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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일
빈픅 성, 동쏘아이 시(Thi xã Đong Xoài, Tinh Bình Phuoc)
07:00경 호텔에서 물에 젖은 반짱(bánh tráng-쌀 종이)처럼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일으킨다.
티싸(Thi xã)는 약자로 TX이며, 우리나라의 시(市)정도로 보시면 된다고 지난번에도......
성도(省都)는 베트남어로 Tinh thành (띤탄) 또는, Tinh ly(띤리)라고 한다.
이곳은 빈픅성의 성도(省都-Tỉnh ly)인 도시다.
Tinh ly Bình Phuoc(띤리 빈픅)이라고 하면 빈픅 성 성도라는 의미가 되시겠다.
출발 전 주행기록계 : 1,790km
전날 너무 춥고 힘들게 와서 오토바이도 나도 지쳤다.
오늘은 그냥 호텔방에서 푹 쉬고 싶다.
그래도 일어나야지.
갈 길이 멀다.
아침으로 생수 한 모금을 한다.
씻고 난 후 어젯밤에 대충 황톳물만 빠지게 빨아서 화장실에 걸어 둔 옷을 다시 입는다.
마르기는 커녕 물도 덜 빠졌다.
대충 짜서 입는데... 참 고역이다.
비가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그냥 입기로한다.
리셉션(프런트)에서 숙박비를 계산하고 여권을 찾은 다음, 오토바이에 짐을 실으려다...
그만 울컥한다.
전날 달려온 길의 험난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나의 오토바이.
온 몸이 시뻘건 황토 범벅이다.
기어체인에도, 바퀴에도, 엔진쪽에도 온통 황토 투성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용서하렴!
Tinh Bình Phuoc(띤 빈픅 - 빈픅 省)
Dien tích(면적) : 6,883.4 km²
Dân so(인구) : 809,500명 (2006년 기준)
Tinh ly(성도/省都) : Thi xã Đong Xoài (동쏘아이 市)
Các huyen(각 현.各 縣/행정구역): 1곳의 Thi xã (티싸)와 7곳의 huyen(현)으로 구성됨
Đong Xoài시, Đong Phú현, Phuoc Long현, Loc Ninh현,
Bù Đăng현, Bù Đop현, Bình Long현, Chon Thành현
Dân toc(민족구성): Viet(Kinh)족, Xtiêng족, Khmer족, Nùng족, Tày족
Đieu kien tu nhiên(지리위치, 자연조건) : 서부 산맥의 남동부에 위치한 빈픅성은,
따이닌 성, 빈증 성, 동나이 성, 람동 성, 닥농 성과 접해있고.
성의 서쪽과 북쪽은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고원과 평야가 혼재한 지역으로 숲이 많으며,
동북쪽엔 núi Bà Rá (바라 山, 높이 723m)가 있다.
광대한 숲이 잘 보존되고 있으며, 토양의 대부분은 적토로 이루어져 있다.
성내에는 2개의 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서쪽에는 Sài Gòn강이 흐르고, 성의 중앙으로는 Bé강이 흐른다.
Khí hau(기후) : 2개의 계절이 있으며, 5월부터 10월까지 우기(雨期)이며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건기(乾期)이다.
남부지역은 습도가 높은편이다. 연간 강우량은 약 2,110mm에 이른다.
도로교통 : 13번과 14번 국도가 빈픅성으로 통과한다.
13번 국도는 호찌민을 출발하여 캄보디아 국경인 빈픅 성 Hoa Lư에서 끝이 나며,
14번 국도는 빈픅 성 Chon Thành에서 출발하여 중부 꽝찌 성까지 이어진다.
이 14번 국도는 호치민루트의 일부며 서부산악 내륙지역의 주요 기간도로이다.
빈픅성의 성도인 Thi xã Đong Xoài(동쏘아이 市)에서 thành pho Ho Chí Minh(호찌민
市)까지는 도로교통만 연결되며, 거리는 국도를 이용하여 약 128km이다.
가볼만한 곳
- Khu du lich Sóc Xiêm(속씸 관광구) : xã An Phú, huyen Bình Long, tinh Bình Phuoc에 있고,
호찌민 시에서 약 120km정도 거리에 있다.
