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부 옌지에 위치한 광대한 공사 현장에서 기술자들이 밤낮으로 작업 중이다. 북한 국경까지 이어지는 약 350킬로미터의 초고속 철도 공사로, 이 지역의 경제적, 지정학적 역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업이다.
63억 달러(한화 약 7조 182억) 규모의 이 사업은 북한을 중국의 경제적 궤도와 더 가까이 두기 위해 설계된 초고속 철도 세 개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면서도 이 지역의 철도, 교량, 최초의 국가간 전력 케이블 등에수백만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북한과 더 밀접한 경제 통합을 이루려는 중국의 장기적 목표는 미국의 전략과 상충되는 것이다. 미 전략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미국과 한국에 대한 무력 위협을 중단시키기 위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주 캘리포니아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만나면 북한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로 두 정상이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한다.
최근 중국 정부의 발언에는 1950~53년 한국전쟁에서 지원했고 현재에도 최대 원조국, 무역 파트너, 외국 투자자로서 지원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다. 일부 미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북한을 제지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사실을 들여다보면 정 반대다. 중국은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자국과 북한의 국경 주변에서 무역, 투자, 인프라를 확대하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내 미군에 대한 완충지대를 만들려는 전략이자 북한이 안정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중국식 시장 개혁을 실시하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옌지 인근 철도가 2016년 완공되면 중국 도시 지린과 외진 국경 마을 훈춘 사이의 이동 거리를 현재 8시간에서 2시간 조금 넘는 거리로 단축시킨다. 국경 무역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이주민들이 많아지면서 2020년까지 훈춘의 인구가 현재 20만 명에서 100만 명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양과 가장 번화한 국경 도시 단둥을 잇는 초고속 철도도 공사 중이다. 단둥과 항구 도시 다롄을 잇는 철도는 올해 완공될 예정이라고 중국 관영매체가 전했다. 중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여 건설하는 3억 5600만 달러 규모의 새 교량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이 교량은 단둥에 위치한 국경을 가로지른다.
중국의 전략은 관세 수치에도 나타나 있다. 북한의 주요 에너지 원천인 석유 수출이 계절적 요인으로 지난 2월 0으로 떨어졌다가 3월에 8.2% 올랐고 4월에는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옌지 및 기타 국경 마을에 위치한 기업들은 최근 위기 동안 북한과의 사업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는 자발적인 것이었고 일부는 지방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북한과의 교류가 통상적인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 내부 관계자들은 중국 지도층이 북한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지도층은 2월에 있었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를 지지하고 국가간 은행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중국 관영 매체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 수위를 전례없이 높였다.
이처럼 중국은 전문가들이 판단하기에 북한 핵 프로그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단기적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미국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옮겨온 것을 상쇄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장기적 전략에 더 많은 것을 걸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북한을 자국의 광대한 인프라 네트워크 안으로 편입시키고, 광물자원 및 저렴한 노동력의 원천이자 농공업 수출의 교통 허브로서 통합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전략은 또한 중국이 북한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 외국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북한 경제가 무너질 경우 미국과 한국이 이끄는 통일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북한이 흡수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대신 싸우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북한이 경제 개발 궤도에 오르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대규모 경제 협력을 선호하고 있다”고 연세대학교 중국 및 북한 전문가인 존 델루리 교수는 말한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이것은 주요 전략과 모순되는 일이다.”
미국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더욱 개방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엄격한 조건 없이는 중국과 북한 지도부의 경제적 고리가 북한 정권을 지탱하고 핵 무장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력을 높이는 데에 중국이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들은 중국의 대북 무역 및 투자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부터 중국이 북한에 대해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해 왔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 최대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이 북한의 주요 외환 은행과 지난 달 거래를 중단한 것을 지적했다. 관계자들은 이 일로 인해 북한이 국제 사업 거래를 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많은 미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정부를 크게 지지할 것이라는 데에 회의적이다. 의원들 다수는 북한 및 이란과의 거래를 끊도록 백악관이 더 많은 중국 기업들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국무장관 존 케리와 재무장관 제이콥 루는 지난달 베이징에서 중국 고위 지도층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지난 월요일, 옌지 교외에 위치한 공사 현장에서는 중국 노동자들이 겨울 휴가가 끝나고 지난 달 작업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뭐든 빨리 짓는다”고 한 노동자가 말했다. “10년 전에는 여기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은 몇 년 만에 완성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철도에 일부 자금을 지원한 세계은행은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북한 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에 위치한 세계은행 교통 부문 코디네이터 비냠 레자는 이 철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국 동북 지방으로의 이주와 도시화이며 화물을 운송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 철도가 국경 무역을 위한 “도약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는 초고속 철도 세 개가 노골적으로 북한과 연관된 전략의 핵심 부분이며, 이는 북한이 실시한 초기 핵 실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북한이 처음으로 핵무기를 실험한 후, 중국은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유엔 제재를 지지했으며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에 따라 관계를 개선시켰다. 그러나 2009년 두 번째 실험 이후, 중국은 방침을 바꾸어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고 다자간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면 원조, 투자, 무역을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국의 전략은 지금까지 북한의 정책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중극 측 국경지대가 변화했고 국경 무역에 참여하는 북한 주민의 숫자가 늘어났다.
