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cophony [ 불협화음 ] 21
# 가자。
※ 불협화음 전편은 글제목 ‘불협화음’으로 검색해주세요.
- 유애루비, 인소닷 아루
알수 없겠지, 앞으로의 미래라는 건
눈물 흘릴 수도 미소지을 수도 없는 상황
너를 일으켜주지 못했어
하지만 울지 않았어
아름다운 선율의 연주가 나를 헤집어 놓아
그게 두려워서 도망쳤어
네가 나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내가 너에게 잡히지 않을 곳으로
그래도 계속 얽혔어
나에게 얽매이는 미완성의 합주곡
네가 나타난 건 단지 우연이었을까
해맑게 웃으며 나의 목소리에 너를 더했어
마음이 어긋난 걸까?
비뚤어진 행로 마찰하는 서로의 마음
우리는 선율을 망쳐버렸어.
우리들의 맞지 않는 Cacophony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넣어서 부르는 거야."
멤버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헤드셋을 착용했다.
긴장되었지만, 확신에 찬 눈빛들. 흘러나오는 목소리.
동방신기의 다섯 번째 멤버 영웅재중이 함께한,
세 번째 싱글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
C.P
- Cacophony
"승낙해 주세요."
멤버들 모두의 눈빛이 강경했다.
"이 녀석을 이렇게 뜻없이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너희들의 마음이야 잘 알겠지만, 그래도 이건......."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안경을 착용한 유천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굳은 얼굴을 해보였다.
"100% 저의 자작곡들입니다. 게다가 타이틀곡인 불협화음, Cacophony는 작곡뿐만이 아니라
작사까지 모두 저희가 한 것이구요.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흥미가 아니라 음악성이 중요한 거야. 물론 너희들의 마음도 음악성도 알고는 있지만
아직 이 정도 수준까지는 이르다."
사장이 이해타산적인 눈빛을 해보이며 거절의 이유를 대자,
유천이 약간 화가 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오선지를 내보였다.
"또한 100% 발라드, 사용되는 악기는 피아노와 약간의 보조악기들 뿐."
"......."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거야말로 ‘립싱크 댄스가수’라는 타이틀을 떼어버리고 댄스‘아카펠라’그룹이라는 우리의 이름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곡인 듯 한 걸요."
"....... 그렇긴 하다만..."
재중의 기색을 살피는 사장이다.
확실히 많이 여윈 모습. 아파보인다.
갈등한다. 눈 앞에 떠오르는 건, 자신의 어중간한 태도에 대한 약간의 자책감과 재중의 파리해진 모습.
"....... 좋아."
힘들게 내린 결정은 아니지만, 이걸로 다 정리된다면.
알수 없겠지, 앞으로의 미래라는 건
눈물 흘릴 수도 미소지을 수도 없는 상황
너를 일으켜주지 못했어
하지만 울지 않았어
아름다운 선율의 연주가 나를 헤집어 놓아
그게 두려워서 도망쳤어
네가 나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내가 너에게 잡히지 않을 곳으로
그래도 계속 얽혔어
나에게 얽매이는 미완성의 합주곡
네가 나타난 건 단지 우연이었을까
해맑게 웃으며 나의 목소리에 너를 더했어
마음이 어긋난 걸까?
비뚤어진 행로 마찰하는 서로의 마음
우리는 선율을 망쳐버렸어.
우리들의 맞지 않는 Cacophony
"조금 더......."
말로만 치장해봐야 소용없잖아
마음으로 느끼고 노래로 알리고 있어
나는 지금도 계속 달리고 있어
잡히기 싫으니까 달아나고 있어
강박감에 붙잡히기 싫어서
지금도 웃고 있잖아
그건 race의 과정
이겨야 살아남는 함께하는 race
맞지 않는 Cacophony
"조금만... 더..........."
힘을 다해도 맞지 않는 파트너였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의 노래는 영원히 Cacophony.
영원히,
영원히.
"완전 장난 아니었던 거, 알지?"
