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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황이 공황인 이유 [142]
* 세일러 (아고라 경제토론방)
* 번호 452336 | 2008.12.18 IP 125.1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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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에 읽었던 신화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마야 아니면 잉카의 신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인간들이 죄를 너무 많이 짓자 신이 노하여 대홍수의 징벌을 내려 인간세상이 멸망하고 맙니다.
살아남은 일부 인간들이 다시 번성하였는데, 예전에 대홍수가 닥쳤던 것을 기억하고 이번에는 나무로 집을 짓습니다. 그러자 신은 불을 놓아 인간세상을 멸망시킵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이번에는 불이 두려워 돌로 집을 짓습니다. 그러자 이번에 신은 지진을 일으켜 역시 인간세상을 멸망시키고 맙니다.
신화의 세부 사항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내용만은 잊혀지지 않는 걸 보면 처음 읽을 때 인상이 강렬하게 남았나 봅니다.
이 신화를 보면 대재난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예측하고 대비하면, 꼭 반대로 터집니다.
주목할 것은 이와 유사한 현상이 경제공황에도 항상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신들의 자본주의 역사에서 경제공황을 유달리 많이 겪은 나라입니다. 1830년대 이래 여러 차례의 경제공황(1929년의 대공황 전에 이미 3차례의 공황을 겪음)을 겪었는데, 그 때마다 공황의 유형이나 성격이 과거와 아주 달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공황’이란 쉽게 말해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것인데,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 공황이 아니겠지요.
제가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태는 어떤지 한 번 생각해보기 위함입니다.
큰 부담없이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의 나래를 한 번 펼쳐보겠습니다. 일종의 사고 실험 같은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 가 아니라 그냥 상상을 펼쳐보는 것입니다. 큰 부담없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심리상태를 가만히 살펴보면 (하이퍼)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공황), 양쪽 모두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사회저변의 심리상태만을 놓고 본다면, 이 상태로는 둘 다 진행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을 돌이켜 가만히 생각해보면, 큰 시세의 상승은 대다수가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고 주저주저할 때 이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상승을 예상하고 너도나도 뛰어들 때는 슬슬 상투가 가까웠다고 보면 맞습니다.
반대로 하락의 경우도 모두가 방심할 때 급격한 하락이 나옵니다. 2000년 IT버블이 붕괴할 때를 돌이켜보아도, 모두가 새로운 미래에 대해 낙관할 때 급격한 하락이 나왔습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하락할 지 모른다고 경계하고 있을 때는 큰 하락이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상승을 계속했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는 이미 돈을 찍는 윤전기를 돌리기 시작했고, 우리 한국은행도 ‘발권력 동원’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나중에 하이퍼 인플레가 올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두려워하고 은연 중에 대비하고 있는 이상, 이러한 심리상태 그대로는 인플레이션으로 진행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나중에 인플레이션이 정말 일어난다면, 그 때가 언제냐 하면, 그건 사람들이 인플레에 대해 경계하다 지쳐서 이제 더 이상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을 게 틀림없어, 라고 말하게 될 때, 경계심이 완전히 풀려버릴 때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현재 일부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겁먹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 전반에 이런 심리상태가 깔려있으면 이 상태 그대로는 급격한 디플레이션(공황)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공황 형태의 급격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그 때가 언제냐 하면, 우리들의 긴장을 풀어놓고, 방심하게 해놓고 일어날 것입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경계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로는 크게 떨어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전망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된다기 보다는, 시장 상황이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어떤 한쪽 방향으로 몰아놓고는, 정작 사태의 진행은 사람들의 예측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될 수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이런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 지금 우리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흐름에 걱정되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리라고 확신하는 사람 아직은 별로 없습니다. 그럼 계속 오르기 쉽습니다. 실제로 그런 흐름이 보이고 있습니다.