- Khu du lich Suoi Lam(수오이람 관광구) : xã Thuan Loi, huyen Đong Phú, tinh Bình Phuoc,
동쏘아이에서 약 10km 정도 거리에 있다. 꽤 넓은 호수를 중심으로 한 생태 관광지다.
- Núi Bà Rá(바라 山) : thi tran Thác Mo, huyen Phuoc Long, tinh Bình Phuoc에 있으며,
호찌민 시에서 약 180km정도 거리에 있다.
산의 정상은 723m이다. 웅장한 산세가 따이닌 성의 바덴山과 비슷하다고....
- Can cu cach mang mien Nam(남부 혁명기지) :
xã Tà Thiet, huyen Bình Long, tinh Bình Phuoc에 있다.
이 도시의 중앙을 14번 국도(호치민 루트)가 관통하고 있다.
앞으로도 쭉 14번 국도를 타고 북상할 예정인데. 도로사정이 좋아 보인다.
이 14번 국도는 서부내륙 산악지방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도로로, 빈픅성에서 출발하여 하노이까지 연결된다.
물론 구간에 따라 14번 국도, 호찌민 도로 등으로 명칭을 달리하긴 하지만,
어찌되었던 베트남전 당시의 물자보급로였던 호찌민루트를 따라 건설한 국도란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호치민루트 구(舊)도로라는 표지판들이 보인다.
이곳 역시 오토바이가 많고, 모두 안전모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짐을 다 싣고 호텔 건너편에서 만만한 카페를 하나 찾아 들어가 까페-농(진한 뜨거운 커피)을 한 잔 시켜서 마신다.
까페-다(냉커피)는 왠만하면 다들 알아 듣는데, 이놈의 카페-농ㅁ은 알아듣는 베트남인이 별로 없다.
아무래도 내 베트남어 발음에 문제가 있나보다.
이번 여행 마치면 베트남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물론 장담은 못한다.
결국 휴대폰에 문자로 찍어서 보여준다.
앞으로도 쭈~욱~~
근데 이 집의 커피 내리는 기구는 구멍이 다 막혔는지, 거짓말 않고 3초에 한 방울씩 떨어진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뜨거운 커피를 마셔서 먼지로 깔깔한 식도를 좀 씻으려 했더니...
두드리고, 기울이고 별 짓 다해서 어쨌던 마시는데....
커피 온도가 미지근하다.
젠장!
커피 4,000동
지도책과 베트남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빈픅 성의 볼거리가 여러 곳이 있다고 하는데,
14번 국도로 북상하는 중에 가장 들리기 쉬운 곳으로 가기로 한다.
사실 내 마음을 확 잡아 당기는 곳도 없고, 결정적으로 난 유명한 관광지를 싫어한다.
국도와 교차하는 741번 지방도로 북쪽에 Khu Du Lich Suoi Lam이 있다고 지도책에 표시되어 있다.
쿠 줄릿(Khu Du Lich-남부에선 쿠 율럿)이 관광지라는건 알고 있으니 가보기로 한다.
어젯밤 고생한 기억 때문에, 다시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 않기로 한다.
그냥 간다.
마침 잔 곳도, 커피 마신 곳도 14번 국도변이다.
어제 진행하던 방향으로 조금 더 가니 741번 지방도로와 만나는 사거리가 나온다.
그런데 도로 표지판에는 741번 지방도로는 호찌민까지 93km라네....
그냥 호찌민으로 돌아갈까 잠시 고민한다.
인생사도 갈등과 고민이 없을 수 없듯이 혼자가는 여행길에 참 시작부터 마음의 갈등이 심하다.
좌회전 한다.
조금 가니 톨게이트가 나온다.
지도상 10km를 가면 좌회전해서 들어가는 길이 나오는데....
20km를 가도 못찾겠다.
물어봐도 못찾고, 안물어봐도 못찾고...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다,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가자!
길을 못찾고 헤매다 길 가 무슨 전쟁 기념비가 있는 작은 동네까지 왔다가 돌아간다.
고무나무 숲 속, 나무에 천막을 매단 카페가 이채롭다.
공동묘지의 컬러는 녹색의 숲 속에서 생경스럽다.
오던 길을 돌아서 다시 14번 국도로 나오는데...
