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목요일 맑음
이르쿠츠크에서 아침을 맞는다. 그렇게 퍼붓던 폭우도 좀 잠잠해 졌지만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창밖을 보니 도로에는 아직도 시내처럼 물이 흐르고 있다. 택시가 지나가는데 물이 튀긴다. 아침 식사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이다. 아침 8시에 식당으로 갔다. 분위기도 좋고 서비스도 좋다. 뷔페식이 아니라 주문하면 갖다 주는 데, 일방적으로 준비된 메뉴를 갖다 준다. 풍성하다. 빵과 햄 치즈에 따뜻한 차 그리고 송이버섯 오믈렛에 팬 케익(러시아식 전병. 블린)을 준다. 특히 러시아식의 전병이 맛있다. 든든하게 잘 먹었다.
이제 바이칼 호수에 있는 알혼 섬을 가야한다. 오늘의 목적지(버스터미널, 알혼 섬, 후지르)를 러시아 말로 종이에 그려서 들로 간다. 예약한 버스가 10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아내와 샌달을 신고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도로가 물바다다.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눈치껏 내렸다. 어제 돌아다녀서 인지 거리가 눈에 익고 길을 알게 되었다. 중앙시장 부근에서 내렸다. 부지런히 걸어서 버스터미널에 9시 40분에 도착했다. 6번 게이트로 나와 버스를 탄다. 25인승의 낡은 버스다. 현대에서 만들어진 차인데 중고로 수입해 온 것 같다. 507번이다. 옆에는 미니버스가 있는데 이것도 번호가 507번으로 알혼 섬에 간다. 한국 아가씨 3명은 옆 미니버스를 탔다.
10시 10분에 차는 출발한다. 차가 낡아서 시트가 엉망이다. 엉덩이가 아프다. 약 300km가 넘는 거리인 것 같다. 도심을 빠져 나오니 몽골 초원 분위기가 난다. 포장은 되어있지만 도로사정이 엉망이다. 2시간 정도를 달려서 차는 주유소에 멈췄다. 모두 내렸다. 화장실을 찾아간다. 남여로 구분된 화장실은 주유소 구석에 가건물로 만들어 놓았다. 도로변에 위치한 마을의 주유소 주변은 몇 개의 민가가 있다.
나무가 없는 민둥산에는 아이 러브 바이칼이라는 뜻으로 보이는 그림 문자가 보인다. 거리에는 집보다 전봇대가 더 많은 것 같다. 대부분의가옥은 스레트 지붕에 목제 가구다. 차는 조금 더 달려 오후 1시경에 이름 없는 가게 식당 앞에 멈췄다. 점심시간인가 보다. 모두 내려서 음식을 사 먹는다. 아침에 담아 온 러시아식 전병과 삶은 계란을 먹었다. 그늘이 있는 건너편 집 앞에서 출발을 기다린다. 30분 정도 쉰 후에 차는 다시 출발했다. 1시간 정도를 더 달려 드디어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여기가 육지 쪽 선착장이 있는 싸휴르따(Sahurta)이다. 섬과의 좁은 해협을 오가는 카페리를 타야한다. 차들이 많다.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차들은 줄을 선다. 우리는 짐을 차에 놓고 귀중품만 들고 내렸다. 차가 배에 실어지만 걸어서 배에 오르는 것이다. 배가 도착하여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얼른 배에 올랐는데 우리차가 타지 못해 재빨리 내렸다. 순서가 다음 배에 탈 것 같다.
부두에서 먼저 가는 배를 보면서 사진을 찍고 놀았다. 드디어 바이칼 호수에 온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 많다. 대형 버스로 와서 개인별로 짐을 모두 들고 내려 배에 올라탄다. 대형 버스는 섬에 못 들어가는 것 같다. 이들은 배를 타고 건너가 대기 중인 미니봉고 푸르공으로 갈아타고 들어간다. 섬과는 2대의 페리가 운행을 한다. 차와 사람을 싣고 간다. 버스와 트럭 개인 차량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줄 서있다. 우리도 버스가 타는 것을 보고 배에 올랐다.
갈매기가 날아가는 호수가 아니라 바다다. 푸른 물이 잔잔하다. 드디어 알혼 섬에 도착했다. 부두 옆 백사장에서는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영하기에는 아직도 서늘해 보이는데 사람들 중에는 겨울 옷(패딩)을 입은 사람도 보이는 날씨다. 우리는 버스에 모두 올랐다. 이제 40분 정도를 달려야 우리의 목적지 후지르 마을에 도착한단다. 도로는 비포장이다.