외환시장에 대해서는 저의 앞 글들에서 꼬여있는 수급구조를 설명드렸습니다. 지난 주에 한국은행이 1%P나 한꺼번에 금리를 낮추었고, 연말이면 해외송금수요도 있고 해서 환율이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거라는 예측들이 많았습니다. 그럼 계속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지난 주 수요일(10일) 아침에 올렸던 두 번째 글 ‘환율은 왜 오르기만 했나’라는 글의 말미 추신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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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환율은 왜 오르기만 했나
추신:
현재 주식시장의 상황은 단기적인 반등을 주는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어마켓 랠리이긴 하지만 꽤 갈 듯도 합니다. 저점 대비 50%까지의 반등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보는데요, 이런 제 생각이 맞는다면 환율도 당분간은 안정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예측이니 책임 못집니다 ^^ )
그런데 제가 이 글에서 설명드린 부분, 외환시장의 공급측면에 공백이 존재한다는 부분은 앞으로 2년 내내 영향을 미칠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베어마켓 랠리가 끝나고 나면 이 부분이 다시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고 봅니다.
큰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투기세력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데, 베어마켓 랠리가 끝나고 나서 이들이 준동하지나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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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당시 이런 글을 첨부했던 이유는, 향후 환율이 상당히 하락하면서 시장참여자들을 안심시키는 시장 흐름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미리 경고를 해놓은 셈이랄까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한동안 주식시장 상승, 환율 하락으로 갈 듯한 시장의 흐름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성탄, 안도감 속에서 연말을 맞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월에도 계속 갈 지 모릅니다.
이전 글에서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제 말은 이렇게 갈 것이다, 라는 예측은 아니고, 이런 ‘흐름’이 있다, 정도입니다.
흐름 자체를 되돌리는 어떤 돌발변수가 생기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것이 흐름입니다. 다만, 그제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1.7% 하락했다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이 상승하는 걸 보면 왠만한 악재는 무시하면서 오를 듯도 합니다.
저는 이런 흐름이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한 번 돌이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를 급격하게 공포에 빠뜨렸던 것이 무엇일까요? 가만히 따지고 보면 주식시장의 폭락과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급등했던 것입니다.
펀드 열풍과 과거 몇 년간의 대세상승으로 국민들 중 상당수가 주식시장에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 경제는 부존자원이 없어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환율에 매우 민감합니다. 또 IMF 위기의 기억 때문에 환율 급등은 전 국민을 공포에 빠뜨립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국민들의 심리 상태가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으로 쉽게 영향을 받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꾸로 지금 시점에서는 한동안 주식시장이 저점 대비 상승했고, 또 환율이 고점 대비 꽤 떨어졌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벌써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고 봅니다. 사람들의 심리가 상당히 안정감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앞으로도 한동안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고, 환율이 계속 하향추세로 안정화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의 심리가 풀어지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 곳 아고라의 심리상태마저 바꿔놓을 지 모릅니다. 괜히 쓸데없는 비관론에 젖어 있었다며 아고라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경계하느라 부릅떴던 눈에 졸음이 밀려들고, 마지막까지 깨어있던 사람조차 눈꺼풀이 가물가물해질 때, 그때가 위험할 때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공황이 터진다면 아마 이런 상태에서 터지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아래 미국 다우지수의 100년 차트를 한 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190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다우지수 차트입니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대공황 시기입니다.
대공황 당시 엄청난 하락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주가는 상승했다, 장기투자가 답이다, 라는 논리를 얘기할 때 흔히 인용되는 차트입니다.
여기서 대공황 당시 주가지수가 3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세 하락했다는 점을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사람이 3년 동안 계속 대세 하락하는데, 가치투자의 신념을 갖고 계속 보유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다고 봅니다.
다음 두 번째 차트를 보시기 바랍니다. 1920년에서 40년까지 20년 동안의 차트입니다.
