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뉴스
“갭투자 문의가 그렇게 많이 와요. 30평대가 5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고요.” (남사읍 공인중개사 A씨)
정부가 지난 15일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입해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발표하자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일대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정부의 용인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 이후 남사읍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가 직전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5단지 전용 84㎡는 이달 초만 하더라도 3억3350만원(2층)에 거래되는데 지난 17일에는 4억5500만원(17층)으로 무려 1억원 넘게 매매가가 뛰었다. 3단지 전용 59㎡는 지난 23일 4억원(20층)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2억8000만원) 대비 1억2000만원이나 값이 올랐다. 전용 84㎡의 경우 호가가 5억~5억500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거래 취소 사례도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 주로 정부의 발표날인 15일 이전에 거래가 성사됐던 건으로 최근 매매가가 뜀박질하자 계약을 취소하고 다시 거래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용인한숲시티는 67개동, 6800가구로 이뤄진 대단지 아파트로 2018년 준공됐다. 2015년 분양 당시 전체 가구의 절반 규모가 미분양됐고 분양가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부족한 인프라와 용인 도심지와도 떨어져있어 대단지 아파트임에도 가격이 오르지 않아 ‘한숨시티’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이후 분위기가 반전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일대 710만㎡(215만평) 부지에 2042년까지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인근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등 최대 150개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용인한숲시티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 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호갱노노’에서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정부의 발표 이후 일주일 넘게 인기아파트 1~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도 인기 지역 1~2위다.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한 동안 조용했던 이 곳에 개발 호재가 생기면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세 시세가 2억원 수준인데 2억원만 정도만 더 있으면 매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현지인은 물론 외지인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투기방지를 위해 남사읍과 인근 이동읍을 지난 20일부터 2026년 3월19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대지지분 60㎡을 넘는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택은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단지 3·5·6 단지의 경우 전용 84㎡ 평형 대지지분이 55㎡ 내외로 갭투자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개발 호재에 당분간 한숲시티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밑그림 수준의 계획만 발표된데다 아직까지 주변 인프라가 부족해 섣불리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기자(hooni@sedaily.com) https://naver.me/xmPmAq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