푸르공 미니버스가 앞질러 달려가며 먼지를 뽀얗게 일으킨다. 도로는 파도 모양으로 파여서 덜컹거림이 심하다. 먼지가 뿌옇게 뒤 따라 이러난다. 우리 차는 도망치듯 달려간다. 섬 안에 호수도 있다. 주변 환경이 몽골의 고비사막과 비슷하다. 엉덩이도 아프고 긴장해서인지 허리와 어깨도 결린다. 차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덩치가 커서 속도가 느리다. 눈과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1시간을 넘게 달려 드디어 후지르(Khuzhir) 마을에 도착했다. 알혼 섬은 포장도로가 없다. 전부 먼지가 풀풀 날리는 모래 길이다. 날은 덥다. 이제는 숙소를 찾아야한다. 숙소의 이름과 위치가 들어있는 지도를 갖고 있지만 러시아 말로 되어있어 찾기가 참 어렵다. 거기에 성수기라 가격대비 저렴한 숙소를 찾는다고 구석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대충 짐작으로 골목을 걸어간다.
두 블록을 지나면 될 것 같았는데 숙소를 찾을 수 없다. 간판도 없다. 더운 날이라 사람도 보이지 않아 묻기도 어렵다. 그대 나타난 청년 천사. 우리는 숙소 예약 종이를 내밀었다. 한참을 살펴보더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 우리는 부지런히 따라갔다. 골목길을 가로질러 다음 블럭으로 가더니 대문이 닫힌 조용한 집을 두드린다. 여기가 숙소란다. 주소가 적힌 작은 글씨만 있을 뿐 숙소 이름도 없다. 초딩 정도 되는 여자 꼬마가 문을 연다. 이렇게 우리를 알려주고 청년 천사는 사라졌다. 너무 고마웠다.
숙소에는 꼬마만 있었다. 우리에게 열쇠를 준다. 통나무 방갈로 같은 집이다. 안마당에는 서 너 채의 통나무 방갈로가 만들어져 있다. 주방과 화장실과 샤워장은 밖에 있다. 마당에는 푸르공 한 대와 멈춰버린, 창고가 되어버린 이스타나 12인승이 버티고 있다. 작은 텃밭에는 감자가 아직도 자라고 있다. 검게 변해버린 판자들로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짐을 풀었다. 1인용 침대 두 개가 있고 작은 주방이 있는 구조다. 오래된 담요가 침대를 덮고 있다.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 앞에서 장난을 친다. 잠시 쉰다. 우리 숙소는 Guest House Tayozhnaya Skazka 이다.
아내와 시내로 나가 보기로 했다. 대문을 나서니 하늘로 곧게 솟은 소나무 숲이 있다. 숙소를 찾아와야하기 때문에 골목길과 주변 지형지물을 익히며 버스 정류장이 있는 큰 거리로 나왔다. 내일 모레 8월 12일 아침에 이르쿠츠크로 나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이미 차들의 좌석이 예약으로 가득 찼다. 겨우 두 자리 예약을 했다. 아침에 나가는 차는 8시부터 10시까지 4대가 있다. 우리는 8시 차를 예약했다. 요금은 두당 527루블(10,540원)이다.
바이칼 호수를 만나 보기로 했다. 걸어서 호수로 간다. 큰 길을 다라 서쪽으로 쭉 걸어가니 해변이다. 작은 선착장이 보인다. 여러 대의 모터보트가 정박해 있다. 녹 슬은 철선들이 육지로 올라와 있다. 예쁘게 색칠된 철선은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해변이 곡선으로 이어진다. 수영을 하는 사람도 보이고 모래사장에서 선텐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물이 참 깨끗하다. 맛을 보니 진자 민물이다. 물속의 모래가 그대로 보인다. 아내는 맨발로 호수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물이 따뜻하다. 햇살이 호수에 반사되어 눈부시다. 작은 파도가 친다.
모래사장을 걷다가 다시 나와 언덕을 오른다. 언덕에 세워진 판자 집들을 지나 올라간다. 조각해 놓은 4개의 나무 기둥이 나온다. 뱀이 조각되어 있다. 미신과 관련이 있나보다. 작고 예쁜 러시아 정교회가 나온다. 문은 닫혀있다. 크고 작은 종들이 매달려있다. 언덕에 올라 돌아서니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파란 지붕이 제일 눈에 들어온다. 붉은 지붕, 하얀 지붕, 자세히 보니 초록 지붕도 있다. 예쁘다. 마을을 감싸고 소나무 숲과 민둥산이 자리 잡고 있다. 언덕 위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눈 아래 작은 부두가 있는 해변이 보인다. 파란 하늘에 햇살이 뜨겁다. 아내는 우산을 꺼내 편다. 호수 서쪽으로 해가 기운다. 언덕에 잠시 안자서 지는 해를 바라본다. 옆에는 무덤이 있다. 1986년에 태어나 2003년에 죽었으니, 묘비 석에 새겨진 사진을 보니 청소년이다. 아마도 바이칼 호수에서 사고를 당했나보다. 섬이 생각보다 크다.
