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릎까지 물 차오른 곳엔 가지 마세요”… 英 “수위 60cm 이상일땐 운전하면 안돼요”
[포항 태풍 피해]
해외 매뉴얼엔 침수대비 구체적 지침“
침수 시 보행 가능한 수위는 무릎까지입니다. 수위가 낮아도 물살이 거세면 움직일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으니 물이 흘러오면 즉시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일본 도쿄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중인 ‘호우 시 시민 행동 요령’ 중 일부다. ‘무릎까지’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해 시민들이 위험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최근 폭우와 태풍 등 기상 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한국도 해외 방재 매뉴얼을 참고해 대응 요령 등을 시민의 눈높이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진 등 재난이 잦은 일본은 방재 매뉴얼이 꼼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도는 행동요령에서 호우 시 지하공간은 절대 피하라고 강조한다. 매뉴얼에는 “지상의 침수로 인해 지하로 물이 흘러 들어올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침수가 되기 쉽고 수압으로 문이 열리지 않아 대피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있으니 2층 이상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지하보도처럼 지면보다 낮은 길도 지나지 말라고 했다. 외국인을 위해 영어 버전, 한국어 버전 매뉴얼도 공개돼 있다.
영국 환경청은 매뉴얼을 통해 수위가 6인치(약 15cm) 이상이면 걸으려 하지 말고, 2피트(약 60cm)를 넘으면 차를 운전하려 해선 안 된다고 안내한다. 위험 수위를 구체적으로 정해 설명한 것이다.
또 영국 환경청은 침수 예상 상황을 ‘침수 경계’ ‘침수 경고’ ‘심각한 침수 경고’ 등 3단계로 나눠 단계별 행동 요령을 설명한다. 지역 뉴스 등을 주시하다가 ‘침수 경고’가 발령되면 즉시 가족과 함께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는 식이다. 홍수 시 시민들이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24시간 비상전화도 운영한다.
반면 국내 매뉴얼은 지나치게 원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소개된 ‘태풍·호우 시 국민행동요령’에는 “침수 도로, 지하차도, 교량 등에선 사람과 차량의 통행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침수됐을 때 어떻게 하라는 내용은 없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기보다 행정 편의적으로 만들어진 재난 안전 매뉴얼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미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