오늘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결혼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꽃으로 장식한 승용차와 하객들이 탄 오토바이 무리,
그 무리를 앞서가는 오토바이 뒤에 거꾸로 탄 사람이 무비카메라로 찍는 풍경,
길거리 곳곳에 천막으로 장식한 피로연장들...
혼자 걷는 뚜벅이 또 외롭다.
많이 외로워서 미치겠다......
누가 나 장가 좀 보내주!~~~~
사진을 좀 찍으려다 약올라서 그냥 가기로 한다.
동쏘아이 시내로 들어와 14번 국도에서 좌회전 하여 북쪽으로 간다.
35km 정도를 달려 xã cau moi(꺼우머이 面)라는 작은 마을에서 제대로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시골의 작은 마을이라 한가로운 풍경에 갈 길은 먼데 마음이 참 여유로워진다.
구멍가게 겸 식당의 아줌마와, 마실나온 아낙들과 수다를 떨다보니 30여분이 훌쩍 지나간다.
그렇다고 내가 베트남 말을 잘하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예전에도 많이 들었던 말과 앞으로 쭉 듣게 될 그런 말들만 하고 듣는다.
어느 나라? 월급? 결혼 여부? 기타 등등.....
갈림길이라 도로 표지판을 유심히 본다.
그리고 지도책을 본다.
도로 표지판에 절대 도로번호가 씌여져있지 않다.
그리고 또 하나! 지도책에는 현(huyen-郡)과 현청 소재지인 티쩐(thi tran-邑)이 함께 표시되어 있는데,
티쩐이 큰 글씨, 현이 희미한 글씨로 괄호 안에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도로 표지판에는 현만 써 놓았다.
그래서 많이 힘들다. 길 찾기가....
어찌어찌 방향 잡아서 계속 간다.
우리나라의 경우,
거창군 거창읍, 보성군 보성읍, 음성군 음성읍 등으로 군(郡)과 군청 소재지인 읍(邑)의 이름이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나,
베트남 서부지방(내가 가는 곳)은 huyen(현/縣)과 현청소재지인 thi tran(읍/邑)의 이름이 거의 다르다.
그래서 이 곳의 도로 표지판에 Bu Dang(부당)은 부당 현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고,
지도책에는 부당현의 현청소재지인 Duc Phong(득퐁)이 큰 글씨로,
Bu Dang(부당)은 희미한 글씨로 아랫쪽에 씌어있다.
어찌되었던 힘든 길이다.
빈픅성을 그냥 스쳐 지나가나 했다가....
이건 너무 섭섭한 일 아니겠나?
혹시 내 글을 읽어 줄 사람들 중 빈픅성과 관련 있는 분들이 있다면...
그래서 빈픅성을 벗어나기 전 부당(Bu Dang)현의 시골 마을을 구경해 보기로 한다.
주행속도를 줄이고 좌우를 열심히 살펴본다.
온통 고무나무 숲이다.
참고로 빈픅성 북쪽지역 산악지대로 들어서니 도로는 산등성이를 따라가고,
그 주변은 주단처럼 아름다운 숲들이 펼쳐진다.
도로변에는 고무나무가 대부분이고, 도로를 벗어나서 보이는 건너편 산들은 조금 종류가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산들이 아직은 얌전하게 웅크린 모습들이다.
중간에 끝도없이 이어지는 고무나무 숲 속 사잇길 중 마을로 들어가는 길인 듯 조금 넓은 길로 들어섰다.
물론 비포장이다.
꽤 넓은 길이 있길래 무조건 들어가니 참 아름다운 마을이 나온다.
도로변 높은지대의 고무나무 숲 뒤 아랫쪽으로 수줍게 숨어있는 마을들...
그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다른 산들,
그 산을 가로 지르는 길들, 숲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마을들.....
가다가 가다가
아름다운 풍경 있으면 보고,
시원한 곳 있으면 쉬고,
목마르면 허름한 길거리 카페에 들려 목도 축이고,
볼 일 보고싶을 때 아무 곳에서나 처리하고,
방귀 뀌고 싶을 때 눈치보지 않고 뿡뿡댈 수 있는 게 혼자 가는 오토바이 여행의 매력이 아닌가.
사실 주행 중에도 방귀가 마려우면 엉덩이만 살짝 들고 시원하게 뿌~웅~하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참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이다.
