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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국일주를 하겠다고 계획한 지, 1년만에야 떠난다.
베트남에서 무얼 하든지 베트남을 잘 알아야 하지 않겠나.
베트남 말은 천천히 배우기로 하고 일단 베트남을 알아보기로 한다.
그래서 떠난다.
세부적인 계획은 세우지 말자.
정확한 일정도 짜지 말자.
그냥 가자. 발길 닿는 곳으로. 터벅터벅~
일단은 호찌민을 출발하여 베트남 서부 내륙지방으로 북상하여 서부 산악지방을 훑고,
북쪽지방을 갈지(之)자로 배회하고,
다시 베트남 동해안을 타고 까마우로 남하 후 호찌민으로 돌아오자.
유명 관광지나 큰 도시보다는 산간벽지나 오지를 주로 다니자.
그저 느낌이 닿는 그런 길을 가자.
베트남이 어찌 생겼나, 베트남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나.
또, 베트남의 자연은 어떤 모습을 하고 나를 맞을까에만 관심을 두기로 하자.
가다가 가다가 지치면 쉬고, 배고프면 먹고, 경치 좋으면 구경하고 그러자.
그러나, 머 사람 일이란 게 알 수 있나?
2008년 8월 1일
호찌민 시 푸년군(Q. Phu Nhuan, TP. Ho Chi Minh)
어제 끝내지 못한 준비를 마저 하고 마음을 다잡고 출발을 준비한다.
해가 나오다 구름이 끼다 한다.
뭐 어떠랴 하고 자위를 해 본다.
태양이 뜨거우면 외투 입고, 장갑 끼고..
비가 오면 비옷 입고...
홍수 나서 길이 막히면 우회하고..
태풍이 불면 며칠 쉬어 가고 그럼 되지.
앞으로 5~60일을 날씨 걱정만 하면서 다닐 순 없지.
누구는 하필 지금 우기(雨期)에 길을 떠나느냐고!
누구는 혼자서 무슨 낙으로 여행가느냐고 한다.
그러나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준비하는 여행은 내가 싫다.
그냥 가다보면 좋은 경치도 보고, 좋은 사람도 만나고 그러는 거지 뭐
물론 사기꾼도 만날 수 있고, 강도도 만날 수 있고, 악천후로 고생도 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도 사실은 여행하는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보지 않은 곳, 낯선 곳, 낯선 사람을 만나러 떠나는 “길”을 여행이라고 한다면,
그 길은 내 가슴에 작은 설레임과 감동, 더 큰 두려움과 어색함을 선물하는 것 아니겠나.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난 싫다.
다 준비하고, 다 대비한다면 설레임도 감동도 두려움도 줄어들리라.
그래서 난 그냥 더 두려울 수 있게 무작정 간다.
나가는데 호치민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기름 값 하라면서 돈을 쥐어준다.
참 좋은 사람이다. 돈을 줘서가 아니고^^
출발 : 08:30
주행 기록계 : 1,452km(0Km)
주유 : 232,000동 - 약 12.5리터
짐을 다 꾸려서 오토바이에 싣고 출발한다.
내 몸무게도 좀 나가는데, 짐까지 얹어주니 오토바이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베트남 한 명 더 싣고 가는 거 보다야 가볍지 않겠니?
환전을 위해 먼저 시내 레-러이 환전소로 간다.
500$을 제시하고 환전을 부탁하니 50만동짜리로 몇 장 준다.
그대로 돌려주며 10만동짜리로 바꿔달라고 한다.
서부 산간오지에서 50만동짜리를 쓸 일이 있겠나.
2~3만동짜리 밥 사먹고 50만동 내밀면 그 사람들 곤란하겠지.
받아보니 아 글쎄! 5백 몇 십만 동을 준다.
아니 이 사람들이....
8백 몇 십만 동을 받아야 하는데,
나에게 받은 돈이 5백 얼마란다.
기가차서 말이 안 나온다.