이 전략은 또한 한때 정부 주도 중공업의 중심부였던 동북지방 경제 개발 계획과 맞물렸다. 몽골, 러시아, 북한과 연결되는 도로 및 철도 운송로를 건설하고, 지린 지방은 특별경제구역인 북한 항구도시 라선을 통해 바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지린은 한족 인구가 많아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다. 중국은 북한 정부 붕괴 시 이 지역이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 한국의 영향력 하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대한 정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2009년 이 계획을 승인했으며 2020년까지 연 평균 19%의 GDP 성장률을 목표로 했다. 지난 3월 지린 정부는 같은 기간 러시아 및 북한과의 무역을 매년 13%씩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의 핵심은 라선항이다.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동북부 기업들이 라선항을 통해 이미 포화상태인 중국 단둥, 다롄 등 기존 항구에서 출발할 때보다 며칠 더 빨리 석탄 및 농산물을 일본, 한국, 중국 남부로 운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라선항 부두 두 개를 임대했으며 또다른 북한 항구인 청진에서도 부두 두 개를 임대했다.
바인차오루 지린성 성장은 지난 4월 지역 신문인 지린일보를 통해 “라선항 개발과 항구 상업 지역 건설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금융, 부동산, 기타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역신문에서는 지난 5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하여 훈춘과 북한을 철도로 연결하는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홍레이 대변인은 이번 주 중국이 국경 주변에서 무역,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북한, 남한의 6자회담을 재개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기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관계자들도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이 계획을 연구하고 정부에 자문을 제공한 중국 전문가들은 최근에 있었던 위기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일부 분야는 오히려 가속화되었다고 말했다.
이 계획을 연구한 중국개발연구원 장퀴 교수는 “계획에 변경 사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희망은 북한이 개혁 절차와 개방을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고 북한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분적으로는 북한이 자국 경제를 빠르게 개방하는 것을 경계하고 부분적으로는 한반도에 정치적 위기가 반복되는 바람에 최근 몇 년 사이 진전이 더뎠다고 말했다. 그러나 훈춘과 라선을 잇는 첫 포장도로가 작년 완성됐다. 최근 이 도로를 여행했던 사람에 따르면 평소 약 3시간은 걸렸던 거리가 45분으로 단축되었다고 한다.
지난 3월 지방정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훈춘에 위치한 국영 전력그리드와 라선을 잇는 약 100킬로미터 길이의 송전케이블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국영 매체의 보도와 중국 전문가들은 최초로 중국 국영 그리드가 외국에 직접 전력을 제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문가들은 전 지린성 공산당 서기 쑨정차이가 이 계획을 정치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쑨정차이는 지난 11월 공산당 최고지도자 25명 중 하나인 중앙정치국 위원로 승진했으며, 2017년 혹은 2022년에 공산당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력 후보다.
작년 충칭시 공산당 서기로 임명된 쑨정차이는 지난 달 베이징을 방문한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중국 지도자들 중 하나였다고 한반도 사정에 밝은 외교관과 중국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들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부친보다 더 중국식 개혁을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지만 그의 삼촌이자 주요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게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방중 대표단을 이끌었다고 중국 및 북한 국영 매체가 보도했다. 그는 방중 기간 중 중국인 투자를 더 끌어들이기 위해 베이징에서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열었다. 같은 달 중국은 30억 위안(한화 약 5,5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여 북한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금을 운영하는 중국해외투자는 지난 3월 광산업체 17곳을 포함해 중국 투자가 필요한 북한 프로젝트 20개의 상세 정보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기업 관계자들은 북한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가 밝혔다.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흥미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으며 대부분 동북지방에서 정부와 연줄이 있는 사업체에만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중국 기업들은 법률 체계와 친기업 정책의 부족 때문에 이 지방에서 고군분투해 왔다.
중국 기업들은 또한 1991년 이후 북한에 특별경제구역을 세우려는 반복적 시도가 중국과 북한 내 정책 지원의 부족 때문에 계속 실패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하와이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 퍼시픽 포럼에서 북중관계를 연구하는 이성현 연구원은 “이번 계획은 중국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이 있기 때문에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행동은 중국의 전반적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무엇을 하느냐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첫댓글 한국이 통일되고 아예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 당연히 중국이 쌍수들고 반기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이상 중국이 통일을 반길 이유가 없죠.
저도 이부분에 공감합니다. 오히려 통일한국에 미사일기지 덕지덕지 지을지도....
자기 담장을 자기가 무너트릴까요?
구멍이 숭숭 뚫렸어도. 담장은 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