먼저 차트에서는 장기간의 상승 중에 나타난 하락이었다는 느낌이지만, 이 차트를 보면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29년말부터 32년까지 3년간 이어진 대세하락 기간에 놓여있던 사람들이 장기적 상승에 대한 비전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주가는 고점 381.17 에서 저점 41.22 까지 떨어졌습니다. 89.18%의 하락률이고 10분의 1 토목이 난 것입니다.
다음으로 하락기간을 확대한 마지막 차트를 보시겠습니다.
이 차트에서 한 가지 꼭 생각해봐야만 할 점은,
29년말에 시작된 3년간의 대세하락 기간 동안에도 큰 반등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첫번 째 나타난 반등을 잘 보십시오.
고점 381.17 에서 198.69 까지 하락: 하락률 47.87%
단기 저점 198.69에서 294.07까지 상승: 상승률 48%
고점 대비 50% 하락 후에 다시 50% 가까이 상승하는 반등을 주었던 것입니다. 수개월에 걸쳐 무려 50% 정도되는 상승입니다.
우리 나라 주식시장에서 지난 몇 년간의 상승기간 중에 가장 큰 상승으로 느껴졌던 기간이 2005년이었습니다. 당시 1년동안의 상승폭이 50% 였습니다.
가만히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당시 뉴욕에 있던 일반 서민층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감정이입을 시켜서 그 사람의 느낌과 생각이 어땠을지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이때 뉴욕의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저는 틀림없이 이 기간동안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또 한 번 뒤늦게 주식투자에 다시 뛰어들었을 거라고 봅니다. 근거없는 비관론 때문에 저점에서 손절매한 꼴이 되고 말았다, 또는 저점에서 살 수 있는 좋은 투자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하며 다시 어깨쯤 올라온 뒤에 추격 매수에 나서게 되는 것이지요...
78년 뒤의 우리는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진바닥은 41.22 포인트지요. 두번째 꼭지인 294.07 포인트에서 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이후 손절매를 못했다고 치면 86% 의 손실을 입어야 했습니다.
대폭락의 원리, 공황의 원리는 이런 것입니다. 중간 중간에 상당한 폭의 반등을 줍니다. 그렇게 상당폭의 반등을 주기 때문에 10분의 1 토막이 가능한 것입니다. 반등을 주지 않고 단번에 떨어진다면 결코 10분의 1 토막이 날 수 없습니다.
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식시장의 반등과 환율 하락에 대해 우려가 되는 것은 이런 부분들입니다.
그냥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와중에 생각해보는 상상에 불과합니다만, 혹시라도 이런 흐름으로 전개된다면 더욱 큰 피해를 입을 수가 있겠기에, 경계하는 차원에서 한 번 정리해서 말씀드려 보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더 큰 손실을 입게 되는거지요. 세상이 망한다고 호들갑 떨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곧 회복 될거라는 낙관론도 경계해야 겠지요.
사람들 심리에 대하여 이해 쉽게 잘 설명해 주신것 같습니다.. 평균적인 사람들의 심리를 벗어나는 것은 너무 힘들것도 같네요..
참 좋은 글입니다. 조금이나마 깨이는 거 같습니다. 좋은 글 부탁드려요. '환율은 왜 오르기만 했나' 이글을 찾을 수가 없네요. 차트까지 보면서 보고 싶은데...
돌이켜 볼 수 있는 글이네요... 경제학용어 중 Red Ocean과 Blue Ocean이란 것이 생각나는군요... 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왠지 그것과 조금은 매치되는 듯 하네요. 반전 영화처럼 모든게 해결된 듯 한 시점에 뒷통수를 치는 이치와 유사한 걸까요?
차트와 같이 볼 수 있는 글이네요~ http://blog.daum.net/im62777/12333152?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im62777%2F12333152
좋은 글인거 같은데요. 작금의 환율과 주가 파동은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한 거품 붕괴를 사람들이 무서워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거품은 붕회하고 있기때문에 나타납니다. 단순히 벌어지지 않을일을 걱정하며 공포에 떠는게 아니죠.
경제는 심리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합리적인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참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