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지척에 두고 오르지 못하는 것은 이번이 첨인지라
못내 아쉬움에 눈은 자꾸 먼곳으로 향하고...
영님의 위로의 말씀에 맘을 고쳐보려고 해도
부질없는 미련이 욕심이 자꾸 꿈틀거려
맘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좋은님들과 있어서 행복한 노을빛이었어요.
돌아오는길에 하도 몸이 근질거려 춘천의
삼악산을 오르고서야 서울에 들어왔답니다.
설악산은 아니어도 삼악산에 올랐으니.....
꽃사랑은 참배암 차즈기 보셨다구요?
전 연보라의 배암차즈기만 보았는데... 부럽다~
혹 사진 찍으셨으면 올려주세요.
오늘은 비가 그쳤네요.
이제 그만오기를... 국토 곳곳이 신음을 알턴데..
이제 제발 그만 오기를...
: 많이 놀라셨죠? 저도 지리산 번개에 갔다 왔답니다. 히~~
: 무척 많이 생각하고 갈까말까 망설이고 포기했었습니다만 결국은 "에라~ 모르겠다. 가보자~"하고 똥배짱으로 밀어 부쳤습니다.
: 짐을 대충싸서 무화과님과 드라이브 가는 가벼운 맘으로 가기로 했지요. 산에는 못올라 가더라도 계곡물에 발이나 담그고 지리산의 공기나 마시자고 작정을 하고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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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에 비가 오기 시작하며 길이 막히는데 서울서 대전까지 6시간이나 걸리더군요.
: 어두워지며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와이퍼에 의지해서 내다보는 밖은 라이트를 켜도 잘 보이지 않고.....초행길의 지리산행은 정말 무모한 짓이라고..."내가 미쳤지, 미쳤어!!"를 속으로 몇번씩이나 되뇌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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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을 지나면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니 그리로 가면 지리산까지 금새 가리라는 계산이었는데... 삼규님, 민영길님 나뻐요~ 잘 알려 주셔야지욧!!!!
: 고속도로는 아직도 아래쪽으로만 개통되고 대전서 시작되는 도로는 아직도 미개통상태라네요.
: 공지만 믿고 지도책이랑 공지사항을 프린트해서 갖고 갔는데 휴지가 되어 버리는 순간이었죠.
: 김천으로 돌아서 가야된다는 말에 할 수 없이 돌아서 갈 밖에.... 이젠 돌이킬 수도 없고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심사로 공지대로 생초톨게이트를 거쳐서 물어물어 금서초등학교옆의 세검정가든을 찾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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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의 계획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몰래 "짠~"하고 나타나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야지 했었는데 밤 12시가 넘어서야 도착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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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영길님의 안내를 받아 식당에 들어가니 우리 식구들이, 글쎄 자사모 식구들 5명(박용주님, 아기황녀님, 강아지풀님, 별빛님, 이삼규님)이 올망졸망 모여앉아 있는데 너무나 반갑고 또 어찌 그리 안쓰러워 보이던지.... 엄마잃은 새새끼들처럼....
: 낯선 곳에 와서 생각과는 다른 예기치 않은 분위기 때문에 조금 당황하고 있던(저도 좀 놀라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었지요.) 그들에게 구세주 처럼 우리가 등장하여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들을 보니 빗길에도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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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저녁을 먹고 큰방에서 여자들끼리, 남자들은 맥반석 진흙방에서 잠을 청했지요. 밖에서는 비오는 소리가 계속나고 잠자리가 바뀌면 잘 자지 못하는 예민함 때문에 또 잠을 설치다가 예쁜 님들의 가는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설핏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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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보니 날이 환하네요.
: 밖에 나가 보니 원 세상에 바로 앞이 강이더군요. 밤길 빗속을 달려오느라 보지 못했었는데 ....
: 누런 진흙탕의 물이 철철흐르는 소리를 빗소리로 생각했었는데 비는 개이고 푸른 하늘이 군데군데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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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전에 강변을 걸었습니다.
: 경호강은 진주까지 흘러가는 긴 강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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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자사모 가족!!! 눈에 뜨이는 강변의 생물들을 예사로 넘기지 않더군요. 예쁜 사위질빵꽃이 하얗게 무더기 무더기 피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새완두인지 갯완두인지 보라색 꽃덩쿨, 분홍색 메꽃, 칡덩쿨의 붉은색꽃, 가죽나무, 싸리나무, 보라색의 망초, 징그럽게 큰 강아지풀(?)등등을 보았습니다. 온통 새카만 잠자리와 똑같이 새카만 나비들이 물가를 많이 날아 다녔습니다. 꽃마리님이 계셨으면 좋아하셨을 텐데....
: 강물은 온통 흙탕물이 되어서 커다란 통나무가 나뭇가지처럼 가볍게 둥둥 떠내려가고.... 노을빛님이 계셨으면 래프팅한다고 뛰어 들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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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식사후 산행를 하는데 계곡물이 넘쳐서 지리산으로는 못가고 그 옆의 작은 왕산(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릉이 있는)으로 갔습니다.
: 민영길회원이 다른 동호회도 초청을 하셔서 함께 밤을 보내고 우리와 함께 산행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그분들과 우리의 다른 산행의 모습으로 서로를 몹씨 당황하게 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 우리는 산행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다양한 식물이나 곤충들의 모습을 보고 찾아내고 사진에 담고 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그분들은 산행이 목적이라서 우리와 맞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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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으로 오르기 시작하며 양옆을 살피면서 가는데 이삼규님의 탄성이 들리더군요.
: 참배암 차즈기를 찾아낸 것입니다. 이 꽃은 금강초롱과 함께 희귀식물이라는데 이곳에는 군락을 이루며 이곳저곳에 피어 있었습니다. 마치 먹이를 덮치려는 순간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뱀의 모양을 하고 있는 연 노란색의 꽃입니다.
