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가 왜 [신혼일기]에 열광하는지 이해는 한다. 안재현은 기존의 가부장적 남성들과 다르다. 그는 상대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며 상대를 아낀다. 눈을 뜨자마자 구혜선의 다친 발상태부터 묻고, 우울해 하는 구혜선의 마음을 신경 쓴다. 가사를 분담하려 노력하며 무엇보다 대화를 통해 상대의 요구에 귀 기울이려 한다. 결혼생활의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고, 형님들과 어울리기 위해 이러한 과정을 비하하거나 농담거리로 삼지 않는다. “놀랍게도” 그는 결혼한 이후에도 구혜선을 사랑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지점이 있다. 구혜선도 비슷한 모습이지만 우린 구혜선에겐 열광하지 않는다. 반응의 차이는 가부장적 결혼제도의 성별분업에서 비롯된다. 일하느라 지친 남성의 기를 보듬어주는 감정노동과 그가 편히 쉴 집을 가꾸는 가사노동은 원래 여성의 몫이었다. 자기 몫도 아닌 걸 해내는 안재현이 대견할 수밖에.
여성들은 의아하다. 집 밖에선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는데, 왜 집안의 일은 내 몫이 되는가? 한 명의 임금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되면서 여성의 공적 영역 진출이 적극 권장됐다. 여성의 임금노동 없이 유지되는 집은 소수였다는 점에서 성별분업은 ‘신화’에 가까웠지만 그 신화마저 무너진 것이다. 남성들은 사적 영역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여성의 노동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이었다. 이전 세대는 딸들에게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일을 모두 가르쳤다. 딸들은 그 부당함을 몸으로 체득했고, 이것이 지금의 ‘비혼과 저출생’ 경향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이다.
2화에서 드러난 안재현-구혜선 커플의 갈등도 이러한 맥락 위에 놓여있다. 안재현이 괜히 집안일을 하면서 ‘도와줬다’고 생색낸 게 아니다. 신혼 초기엔 가사노동의 90%를 구혜선이 했고, 구혜선의 문제 제기 이후에 나눠 하기 시작했다. 구혜선이 ‘여전히 힘들다’며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자 안재현은 “집안일이 그 정도로 많진 않다, 우린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았다”라고 답하며 갈등이 심화된다. 제작진은 ‘부족함에 집중하며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아내’와 ‘행복에 집중하며 그동안의 노력을 몰라줘서 서운한 남편’의 입장 차이로 그려낸다. 제작진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각자의 입장이란 이렇게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서로 조금씩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듣기 좋은 말이지만, 이는 문제의 핵심을 지운다.
갈등은 분명히 존재하는 가사노동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가부장적 남성 때문에 발생했다. ‘엄마’는 온종일 밥을 하고, 치우고, 쉼 없이 청소하지만 잘 티가 나지 않는다. 가사노동은 ‘현상 유지’가 목표고 무급노동이다.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은 늘 깨끗한 거 아니야?’, ‘집에 있으면서 네가 한 게 뭐가 있어?’ 등의 속 터지는 발언이 대부분 ‘아들’과 ‘아빠’에게 나오는 이유는 이들이 가사노동을 제대로 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논쟁 중에 언급되듯이 본가에서 미팅할 때도 가사노동을 전담한 건 구혜선이었다. 이 모습까지 본 제작진이 정답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러나 제작진은 갈등 장면 직후와 프로그램 내내 안재현의 가사노동을 집중적으로 비추며 그의 입장에 힘을 싣는다.
제작진의 편집방향뿐만 아니라 ‘안재현’을 권하는 리뷰들도 불편하다. 물론 안재현은 나아졌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그는 대화를 통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런데도 그에게 남아있는 가부장적 흔적을 들추고 지워내고, 새로운 습관이 자리 잡을 때까지 그를 설득하고 지지하는 ‘감정노동’은 누구의 몫인가? 구혜선의 문제 제기에 안재현은 “왜 날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야? 우리 결혼생활이 최악이었어?”라며 동문서답한다. 구혜선은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냐고 어르고 달래며 “지금까지 노력해줘서 너무 고맙고, 계속 노력해줘”라며 입장을 선회한다. 지금까지 네가 먹고 싼 것들을 치운 것도 나, 이런 너의 미숙함을 지적해주는 것도 나, 자신의 가해자성을 마주하고 발끈하는 너를 달래는 것도 나, 분을 삭이며 고맙다고 애교스럽게 응원해야 하는 것도 ‘나’인 여성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첫댓글 다 맞는 말이다 답답해..
내말이 이말
삭제된 댓글 입니다.
3333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
3
44
진짜 세상 한남뿐 실망할것도 없다.. 걍 잘꺼지길
와 2017년 글이네...맞는말
ㅇㅈ 난 구혜선이 아들키우는줄
다맞는말
ㄹㅇ ㅋㅋㅋ
맞는말이야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