“내가 500불 준거 맞지?. 그래서 받은 베트남 돈을 그대로 돌려주고 바꾸라고 했는데.
그럼 500불을 5백 몇 십만 동으로 준거 아니냐.
내 지갑을 확인하고, 내 주머니도 다 확인해라.“
화를 내고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으면 이대로 당하겠구나 싶다.
전화를 하는 척, 매니저를 부르고 생난리를 하더니 제대로 준다.
‘휴!~ 큰 일 날 뻔 했네‘
혹시나 누가 뒤 따라 오면서 뒤통수 때리고 전대 낚아 채갈까 봐 뒤를 수십 번 돌아보며 공항쪽으로 내뺐다.ㅠㅠ
자! 이제 공항근처에서 제대로 출발하자.
환전해 오면서 1시간과, 10km를 까먹었다.
공항에서 출발 09:30
Hoc Mon과 Gu Chi를 지나서 호치민 시를 벗어난다.
호찌민의 경계를 벗어나니 바로 따이닌 성 짱방읍(TT. Trang Bang, Tay Ninh)에 도착한다.
*TT = Thi Tran/티쩐 = 우리나라의 邑정도의 도시라고 보면 되겠다.
각 성(省-Tinh)은 현(縣-Huyen)단위로 행정구역이 세분되고, 그 현의 현청소재지가 있는
곳을 티쩐으로 보면 무방하겠다.
그러니 이곳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따이닌道, 짱방郡, 짱방邑” 되시겠다.
이곳은 베트남전 당시 전쟁의 참혹함을 알린 공로로 퓰리쳐상을 받은,
벌거벗은 소녀가 폭격을 피해 도망가는 사진이 찍혔다는 곳이란다.
유서(?) 깊은 장소를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길가 카페에 들려 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신다.
냉커피 한 잔 5,000동
아무리 둘러봐도 인터넷에서 본 그 사진과 유사한 장소가 없다.
그래!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
그래서 좌우간 짱방에서 도로사진 한 장 박아본다.
티싸 따이닌 약 10키로 못 미친 지점에서 길거리에 온통 아오자이 물결이다.
근데, 아오자이 입은 사람들의 연령대가 학생이 아니다.
이상하다.
이상하고 요상하면 꼭! 반드시! 따라가는 터벅이....
그랬더니 중간 규모의 까오다이교 사원이군.
음 12시 예배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었군.
그럼 사진 박아야지.
정문을 지키는 완장 찬 경비원 아저씨(같은 까오다이교 신자다.)에게 사진 박아도 됩니껴?
했더니 사정없이 박으란다.
남자들도 전부 흰색 옷차림이다.
따이닌은 베트남 까오다이교의 총 본산이 있는 곳이라 중.소 규모의 사원들도 유난히 많다.
이 친구들은 자기들 사진 박아달라고 소리쳐서 한 장 찰칵!
따이닌 시내 도착 : 12:00
주행기록계 : 1,562(110Km)
호치민 공항->따이닌 100km, 소요시간 약 2시간 30분
Tinh Tây Ninh(띤 따이닌-따이닌 성)
떠이닌인지, 따이닌인지... 좌우간 그 곳 사람들은 “따이넌”이라고 한다.
Tinh(省)은 우리나라의 행정구역 “도/道”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총 면적 : 4,035.9km²
인구 : 1,047,100명(2006년 기준)
성도(성정부 소재지) : Thi xã Tây Ninh
티싸는 약자로 TX, 우리나라의 “시/市” 정도로 보면 되시겠다.
행정구역 : 1개의 Thi xã와 8개 huyen으로 구성됨
Tân Biên현, Tân Châu현, Duong Minh Châu현, Châu Thành현,
Hòa Thành현, Ben Cau현, Gò Dau현, Trang Bàng현.
민족구성 : 비엣족(Viet-Kinh), 짬족(Chăm), 크메르족(Khmer), 화교(Hoa)
성의 총 둘레 : 약 240km
지리위치 : 빈증성, 롱안성, 빈푹성, 호치민시, 그리고 캄보디아와 경계를 마주하고 있다.
