霽朝(제조)
조석윤(趙錫胤: 1605~1654)
본관은 백천(白川). 자는 윤지(胤之), 호는 낙정당(樂靜堂).
선조 때 출생하여 인조 때 괴과에 급제하였다..
대사헌, 이조참판, 동지중추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으로
온화하면서도 절개가 있는 깨끗한 인물로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다.
청백리로 녹선 되었으며,, 시효는 문효(文孝)이다.
저서로는 『낙정집(樂靜集)』이 있다.
밤중에 빗소리 숲에서 울리고
夜半雨鳴林 야반우명림
아침이 되니 구름은 골짜기에서 피워 오르네
朝來雲出壑 조래운출학
젖은 기러기는 모래톱에 내려앉고
濕雁下沙洲 습안하사주
가벼운 연기는 마을을 가렸네
輕烟掩村落 경연엄촌락
차가운 햇빛은 먼 봉우리를 비추고
寒曦射遠岑 한희사원잠
검푸른 산이 어렴풋이 드러나네
翠黛露隱約 취대로은약
산보를 하면서 외로이 읊나니
散步發孤嘯 산보발고소
가을을 생각하면서 쓸쓸한 성곽으로 들어가네
秋思入寥廓 추사입료곽
*
야산에 올라
이기철
다 오르지 못한 길들이 숨죽여 누워 있다
혼자 선 나무들의 조그만 흔들림 뒤에
기슭을 밟고 가는 나의 신발 소리만
가랑잎 속에 묻힌다.
남쪽엔 오래 잠든 거울 들판
떨어져 선 전신주의 筋骨엔
불타는 오늘의 소문들이 걸려 있다.
아파트에는 아직 돌아오지 않는 小食口
문깐에는 막 도착한 夕刊 한 장이 펄럭이고
때 절인 손수건으로 닦아내는
일상의 몇 토막 불평도 꽂혀 있다.
山에서는 버리고 싶은 銀貨 몇 잎
논리와 世間과 겸허의 넥타이
우리가 가진 그리움들 다 버려 버리고
하잘것없는 서른 개의 풀잎으로 다시
저 도시 속으로 돌아간다 한들
시궁창 속에 떨어져 잠든 도시의 罪質들이
그의 純白의 알몸을 보일 것인가
발밑에는 오랜만에 떠나는 기차
풀잎들이 가장 작게 경적에 떨고 있다.
『청산행』, 이기철, ㈜민음사,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