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간 토요일] 마르 3,20-21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줏대란 노와 같아요. / 배를 타는데 꼭 있어야 할 노와 같아요.
줏대 없는 돌이 아빠는 / 노 없는 배를 탄 것처럼 / 남의 말에 흔들려요.
줏대 있는 순이 아빠는 / 노를 저어 가는 배처럼
누가 뭐래도 / 자기 갈 길을 가요]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게 된 시입니다. ‘다른 이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생각을 꿋꿋이 내세우는 기질’을 줏대라고 하지요.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우기는 ‘고집’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충분한 공부와 대화, 그리고 숙고를 통해 자기가 지닌 생각이 옳고 바르다는 소신을 가지게 되었기에, 자기만큼의 노력과 숙고 없이, 자기 의견에 대한 이해와 존중 없이 가볍게 내뱉는 말들에 휘둘리지 않는 겁니다.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들에게는 그런 줏대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대로 사는 우리를 보고 세상 사람들이 ‘바보’라고 손가락질 하더라도, 그렇게 살다가는 계속 손해만 보다가 결국 망하게 될거라고 걱정하며 뜯어말려도, 나를 가장 좋은 길로 이끄시는 주님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그분 뜻을 따라 사는게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분명한 확신을 지니고 하루 하루 기쁘게 살아가야만 세상 걱정과 유혹에 휩쓸려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하느님 나라’라는 목적지에 무사히 다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친척들은 그런 줏대를 지니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통해 예수님에 관한 이런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 민족이 목숨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안식일 율법을 위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상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여러 중요한 관습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더구나 종교 지도자들이 지닌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을 비난하여 그들로부터 미움을 사고 있다. 계속 저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가는 정말 큰 일이 날 지도 모른다’. 그 소문을 전해들은 예수님의 친척들은 그분이 정말 큰 일이라도 당할까봐, 그로 인해 자기들까지 화를 입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친척 예수를 억지로라도 집으로 데려와 자숙하게 만들려고 했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붙잡다’로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 ‘크라테오’는 ‘손에 쥐다’ 혹은 ‘제지하다’라는 뜻입니다. 즉 예수님의 친척들은 그분을 자기 손아귀에 쥐고 제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사람의 일’을 신경쓰고 걱정하느라 ‘하느님의 일’을 하시는 예수님을 제지하려고 든 것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로 말이지요.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라면 그분의 뜻에 순명하며 따라야지, 내 뜻과 욕심으로 그분을 붙들고 흔들어서는 안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요한 20,17)고 하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요. 그리스도인은 주님 앞을 가로막고 그분 뜻을 제지하는 이가 아니라, 그분께서 나를 차지하시어 당신의 일을 하시도록 자신을 의탁하고 순명하는 이들입니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까? 주님 사랑에 붙들려 있습니까? 아니면 그분을 내 욕심으로 붙들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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