창민이 숨을 몰아쉬며 준수에게 그런다.
"재중 형 말이야."
"그녀석으로서는, 그야말로 Swan song이니까.
봤어? 그때. 땀이 정말 줄줄줄, 비 오듯 흐른다라는 말을 처음으로 믿었다니깐."
"이번 곡이 제일 좋았어."
유천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윤호도 지금까지 한 것 중에 이번 곡에 제일 열심이던데?
창민이랑 준수도 왠일인지 이런 작사도 하고 말이야."
"뭐!? 박유천 너 진짜아!!!!!!"준수가 바락바락 소리지르며 인상을 쓰자,창민이가 재빨리 다독인다.
"형이 참아아. 틀린 말도 아니구만 뭘."
"심창민 너까지......."
이젠 눈물까지 글썽이는 준수와 싱글거리는 창민, 침착한 유천과는 저 멀찍이 떨어져서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짓는 재중의 옆에서, 윤호가 더운 숨을 내쉰다.
"근데 이상하다."
"뭐가?"
"너, 웃는 모습은 안 예뻐."
"...... 그래?"
"응. 웃는 모습은 안 이쁘다."
"그럼 평생 정색하고 살아야지. 너한테 이쁘단 소릴 듣고 살아야 되냐? 맨날."
"정색하면 피부 일찍 늙는대."
.......... 어쩌라고.
"그래도 첫 번째 트랙에 들어갈 노래만큼, 다른 것들은 잘 하지 못할 것 같아.
타이틀곡, Cacophony-불협화음....후속곡, 불협화음...... 마지막 트랙의 곡, 화음의 완성.
그래봐야 가사도 다 똑같고 편곡만 달리한 거잖아."
"그럴 수밖에 없잖아. 왜냐하면......"
간만에 예쁘게 웃으면서 하얀 이를 드러내보인다.
정말로 예쁜 건 내가 아니라, 어쩌면 이 녀석일지도 모른다.
안 그런 척 하지만 바보인거 다 티내고 다니는 이 녀석.
"이 앨범을 내는 것 자체가, 너를 위한 우리의 선물이니까."
"...... 내일이면 발매지?"
"일주일 뒤면, 탈퇴 발표고."
".......... 마지막인데, 콘서트라도 한번 해 보고 싶은데..."
"부탁드릴까? 당장이라도."
"아아니 됬어."
또 무모한 행동을 하려고 드는 녀석의 기세에 옷자락을 잡고 세게 당겨댔다.
이 앨범 발매 허락도 간신히 얻어낸 건데, 사장님한테도 죄송스럽고 해서...... 이 이상 부탁드리고 싶지는 않다.
아니, 어쩌면 저런 사람에게는 더이상 어떠한 도움도 얻어내고 싶지 않다- 라는 느낌일지도.
"미안해서 그런 거야?"
간만에 제대로 찍었다.
"바보같이, 네가 미안해할 필요가 뭐가 있다고 그래? 너야말로 피해자인데."
너라면 그렇게 말 할줄 알았어.
정윤호, 너라면.
"피해자라......."
옆에 앉아서 재중과 이야기하던 파트너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 걸 보면서,
재중이 생각했다. 담배를 피우면서도, 치아가 저렇게 깨끗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스케일링일까-
알싸한 니코틴이 뿌옇게 퍼져나가는 모양을 보았는지 저 쪽에서 준수가 "좀 참으라고! 녹음실이니까!"라고 성을 냈고
"동감이야!"라며 유천과 창민이 한 목소리를 내었지만, 정작 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중을 향해 미소지었다.
"그래, 피해자."
"이런 건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거야. 잘못 알고 있다고, 너."재중이 톡 쏘아주었다.
"...... 맞아... 확실히, 그럴지도..."
어느새 방 안을 가득 채운 담배연기에 준수가 "간접흡연이 더 위험하단거 몰라!?"라며 성을 낸다.
그 외침에 윤호가 비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너나 나나 똑같은걸. 필터, 빼버렸으니까."
........... 못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