바이칼 호(Ozero Baykal)는 동시베리아 남부에 자리 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내륙호로 최고수심 1,742m이며 길이 636㎞, 평균너비 48㎞, 면적 3만 1,500㎢, 초승달 모양이다. 호수의 바닥은 해수면보다 1285 m 아래로, 내륙에서는 가장 낮다. 유라시아대륙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이며, 담수호로서는 가장 넓고 호안선의 연장은 2200km에 이른다. 저수량은 세계 최대를 자랑하며 북아메리카 5대호 전부의 수량과 맞먹는다. 지구상의 민물의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지표상에 있는 담수의 약 1/5을 수용하는 이 호수로 셀렝가 강을 비롯한 336개의 하천이 흘러들어온다. 바이칼 호는 산들로 둘러싸인 깊은 구조적 와지(窪地)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들 산 가운데 몇 개는 호수표면에서 2,000m까지 솟아 있다. 이 지역은 주로 5억 년 이상 된 변성암·퇴적암·화성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호수 바닥의 퇴적층은 두께가 6,000m에 이른다. 호반 가까이에는 사화산들이 있다.
지각변동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가끔 심한 지진이 발생하는데, 1862년에 일어난 지진으로 셀렝가 강 삼각주 북부의 123㎢가량이 침수되어 프로발 만이라는 새로운 만이 형성되었고 지각이 갈라지면서 뜨거운 광천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호수 바닥의 서쪽 연안은 경사가 가파르고 동쪽은 완만한 형태로 바닥의 약 8%는 48m 정도의 얕은 수심이다. 길이 2,200㎞가량의 들쭉날쭉한 해안선에는 바르구진 만 같은 큰 만과 아야야 등의 작은 만도 형성되어 있다. 남동쪽 연안에는 스뱌토이노스 반도가 있다.
바이칼 호에는 주기적으로 물에 잠기는 5개 섬을 포함해 섬이 27개 있으며 그 가운데서 징기스칸의 무덤이 있다는 알혼 섬(448㎢)과 볼쇼이우슈카니 섬(4.8㎢이상)이 가장 크다. 주로 셀렝가 강을 비롯한 하수유입의 비중이 가장 크며 그밖에 강수(降水)와 지하수가 흘러든다. 유출은 예니세이 강 지류인 앙가라 강을 통해 주로 이루어진다. 수위는 1년 동안 0.6~0.9m 정도 차이가 나는데 8~9월에 가장 높고 3~4월에 가장 낮다.
바이칼 호의 기후는 주변지역보다 훨씬 온화해 1~2월의 기온은 평균 -19℃이고 8월평균기온은 11℃가량이다. 호수 면은 1월에 얼고 화물 트럭이 호수를 다니며 교통 표지판이 얼음위에 세워진다. 5월에 녹는다. 8월의 수면온도는 약 13℃이고 해안에서 가까운 얕은 곳에서는 수면온도가 20℃에 이른다. 파고는 4.5m 이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호수는 광물을 거의 함유하지 않아 수심 40m 까지 들여다보이며 염도도 낮다.
바이칼 호의 동식물 생태는 풍부하고 다양하다. 수심에 따라 1,200종이 넘는 동물이 서식하고 600종에 가까운 식물이 수면 위나 수면 가까이에 분포한다. 이 가운데 약 3/4, 바이칼 호의 어류의 경우 52종 중 27종이 오물(Omul)처럼 고유종이다. 연어류가 많이 잡히며 어류 가운데 가장 큰 종류는 철갑상어로서 길이 1.8m, 무게 120㎏에 이르는 종류도 있다. 이 호수 고유종으로 골로먄카라는 수명이 짧은 물고기도 서식한다. 유일한 포유동물은 바이칼 물범이며 바이칼 호 주변지역에는 326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남쪽에는 홉스굴이 있으며 현지인들은 두 호수를 자매 호수라고 부른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이며, 이름은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의 바이쿨에서 왔다.
바이칼 호반 지역에서는 광업(운모와 대리석), 셀룰로오스와 종이 제조, 조선업, 어업, 임업 같은 산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많은 광천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광천수의 치료 효과 때문에 고랴친스크와 하쿠시를 찾는다. 5~10월에 뗏목으로 호수를 건널 수 있다. 러시아 연방은 정부차원에서 바이칼 호와 그 자원의 보호에 관여해왔으며 이들 자원의 보호와 합리적인 이용 방법, 셀룰로오스와 기타 공업시설들로부터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막는 조치에 관한 법령을 1971년 6월에 채택했다.
숙소로 돌아온다. 작은 가게에 들러서 오이를 몇 개 샀다. 아이스크림도 하났기 사서 입에 물었다. 마당의 푸르공 차가 사라졌다. 일하러 나갔나보다. 여기는 푸르공 차가 많이 보인다. 푸르공 이라고 알고 있는 이 차의 정식 명칭은 UAZ-452이다. 몽골에서는 푸르공, 러시아에서는 우아직(식빵)이라 부른다. UAZ는 1941년에 설립한 군용차량 제조 기업이라고 한다. UAZ-450을 시작으로 1958년에 처음 생산을 시작하였고 외부 디자인 변경 없이 아직까지 생산하는 차량이라고 한다. 라면을 끓여서 오이와 삶은 달걀과 함께 먹었다.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밖은 훤하다. 담장 밖으로 해가 붉게 넘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