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470장의 탄생 (강운학)
"여깁니다. 이곳이 바로 그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난 곳입니다."
대서양 한 복판에 배 한 척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갑판 위에는 선장과 한 신사가 서 있었고,
선장의 손가락 끝에는 검푸른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신사는 조용히 선장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습니다.
놀란 아이들의 울부짖는 모습과 함께 성난 파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이내 신사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고였고,
찢어질듯한 아픔이 그의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저기서 내 아이들이...'
신사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함께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당치 못하자
하늘을 향해 얼굴을 치켜들었습니다.
밤하늘을 밝히는 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사는 눈물 속에 어른거리는 별을 깊이 바라봤습니다.
조금씩 신사의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저 아름다운 별도 주님이 창조하셨지...
어두울수록 더욱 빛나는 저 별들...
그렇다면... 내게 있는 것들도 역시...
그래, 내 모든 것들 중 내 것이 무엇인가!'
별빛을 담고 있는 그의 눈이 빛났습니다.
그리고 슬픔에 깊이 젖어 있던
그의 마음에도 한 줄기 빛이 임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의 한 구절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마음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슬픔을 몰아냈습니다.
어느새 신사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신사는 그의 마음을 가득 채워 오는
하나님의 사랑과 평안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는 단숨에 한 편의 시를 써내려갔습니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저 마귀는 우리를 삼키려고 입벌리고 달려와도
주 예수는 우리의 대장되니 끝내 싸워서 이기겠네.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신사의 이름은 스패포드였습니다.
시카고의 변호사요, 사업가요, 대학교수인
그의 자랑은 그를 구원하신 주님뿐이었습니다.
1873년 12월의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
스패포드는 영국에서 열리는 디엘 무디의 집회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시카고에서 일어난 대화재로 인해
그는 남아서 일을 처리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아내와 그의 네 자녀들이 먼저 배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나 스패포드를 향해 활짝 웃는 얼굴로
배 위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배가 출발하여 대서양 한복판을 지날 무렵
짙은 안개 속에서 다른 배와 정면으로 충돌한 것입니다.
2시간만에 배는 승객들의 생명을 안고 가라앉았습니다.
스패포드의 네 자녀를 포함한 대부분의
승객들이 생명을 잃었고, 스패포드 부인과
몇몇 사람들만 겨우 생명을 건졌습니다.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스패포드 부인은
남편에게 짤막한 전보를 쳤습니다.
'홀로 생존'이란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스패포드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영국행 배를 탔습니다. 곧 그가 탄 배도
대서양 한복판에 이르렀습니다.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슬픔과 고통에 잠긴
그의 마음을 하나님은 위로하셨고,
그에게 놀라운 영감을 불어넣어주셨습니다.
찬송가 470장의 가사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영국에 도착하여 아내를 만난 스패포드는
아내의 마음에도 일하신 주님을 보았습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얼마동안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그들 모두 하늘나라에 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 자녀들의 죽음을 한꺼번에 당했지만
스패포드 부부의 마음에는 죽음이 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을 구원하신 주님에 대한 감사로 가득찼습니다.
후에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무디 일행이 찾아갔을 때
스패포드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오히려
무디 일행의 마음을 감격스럽게 했습니다.
"내 영혼은 만족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죄를 끝내셨습니다.
사망과 심판과 고통과 슬픔도 십자가 위에서 끝이났습니다.
그 십자가의 능력이 네 자녀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슬픔에서 평안으로 인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애창하고 있는 찬송가를 탄생시켰습니다.
"♪∼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