그 중 캄보디아와는 목바이(Moc Bài)와 싸맛(Xa Mát)등 2곳의 국경관문이 있다.
가 볼만한 곳
Toà thánh Cao Đài(까오다이교 총본산/總本山) : 따이닌(Tây Ninh)성 화탄(Hòa
Thành)현에 있으며, 따이닌 시 중심에서 동남쪽 약 4km에 위치하
고 있다.
Ho Dau Tieng(여우띵 호수) : 따이닌(Tây Ninh)성 즈엉민쩌우(Duong Minh Châu)현
프억민(xã Phuoc Minh-xã는 우리의 면/面)에 있다.
Núi Bà Đen(바덴山) : 따이닌(Tây Ninh)성 따이닌(Tây Ninh)시 탄떤(xã Thanh Tân)
에 있으며, 따이닌 시 중심으로부터 약 11km 동북쪽에 있다.
(베트남 관광국 홈페이지 발췌)
자! 이제 따이닌 성의 성도에 도착했으니 이 동네의 지도를 구해야지 않겠나.
이 동네의 볼만한 곳을 제대로 찾아가려면 꼭 필요한 게 지도.
터벅터벅 여행의 기본이 지도 아니겠나...
서점을 찾아 갔더니 따이닌 성 지도, 따이닌 시 시내 지도가 없다나 머라나. 젠장!
지도가 없어 허무하고, 배도 고프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
만만한 껌찐 하이산(해물+계란 볶음밥)+맥주 타이거 두병 67,000동
첫날이라 좀 쓰기로 한다. 그러나 얇은 내 지갑이 걱정이다.
이 “껌찐 하이산”을 먹을 때마다 중국에서 만만하고 싸게 먹던 “지단 차오판-계란 볶음밥)이 생각난다.
이 해물볶음밥은 동네마다, 식당마다 맛이 천차만별이다.
어쨌던둥 매운 고추 듬뿍 넣고 늑맘 한 숟가락 뿌려 쓱쓱 비벼 배만 채우면 그만이지.
13:00 잘 먹고 트림하면서 누이바덴(바덴 山)으로 출발이다.
지도책에는 Nui Ba Den 이라고 나와 있는데,
실제 가보니 도로 표지판에는 Nui Ba 라고만 나온다.
어쨌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먼 소리랴? 술이 취했군)
바덴산까지 따이닌 시내에서 편도 13키로 나온다.
택시로 가도 얼마 안 나오겠다.
따이닌만 해도 너른 평야지대인데, 가다보니 들판에 우뚝 솟은 산이 하나 보이는군.
지도고 표지판이고 필요 없겠군. 감으로 가도 좋은 거리...
비가 오락가락하여 산에는 올라가지 않기로 하고, 일단 입구까지는 가본다.
사진만 찍고 나왔다.
입장료 성인 10,000동, 어린이 3,000동
케이블카 성인 편도 30,000동 왕복 50,00동, 어린이 25,000동 15,000동
키, 나이 기준 어린이 가격과 면제가 입장료와 케이블카가 다르니 직접 확인하삼.
내려올 때는 뭐 썰매를 탄다는데, 뭐 봅슬레이 비슷한 건가?
에이 궁금해도 그냥가자.
비도 오는데 고생할 일 있나.
산이야 뭐 북쪽으로 가면 지겹게 볼텐데.
자 이젠 까오다이교 총 본산을 구경해야지.
베트남 가이드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까오다이교 總本山!
얼마나 대단한 곳 이길래....
바덴산에서 까오다이 총본산으로 이동한다. 비를 맞으며...
이게 실수였다.
비를 맞고 가는 게. 비록 부슬비라도 맞으면 안되는 거였다.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를 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말이 있고,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도 있듯이...
이렇게 가랑비부터 맞기 시작하다가 큰 비도 그냥 맞고 가는 불상사가
앞으로 계속될 줄이야...
