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은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숱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 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릴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 먹고 싶다.
2025.1.22. 시암송회에서
첫댓글 두레 밥상 ㅎㅎ
어린 시절 양은 두레밥상이 눈에 선하네요.
찐 고구마에 싱건지구물 팥죽에 쪼각지 ㅋㅋ
치렁치렁 콧물 반 국물 반, 꿀맛 이었던 시절.
어머니가 참 어머니였음을 뒤늦게야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