: 조금 위에서는 연보라색 종모양의 예쁜 꽃을 3~4개씩 층층이 달고 있는 층층잔대도 있고 조금 큰 모싯대, 입에 밥풀을 두개씩 달고 있는 불쌍한 며느리의 애화를 갖고 있는 며느리 밥풀꽃의 군락, 분홍색과 보라색의 무릇, 수줍은 모습의 각시원추리, 진노랑의 마타리와 비슷하지만 연노랑의 회향, 파리풀, 하얀 바디꽃, 연분홍의 연잎 꿩의 다리, 노란색 금꿩의 다리, 닭의 장풀, 흰색꽃의 참취, 좁쌀이삭 같은 이삭인지 꽃인지가 많이 달린 무슨 좁쌀나무(?), 애기똥풀, 열매가 맺은 말나리의 모습, 간간히 반갑게 만났던 산비장이의 모습도 있었지요. 이름을 몰라서 애태우던 둥근 이질풀(?)인지 뭔지 분홍색 아주 예쁜 꽃(여기서 영님의 부재를 넘 아쉬워들 했음) 등등....
: 나무 종류로는 이름도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아는 이름으로는 산초나무, 빨간 열매가 달린 산딸나무(먹어보니 심심하니 맛이 없음), 꽃이 만개한 싸리나무, 붉나무, 고로쇠나무, 소나무, 가문비나무도 있고 큰키의 잎깔나무(?), 머루는 하나도 안달려있는 머루나무, 가시가 있는 망개나무와 산딸기나무에 다리들을 긁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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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풀님과 별꽃님이 후래시를 터뜨리며 연방 카메라 셧터를 눌러대긴 했지만 비에 젖어서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 사진이 잘 나와서 모두 구경할 수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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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모에 몸담고 있은 7개월에 저도 풍월을 조금 외울 수 있어서 기뻤고, 2,3년내에 틀림없이 영님의 다음 주자가 될 이삼규님의 야생화에 대한 열의는 대단했습니다. 갖고 오신 야생화 도감을 온통 비에 다 적시면서도 열심히 찾아주시며 설명하시던 님 덕분으로 꽃이름을 많이 배웠습니다. 아깝지만 책은 아마도 버리셔야 할 듯....삼규님~ 너무 감사합니다. 별꽃님도 많이 아시고 계셨고 아기황녀님도 만만찮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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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는 내리지 않던 비가 점점 세차게 내려서 꽃마리님 말씀처럼 입고 있던 비닐 비옷은 제 구실을 못하고 흠뻑 젖은 채 동진님처럼 우리도 비가 나인지 내가 비인지 모른 상태로 함께 동화되어, 한길이 넘는 풀과 나무숲을 헤치며 길도 잘 안보이는 곳을 헤매기도 하고....
: 비가 잠깐씩 갤 때는 말잠자리, 옆에 있는 달맞이꽃과 색이 똑같은 작은 노랑나비, 같은 크기의 흰나비. 호랑나비, 갈색 부전나비(?), 큰 갈색나비등과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두꺼비들도 보았고....
: 말은 안했지만 내심으로는 혹시 뱀을 밟을까봐 걱정을 하며 왕산을 헤매었습니다.
: 숙소인 세검정 가든의 정원 나무가지에 뱀이 칭칭감고 징그러운 모습으로 꿈지럭 거리는 것을 아침에 보았거던요. 우리가 떠나올때 까지도 그곳에 그냥 있더군요. 또 영님의 글에서도 꽃뱀의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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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내려오는데 앞서간 선발대는 보이지도 않고 무정한 그곳의 산행대장님은 뒤에 처진 사람들은 전혀 아랑곳도 않고 올라온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가자며 가버리셨는데 초행길의 우리는 어찌하라고 그러셨는지.... 산행대장의 수칙은 뒤에 처진 사람들이 다오면 그때 다시 행동을 하고 갈림길에서는 기다렸다가 함께 데리고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수칙을 어겼습니다. 자신은 잘 아는 길이겠지만 초행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혹스런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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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와 보니 어느 길로 가야 타고온 차를 만날 수 있는 지 전혀 알수가 없고 짐작되는 길로 갔지만 암만해도 반대쪽 인 것 같아서 다시 되집어서 산길을 내려오는데 마침 어떤 분을 만나 물어보니 왕릉쪽은 쭉 내려가면 있다고 하더군요. 민회원에게도 전화 하고 한참을 걸어 내려오는데 타고 온 트럭을 산행대장님이 타고 혼자 올라오더군요. 먼저 내려가신 분들이 우릴 놔두고 30분쯤 기다리다가 그냥 가버리셨다는군요. 원, 이럴 수가!!! 모든 것이 참 자사모 가족들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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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들은 나름대로 또 화가 났겠지요.
: 무슨 사람들이 빨리 오지 않고 그리 느긋하게 굴면서 비에 젖어 추워 죽겠는데 기다리게 한다고 생각하고 원망했겠지요.
: 목적이 다르면 산행의 형태도 달라야 하는데 그걸 한데 섞어 놓으니 문제가 생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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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주님과 아기황녀님과 함께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은 즐거웠고 힘든 줄 모르게 왔습니다. 지난 밤에 보지 못한 산들과 풍경을 바라보며 푸른 색물로 온 몸이 젖어 버렸습니다.
: 빗속에 행한 무리한 산행이었지만 나름대로 보람되고 추억이 가득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 번개를 주선해 주신 민영길회원님과 이삼규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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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번개로 인하여 우려되던 점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다시 고려하여 운영자들과 논의하여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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