판사를 테러한 나쁜 사람으로만 기억돼 왔던 지난 세월이 김 전 교수로서는 참으로 억울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 과정에서 얼마나 억울했으면 최고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명문대 교수가 석궁을 들고 판사의 집까지 찾아가 법 집행을 정당하게 해 달라고 호소하려 했을까. 법이 만인에 공정하다고 하는데, 과연 공정하게 적용되기는 한 건가?
신이 날 만큼 재미나게 전개되는 영화 속의 법정 공방을 지켜보며 한편으로 주인공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이 아팠다.
본격 추리물처럼 흥미진진하고, 또 본격 다큐멘터리처럼 실감나고, 또 한편으로 본격 코메디물처럼 유머 감각도 뛰어난 영화였다.
영화 `도가니'는 보고 나서 한동안 찜찜함이 남아 있었지만, 이 영화는 보면서도 통쾌하고 보고 나서도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그건 주인공의 '원칙을 지키는 소신'의 힘 덕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 어느 판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요즘 열심(熱心)이란 단어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봅니다. 마음을 뜨겁게 하라는 건데 그동안 몸만 분주해서 열신(熱身)히 산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고뇌를 하는 그 판사는 늘 자신을 성찰하며 공정한 판결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승소하는 사람이든 패소하는 사람이든 서로 원망하는 마음을 풀고 피해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실제 판결에서도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온 듯 명품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명품 판사가 있는가 하면, 권력이나 재력, 연고에 이끌려 판단을 흐리는 판사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니 이런 영화가 나왔고, 관객들 역시 공감의 뜨거운 호응을 보내는 것이리라.
함께 본 남편의 영화 평: "근래에 본 영화 중 제일 재미있었다." 뒷좌석 관객의 영화 평: "이런 영화가 바로 대박나는 거야, 대박!"
한마디 첨언: 주인공으로 나온 안성기 씨의 연기도 돋보였지만, 판사 역할을 맡아 특별 출연한 문성근 씨의 연기가 정말 실감 났다. 그의 재수없는 표정 연기, 참 대단했다. 정치판에 끼여 들어 이름 얻은 사람인 줄로 오해했는데, 연기 잘해서 명배우가 되었다는 걸 이번 영화를 통해서 확인했다.
설 연휴에 꼭 보아야 할 영화로 <부러진 화살>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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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저린 손끝 원문보기 글쓴이: 도담
첫댓글 정보감사 하고요 꼭 저런일이 터지지 않으면 계숙반복 얼울한 피해자가 빈번히 일어날 겁니다
정으로운 사회 법칙국 소임을 다해야하며
선국으로 진입하는데 도약 발판을 닫져 전진 나갑시다 감기 빠른시일에 쾌유를 빕니다
재판 과정에서 사피자로 보이는 분들이 방청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곳 회원들 생각이 나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부러진 화살을 감상하셔쓰면 ......
또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