이것은 사서하는 고생의 전주곡이었다.
13:30 바덴산에서 출발하여 약 12km를 가니 까오다이교 총 본산이 나온다.
들어가 보니 어마어마한 부지규모에 놀랐다.
온갖 예배당과 건물들.
마치 마을 하나를 이룬듯하다.
그 부지 안에 공설 운동장과 관중석까지 있다.
까오다이교의 발생, 교리, 기타 특성들이야 가이드북 등에 자세히 나오겠지만,
나야 뭐 크게 관심이 없으니 그냥 훑고 지나간다.
사진이나 열라 박아 볼까나?
본당을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는데,
입구를 지키는 아저씨(역시 완장을 차고 있다.)가
신발 벗어라, 가운데 문으로는 들어오지 마라, 무릎 꿇고 찍어라.
본당 안에서도 한가운데는 피해라 등등. 에고고고~~
어찌어찌 찍은 본당 사진이 잘나온 게 몇 장 없다.
12시 예배가 몇 시까지 하는지 오후 두시가 되가는데 흰색 아오자이 물결이 총본산 부지 내와 인근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신도가 많기는 한가봐.
신도도 많고, 설립당시 참고한 종교도 많고, 상징도 많고, 섬기는 神도 많은지...
그러나 까오다이교를 나타내는 진정한 상징은 바로 이것!
한자로 高臺를 형상화한 문자와 혜안(慧眼).
까오다이교 총 본산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구경 잘 했다.
이제 지도책에 나오는 마지막 관광지인 호수를 보러 가자.
14:00경 까오다이교를 떠나 저우띵(Dau Tieng)호수로 출발!
남부 사투리로는 여우띵이다. 얼음 땡!도 아니고 ㅎㅎ
길 찾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까오다이교 총 본산에서 약 10km 정도 달리니 바로 나온다.
즈엉민쩌우 시내 도착, 계속 직진하니 어마어마한 길이의 지면보다 높은 뚝방을 만났다.
바로 올라가 봤다.
어라? 호수는 없고 뚝방 저편에 너른 들판만 있네?
우기인데 어째 수위가 올라가지 않았나?
어째던둥 다음 목적지인 빈푹성으로 가자면,
빈증 성 서북단의 티쩐 저우띵(Thi Tran Dau Tieng)으로 가야한다.
그래서 우회전해서 뚝방 옆으로 나 있는 지방도를 타고 내려간다.
뚝방이 저우띵 가는 길 계속 13km나 계속된다.
위로도 계속이니 사방 몇 키로나 되는 호수야?
즈엉민쩌우 시내 벗어나자마자 뚝방으로 올라가는 길이 또 있어 올라갔다
뚝방들이 공사중이다.
역시 호수가 없다
왼쪽은 높다란 뚝방, 오른쪽은 숲이 있다
그 숲 속에 간간이 민가가 보인다.
그 민가가 몰려있는 숲 속 공터에서 동네 청년들이 한가로이 배구를 하고 있다.
중간에 또 한번 올라가니 이젠 물이 좀 보이는데...
그 물가에 민가가 있다.
호수 안에서 사는 호수族인 셈인가?^^
중간에 도로와 뚝방 사이 공터에서 노는 사람들이 있어 사진을 찍기 위해 가던 길을 멈췄다.
마침 그곳에 허름한 동네 구멍가게 겸 카페가 있다.
오토바이도 쉬고, 나도 쉬고....
동네 청년들 축구하는 광경을 보며 쓰디 쓴 커피를 한 잔 때린다.
그래 여행하는 맛이 이런 거지 뭐.
어딘지 모르는 작은 시골 길 한적한 곳에서 퍼질러 앉아 쓰디쓴 커피 한 잔 때리며,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보는 경치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맛!
그리고 간식으로 담배 한 대!
캬!~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짧은 베트남 말로 카페 아줌마와 한담을 나눈다.
