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80이 안 되었지만 때로는 늙었다고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유인물을 모든 사람들에게 주면서 나는 건너뛰는 겁니다. 서울 지하철에서도 그랬고 중국의 어느 병원 대기실에서도 그랬습니다. 나는 그것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무시당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늙은이를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것이 동양의 미풍양속인데 요즘에는 늙은이를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고 늙은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늙었다는 사실은 젊어서 죽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그것을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낮다고 하는데, 이대로 가면 앞으로 몇 백년 후에는 한국의 인구가 0이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젊은이는 적고 늙은이들만 많은 사회를 상상해 보십시오. 잘되는 사회는 젊은이가 많고 늙은이가 적은 사회입니다. 출산율을 높여 어린 아이들과 젊은이가 많아져야 합니다.
요즘 의학의 발달로 한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80을 넘었다고 하는데 저출산에 장수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늙은이들만 많은 사회가 될 것이니 그 많은 늙은이들을 누가 돌볼 것이며 그 사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지겠습니까. 장수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인생은 짧다는 말대로 늙어서 오래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성경 말씀에 인생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고 했습니다.
KBS TV의 ‘언제나 청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늙은이가 훌라후프를 돌리는 광경을 보았는데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행동입니다. 그런 것을 가리켜 주책 떤다고 말합니다. 늙은이가 늙은이답게 처신해야지 왜 젊은이들의 흉내를 내야 합니까? 말 그대로 나이 값을 해야지요.
중국말로 가르치는 사람을 라오스(老師)라고 부르는데 늙은 스승이라는 뜻으로 노인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늙은이가 늙은이답게 처신하고, 오래 살려고 바둥거리지 말아야 존경을 받습니다. 언제나 청춘 혹은 늘 푸른 나무 같은 소리는 늙은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그리고 더 오래 살겠다고 건강 음식이나 찾고 죽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것도 어른답지 못한 짓입니다. 늙으면 뒤로 물러나고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것이야말로 미풍양속입니다. 늙은이는 늙은이답게 살아야 오히려 대접 받습니다. (2011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