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미니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델이 출시됐다. 최고 306마력이다. 기존에 비해 75마력이나 증가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단 5.1초 만에 끊는다. 미니 JCW 컨트리맨이다.
JCW는 ‘John Cooper Works’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미니의 고성능 모델을 뜻한다. 흔히 말하는 ‘고카트 필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딱딱하고, 시끄러운 소형 SUV에 소비자는 왜 열광할까?
미니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연 판매 1만대를 돌파하는 개가를 올렸다. 소형 모델만 가지고 이룬 성과다. 모두가 크고 비싼 차에 집착할 때 미니는 비싸고 작은 차에 집중했다(물론 과거 미니에 비해 많이 커졌다). 2010년 등장한 미니 쿠퍼 컨트리맨은 2016년 2세대 모델로 거듭났다. 소형 SUV의 인기와 더불어 컨트리맨은 지난해 2268대 판매됐다. 지난해 전체 판매(1만222대)의 22.1%를 차지했다.
JCW 컨트리맨은 231마력을 발휘하던 이전 모델과 소소한 부분에서 차이를 둔다. 각이 들어간 타원형 주간주행등과 LED 헤드램프, 고성능을 상징하는 칠리레드 색상의 포인트가 차체 곳곳을 수놓는다. 범퍼 하단 공기 흡입구는 이전 모델과 달리 양쪽이 모두 뚫려있다. 냉각 성능을 끌어 올리기 위한 선택이다.
측면으로 돌면 새롭게 적용된 19인치 휠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전 모델보다 좀 더 스포티한 디자인이다. 강력한 달리기 실력을 암시한다. 19인치 휠 안쪽을 꽉 채운 브레이크 캘리퍼는 빨간색으로 치장했다.
JCW 컨트리맨은 아직 부분변경을 거치지 않았다. 동그란 그래픽의 테일램프가 사용된다. 부분변경을 한 미니 쿠퍼와 미니 쿠퍼 클럽맨에 적용된 유니언잭 모양의 테일램프는 없다. 후면 범퍼 양쪽으로 나와 있는 두 개의 테일 파이프 평소에는 오른쪽만 개방한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왼쪽 테일 파이프도 개방해 우렁찬 소리를 내뱉는다. 상단에 위치한 스포일러는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실내는 다른 미니 모델과 동일하다. 미니 유전자가 그대로 드러난다. 손이 닿는 모든 곳이 동글동글하다. 적당한 두께의 스티어링휠과 아날로그 계기반, 8.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LED 링은 이전과 동일한 구성이다.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무선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별도의 데이터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탑승만 하면 자동으로 연결된다. 센터 콘솔박스에 달린 무선 충전패드를 활용하면 활용도는 극대화 된다.
계기반 앞쪽엔 컨바이너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BMW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많은 양의 정보를 보여주진 않지만 꼭 필요한 것만 모았다.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시동 버튼은 미니 만의 재치가 느껴진다. JCW 모델에 사용되는 시트는 다이나미카(재활용 페트병을 활용한 극세섬유)와 가죽이 조합됐다. 시트 측면이 빨간색에서 회색으로 변화했다.
2열은 국산 소형 SUV보다 넉넉하다. 별도의 송풍구와 USB-C타입 충전 포트도 2개 마련했다. 2열에 탑승해보면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여유롭다. 성인 2명이 앉아도 답답하지 않다. 천장에 위치한 2개의 선루프는 1열만 개방이 된다. 2열 선루프는 개방이 되지 않지만 시각적으로 시원함을 준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460L의 기본 적재용량을 자랑한다. 국산 소형 SUV 중 준중형에 버금가는 크기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용량과 동일하다.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390L까지 확장된다.
미니 JCW 컨트리맨의 가장 큰 특징은 보닛 아래에 숨어 있다. L4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5.9kg.m를 낸다. 컨트리맨은 쿠퍼나 클럽맨과 달리 네바퀴로 굴린다. 부담스러운 출력임에도 컨트롤이 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묵직한 배기음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3가지 주행 모드 중 가장 기본이 되는 Mid 모드로 주행을 시작했다. 고요함이 실내를 메운다. 단단하게 조여진 하체가 고성능 모델임을 암시한다. 다른 차량의 Eco 모드에 해당하는 Green으로 모드를 바꿨다. Mid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재빠르게 다음 단으로 변속을 한다.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한 실용적 세팅이다.
JCW 컨트리맨의 진가는 Sport 모드다. 막혀있던 왼쪽 테일파이프가 개방되고 비로소 제대로 된 배기음이 토해낸다. 변속기도 스포츠로 바꾸면 최대한 저단을 오랫동안 물고 늘어진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우렁찬 배기음과 변속 충격이 운전자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한다. 최고출력 306마력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제한속도 250km/h까지 쉼없이 가속을 한다.
미니의 재미는 직선보단 코너에 있다. 아무리 몰아붙여도 4륜구동 시스템과 똑똑한 전자장비가 개입해 언더스티어를 잡아준다. 단단한 하체는 롤링을 억누른다. 운전석에선 횡가속-G만이 느껴질 뿐이다. 코너의 진입 속도를 구구단 외우듯이 암기만 하면 프로 드라이버로 만들어준다. 그야말로 ‘펀카(Fun Car)’다. 다만, 3도어 미니 JCW의 느낌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다. 1700kg에 달하는 무거운 공차 중량 때문에 다소 버겁게 느껴진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JCW 컨트리맨을 타는 건 금물이다. 도로의 작은 요철을 넘을 때마다 차체는 심하게 요동친다. 노면이 잘 닦인 고속도로를 달릴 때 제격이다.
JCW 컨트리맨에는 기본적인 크루즈 컨트롤만 장착된다. 차선 유지나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와 같은 안전장비도 빠져있다.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했다.
미니 JCW 컨트리맨은 성인 4명이 타고 적재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도 가졌다. 306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은 드래그 레이싱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JCW답게 단단하게 조여진 하체는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과연 미니답다. 고성능 패밀리카를 생각하고 미니 JCW 컨트리맨을 구매하면 2열에 탄 가족들의 성화를 견뎌낼 각오를 해야한다. 구매 전 시승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