앞으로 쭈~욱 듣게 될 질문과 대답들...
여행 중이냐, 몇 살이냐, 결혼은 했냐, 베트남 애인은 있냐, 하는 일이 뭐냐,
어디서 출발했냐, 어디로 가느냐, 월급은 얼마나 되느냐 등등
베트남 사람들은 외국인 남자를 만나면 이런 것들이 궁금해 죽을 지경인가 봐.
아니면 내 이마빡에 “老총각”이라고 씌어 있나? 베트남 말로?^^
한담 중에 그 아줌마가 대만에서 12년이나 일하고 왔단다.
그 때부터 중국어로 급 전환...
아줌마 40살, 남편은 베트남인이고, 대만은 일하러 다녀왔단다.
지금은 남편과 헤어졌고, 남편에게 젊은 애인이 생겨 헤어졌다.(이 말 또한 앞으로 엄청 듣게 된다.)
저 앞 뚝방 너머가 경치가 좋다고 같이 가잔다. 사진 찍으라고.
올라가 봤더니 이젠 제법 물이 보인다.
마치 바다처럼 넓은 호수다.
수위가 많이 낮아서 맨땅도 보인다.
다시 내려와 축구하는 동네 청년들 구경한다.
그들이 나를 구경한다.
구경하던 아이들도 나를 구경한다.
축구장 한켠에서 2세 만들기에 여념 없던 개들도 나를 구경한다.
그래 이 사람들에겐 내가 구경꺼리지.
내가 이방인이고 내가 낯선 사람 아니겠나.
구경하러 나선 길에 구경꺼리가 되는 어색함에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커피 값 4,000동
자 이제 또 출발해야지.
아줌마의 뜻 모를 눈빛을 뒤로 한 채 말이다.
지금 시간 15:30
빈푹 성 성도인 동쏘아이에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부터 빈푹 성으로 가기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티쩐 저우띵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엄청난 고생을 한다.
커피마신 곳부터 계산하면 약 75Km를 달려 빈푹 성 동쏘아이市에 도착해야 하는데.
커피 마신 곳 대충 주행기록계 1,615km였으니
약 100km를 길바닥에서 흘려보냈다.
중간 중간 길 묻느라 들린 까페에서 커피 값도 약 15,000동 날렸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길은 물으면 참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예외 없이 모두, 너무나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준다.
가다가 물어보면 오던 길로 가라하고, 다시 물으면 또 오던 길이라 하고.....
그걸 믿고 가다보니 요리 또 조리 뺑뺑이를 돌고 있다. 따이닌 성 안에서....
비가 와서 지도책을 꺼내기 싫어 그랬는데 이런 엄청난 댓가를 치를 줄이야.
비가 오는데 세 시간 여를 헤매고. 비포장의 미끄러운 도로를 가고.
앞으로 다시는, 평생, 베트남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따~아!~~~
좌우지간 여기저기를 뱅뱅 돌다가고 시장하기도 하여,
따이닌 성 고다우 현 바우돈이란 곳에서 이상한 맛의 분보-훼 한 그릇으로 저녁 해결한 후.
이젠 길을 묻지 말자.
지도책을 꺼내서 꼼꼼히 지명과 방위, 거리를 머리에 입력했다.
분보-훼 15,000동 지불하고 18:30 힘차게 출발!??...하자 마자~~
비포장의 고운 황톳길이다.
이 길 거의 죽음이다.
군데군데 작은 웅덩이들, 고인 누런 황톳물, 엄청 미끄러운 노면....
오토바이도 나도 내리는 비보다, 아래서 튀는 황톳물에 더 괴롭군.
미치고 팔짝 뛰겠군.
그런 길을 시속 10km로 달려 약 9km를 가니 까이메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다행히도 포장도로다.
그러나,
밤이다. 비가 온다.
시골길이라 날아다니는 벌레 엄청 많다.
