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원 어린 친구들과 은파 물빛다리를 건넜다.
오랫만에 시민 된 긍지를 느끼는 좋은 시간이었다.
요즘 가물어서 그런지 물은 많지 않았다
주변 경관은 한참 단장을 하느라
산을 허물고 길을 내고 개발의 붐을 타고 있다
야심찬 공원화 계획이 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해 주길 바랄 뿐이다.
현수교 120미터, 접속교 250미터, 다리길이가 370미터
밤이면 오색불빛과 음악분수와 켜진단다.
옛이름 미제저수지 (쌀뭍 마을저수지)를
사업가 류모씨가 1975년 자신의 아버지 호 은파를 따서 은파로 불리웠다.
와이만의 은파의 피아노 선율을 떠올리며 걷던 낭만의 가로수 길은
이제 물빛다리가 화려하게 치장하고 옛추억의 향수를 불러 일킨다.
내게는 은파호에 대한 작은 추억이 있다.
한 삼십년도 넘은 처녀적 이야기다.
왜 처녀적 이야기를 하려면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인다.
친구 금영이하고 은파유원지에 놀러 갔었다.
아마 꽃피는 봄날 친구와 모처럼 나들이 였을 것이다
처음으로 가 본 은파 유원지는 비교적 사람이 한산 했고 물이 가득했다.
바다를 본 것처럼 굉장히 크고 넓었었다.
멀리 유원지를 찾은 행락객들이 오리배를 타고 수중 주점에는
뽕짝이 흘러 나오고 적어도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나는 물을 무서워 하는 데다 늘 할머니 귓전에 하시는 말씀
" 애야 물가에 가지 마라, 물귀신이 잡고 늘어지면 일 난다"
멀찌감치 떨어져 호수를 바라보는데 친구 금영이가 나를 잡아 끈다.
오리 배를 한번 타 보자는 것이다.
나는 안 탄다며 실랑이를 벌이는데 그 친구 고집을 꺽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끌려가는 송아지 마냥 오리배에 올라 탓는데
무서워 옴짝달싹도 못하는데 친구는 씩씩하게 페달을 밟으며
룰루랄라 콧노래 까지 부른다. 친구의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무섭기도하고...
그런데 저 만치 모타보트가 쌩 하고 달려 올게 뭐람
분명히 우리를 향하여 돌진을 하는데 나는 그만 눈을 감아 버리고
우리 오리배가 출렁~ 하더니 반쪽이 물속에 잠겼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거의 실신수준에
할머니 말을 안들어서 영락 없이 물귀신에게 붙들려 간다고 생각 했었다
친구는 손수건을 흔들며 구조요청에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 "오리 ! 오리는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럴수록 친구는 방방 뛰는데 정말 친구가 아니라 원수가 될 뻔 했다.
잠시 후, 조금 전에 우리 오리를 죽일 뻔 한 보트가 다가 와 로프를 던져 주었다
생명줄인 듯 꼭 잡고 뭍으로 기어 나오며 물가에는 다시는 안 간다고 맹세 했었고
억세가 운수가 사나운 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 .
삼십년 후, 다리가 생길 거라고 상상하지 않았다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왈가닥 친구 금영이는 지금 어디에서 사는지...
갑짜기 친구의 안부가 궁금했다.
시민들은 물빛 다리를 건너기 위해 끓임없이 모여들고
군산의 아름다운 정취를 더해 줄거라 믿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추억을 안겨주는 물빛 다리가 되었으면 ...
세노야님들...군산에 오시면 우리 함께 물빛 다리를 건너 봅시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시구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