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추’란 이름이 붙은 계곡은 많다. 경남 함양 기백산에 있고, 경북 문경 대야산에 있다. 강원 동해 무릉계곡과 지리산에도 용추폭포가 있다. 어김없이 용이 승천했거나 목욕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만큼 골이 깊고 물이 많다는 이야기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용추’는 경기 가평에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 연인산(1,068m) 들머리 용추폭포부터 정상까지 길이 12㎞의 계곡이 이어진다. 하류 용추, 중류 중산리, 상류 연인계곡으로 나뉜다. 한데 묶어 ‘용추계곡’이라 부르지만, 마을 사람들은 용이 승천하며 9가지 절경을 새겨놓았다고 ‘용추구곡’으로 고쳐 부른다.
칼봉산쉼터를 지나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걷는다. 길은 평지에 가깝다. 바닥엔 흙과 자갈이 깔려 있고, 길가엔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연둣빛 단풍잎이 많다 싶었더니 제7경인 ‘청풍협(靑楓峽)’이란다. 푸른 단풍과 푸른 물이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나무 터널 바닥엔 지난해 가을 떨어진 낙엽이 바닥을 수북이 덮고 있다. 이따금 다람쥐가 튀어나오고 검은 날개에 주홍빛 반점을 단 긴꼬리제비나비가 날아오른다.
계곡은 차츰 협곡에 가까워진다. 둥글넓적하던 바위도 제법 뾰족해졌다. 거친 물살이 바위를 감고 돌며 소와 폭포를 만들어낸다. 달력 사진처럼 전형적인 계곡의 모습이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엔 손가락만한 물고기가 떼를 지어 바쁘게 돌아다닌다. 꺽지, 자가사리, 버들치가 산다.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있는 8경 ‘귀유연(龜遊淵)’을 지나 9경 ‘농완계’에 닿는다. 용추폭포에서 6㎞ 거슬러 올라왔다.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연인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물놀이 하기엔 귀유연(용추폭포에서 4㎞)까지가 좋다.
연인산은 원래 이름 없는 동네 야산이었다. 산 정상 아홉 마지기 땅에서 조농사를 짓던 화전민 청년과 마을 처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1999년 가평군이 철쭉과 단풍나무를 남기고 산을 정비하며 전설을 살려 ‘연인(戀人)’이란 이름을 붙였다. 5월엔 철쭉이 온 산을 태우듯 붉게 흐드러진다. 가을엔 단풍이 좋다. 붉은 꽃과 붉은 단풍 사이, 여름산은 푸른 계곡을 품었다.
테마 파크에서 즐기는 단풍
경기 용인시의 에버랜드 진입로. 마성 톨게이트에서 에버랜드로 이어 진 길이 오색의 단풍으로 물들어 가을의 정취가 알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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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에도 단풍은 곱게 물들었다. 놀이 기구와 함께 즐기는 단풍의 멋, 일석이조의 기쁨이다.
용인 에버랜드
마성 톨게이트에서 에버랜드 정문까지 이르는 5㎞ 구간이 은은한 단풍 드라이브 코스다. 단풍, 은행나무, 벚나무 등으로 붉거나 노란 빛으로 화사하게 물들어, 황금빛 들녘과 아름답게 어울린다. 또 에버랜드 서문에서 호암미술관에 이르는 길은 호암호수와 단풍숲이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