내가 몇 달 전 껀터를 지나 쩌우독까지 다녀오면서 비 오는 밤에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엄청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다시는 밤길 운전을 않으리라, 비를 맞으며 운전 않으리라. 그리 다짐했건만.
전국일주 첫날부터 비가 오는 밤길 운전이라니.
내가 참 미치지 않고야 이럴 수는 없는 거다.
보안경에 비가 번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벗고 달린다.
이번엔 날벌레들이 눈으로 들어와 살려 달라 아우성치며 각막을 할퀸다.
눈이 따가워서 눈물이 마구 난다.
가던 길을 멈추고 거울을 봐야 컴컴해서 보이지도 않는다.
대충 침 바른 손가락으로 눈 주위를 비비고 다시 출발이다.
비를 맞은 온 몸을 춥다고 오그라든다.
옷은 점점 무거워진다.
손가락이 뻣뻣해진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라는 노래를 불러재껴 본다.
“내가 왜 이럴까~~”하는 윤항기의 노래도 불러재낀다.
밤에 빗속을 달리며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러본다.
무서워서인지, 외로워서인지, 미련한 내가 원망스러워인지...
좌우간 가는 내내 그 노래가 입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이건 뭐 오기도 아니고,
그냥 따이닌으로 돌아가 하루 자고 떠나면 될 것을....
이런 처량하고 한심한 여행이 어디 있나 그래!
이제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 않는다.
분보-훼 먹으며 머리에 입력해 둔 지도와 감으로만 방향을 찾아간다.
어둠 속에서도, 빗속에서도, 낯선 이국땅의 낯선 장소에서도...
이제는 길을 잃지 않는다.
어느새 따이닌 성의 경계를 지나고
빈증 성 북서쪽 끄터머리를 살짝 걸치고 지나가서,
빈푹 성 성도인 티싸 동쏘아이까지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며 벌벌 떨어대며 도착했다.
진작 지도와 감을 믿고 왔으면 밝을 때 도착했을 것을 말여~
가는 길 내내 길 옆으로는 고무나무 숲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20:30 빈푹성 동쏘아이에 도착했다.
주행기록계 1,790km(338km)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추워서 온 몸이 떨리고 손가락이 뻣뻣해도,
옷이 비에 젖어 척척해서 미칠 것 같아도,
싯누런 황토가 오토바이와 내 온몸에 묻어 끈적대도,
내가 하룻밤 쉴 이곳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술 한 잔 걸치기로 한다.
사람들 술 마실 핑계 찾는 데는 참....
오징어+맥주 네병 총 80,000동
정말 힘든 하루였기에 좀 마시고 나니 한기가 가신다.
이젠 가서 자야지.
너무 녹초가 되었고, 엉망이라 호텔에서 자기로 한다.
싼 호텔을 찾아 헤매다 160,000동 짜리 구해 들어간다.
따뜻한 물로 좀 씻고 나니 살 것 같다.
그래서 딱 한 잔만 더하고 자기로 한다.
어슬렁거리고 호텔 앞 도로를 건너니 카페가 나온다.
사람들이 전부 한쪽을 바라보고 있다.
큰 화면의 텔레비전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베트남과 브라질간의 친선경기인가보다.
22:05분경 끝난 베트남 : 브라질의 경기 결과는?
베트남이 브라질에 0:2로 깨졌음
까페에서 맥주 한 병 14,000동
호텔로 돌아와서 푸욱 잤다.
오늘 운행거리
호찌민->따이닌->빈푹성 동쏘아이 338km
오늘 쓴 돈 : 총 592,000동
오토바이 유류대 232,000동
점 심 67,000동
저 녁 15,000동
커 피 24,000동
음 주 94,000동
숙박비 160,000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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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겁나게...부럽당,,,,,,,,,,,,,,,,
지송헙니다. 부럽게 맹글어서..^^
잘 보고 있어요 ^^
고맙습니다.
너무 너무 해보고 싶은 일들~~ 너무 부럽다는..ㅋ~
강아지들 사진 ㅡㅡ;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