바로 이런 모습이 전형적인 베트남 아니겠나.
유명한 곳을 가도 물론 비슷한 주택과 비슷한 용모의 베트남인을 볼 수 있겠지만,
이런 분위기는 느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들만의 조용한 삶 속으로 쳐들어간 내가 미안할 정도로 아름다운 분위기다.
동네가 난리가 났다.
마스크와 안전모를 쓰고 있을 때는 잘 생긴(?)오토바이 때문에,
사진 찍으려 본색을 드러내니 수염기른 외국인이라고....
역시 여기서도 내가 구경꺼리가 되는구나.
카메라 들이대면 도망가는 아이들,
집 뒤에서 머리만 내밀고 수줍게 웃으며 구경하는 조금 큰 아이들,
카메라 앞으로 자기 아이를 내미는 젊은 엄마들,
베트남 말로 신-짜오!를 외치니 동네가 떠나갈듯 웃는 사람들.....
이 아이들의 새카만 큰 눈동자가 나를 슬프게한다.
나도 저런 눈빛을 하고 있던 때가 있었을까,
그 순수함을 언제 잃어버렸을까....
또, 저 순수한 눈에 나는 과연 어떤 존재로 보여지고,
그 아이의 맑은 영혼에 나쁜 영향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긴다.
또, 순자(荀子)의 성악설(性惡說)도 저 아이의 맑은 눈 앞에선 힘을 잃어 버린다.
내가 혼자 낯선 곳을 다니며 절대 하지않는 일이 하나 있다.
저 순수한 아이들에게 값싼 동정과 작은 것을 주고 으쓱대는 일이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눈빛을 한 아이들이지만,
나의 잘못된 행동이 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선하듯 쥐어주고 뿌듯해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저 낯선 이방인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지길 빌어 볼 뿐이다.
아니다.
주는 게 한가지는 있다.
찍은 사진은 반드시 보여주고 함께 웃는 것......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좋다.
그 아이들의 냄새가 좋다.
손바닥 마주칠 때 그 감촉이 좋다.
이 동네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생김새가 소수민족과 비엣족 반반 정도로 보인다.
어찌되었던 아이들의 놀이공간인 비가림막으로 도망간 꼬맹이의 눈빛이 너무 맑다.
까만 눈동자와 까만 피부가 너무 정겹다.
멀리서 엄마들이 포즈를 취하라고 소리치며 아이들을 독려한다.
그 소리에 그녀들을 찍으려 카메라를 돌리면 그녀들은 깔깔대며 도망간다.
나중에 그녀들과 함께 사진을 보며,
아이들이 너무나 예쁘다고 말해주니 그녀들이 참 좋아한다.
참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이곳에서부터 아이들은 거의 옷을 벗겨서 키운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홀라당 벗겨서 기른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옷 값 걱정은 덜하겠네....
온 산들이 고무나무와 과일나무들이다.
그 숲 사이사이에 마을들이 있다.
농군의 아들인 나는 좋은 흙을 보면 행복해진다.
베트남 관광청 홈페이지의 빈픅 성 소개란에서 붉고 기름진 땅이라는 글을 보고,
사실 많은 기대를 했었다.
눈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붉은 평야, 붉은 산, 붉은 길....
흙을 파 먹고 싶을 지경으로 땅이 탐난다.
마을들을 연결하는 적토(赤土)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 길을 사랑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해질녘에 산책하는 상상을 하니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실상은 오락가락하는 비에 젖은 고운 흙길이 육중한 내 오토바이를 쓰러뜨리려 한다.
그 적톳길도 끝이 난다.
그런데 그 길이 끝난 과일나무 숲에서 또 오토바이가 튀어나온다.
참 길도 많다.
그 길로 가고 싶지만 내 오토바이가 너무 크다.
다시 큰 길로 나오는데 동네 아이들이 오토바이를 따라서 뛰어온다.
미끄러운 경사로에서 어렵게 오토바이를 멈추고,
아이들과 다시 작별한다.
때가 낀 새카만 작은 손이 너무 따뜻하다.
나도 후딱 장가가서 저런 이쁜 아기 얼른 안아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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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따뜻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 합니다...
따뜻하긴요. 여긴 많이 더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