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캄캄한 가슴속의 빛 4
나는 한꺼번에 그러한 말을 술술 해대는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귀 밑이 붉어졌으나, 그래도 전화를 통하고
있으므로 그다지 창피한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나하고 결혼해서 살아갈 자신이 있어요?"
"예! 선생님,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몰라요!"
"그랬어요?"
"그럼요! 어쩌면 묘심이와 함께 대구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하고 있었는가도 몰라요 !"
"행복하군!"
"그럼 또 전화 드리겠어요 !"
"저, 전화번호 좀 알려줄 수 없나요?"
"그르쳐드릴 수 있어요!"
"몇 번?"
"이십 이국에 삼 삼 공 이번이예요!"
"이십 이국에 삼 삼 공 이번?"
"예! 선생님!"
"알았어요!"
"그런데, 선생님!"
"예!"
"한 가지 말씀 드릴 일이 있어요!"
"뭣인지 말씀해보세요!"
"지금 일본에서 외삼촌이 와 계시거든요! 약 일주일 계시다가 가신대나요! 한국에 자주 와요! 무슨 사업 관계로...."
"그래요?"
"그래서 혹시 외삼촌이 전화를 받게 되실련지 몰라요. 늘 전화를 사용하시고, 또 늘 연락이 오니까요..."
"알겠어요!"
"그려면 다마꼬 바꿔 달라고 하면 돼요 !"
"그렇게 하겠어요!"
"선생님께서 일본말을 잘 하시면 문제가 없으시겠지만...."
"난 일본말을 몰라요."
"그러니까요. 그저 다마꼬 소리만 하세요! 외삼촌 일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한국 말을 잘 몰라요."
"예 알았어요!"
"그럼 전화 해주세요!"
"예. 예."
"그럼 안녕히 계세요!"
나는 전화를 끊고 난 후, 혼자 웃었다.
만약을 위해서 미리 연막을 친 것은 정말 잘한 짓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의 이 생활을 하루 빨리 청산하고 석정에게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럼으로써 지금부터라도 인간 같은 삶을 찾아낼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을 생각하면 보비엄마 말대로 돈 가방을 들고 튀면 되겠지만, 그것은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고,
다이아몬드가 일본으로 떠나고 난 후, 아파트와 가구를 헐값으로 팔아치우고 석정에게로 가버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헐값으로 아파트를 판다고 해도 전세집 하나 얻고, 일 이년은 충분하게 둘이 놀고 지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이아 반지, 목걸이 등 거것만 해도 천만원 될 것이고.....
나는 마음 속으로 이것저것 정리를 해보았다.
가구도 중고가구점을 불러서 팔면, 헐값이라도 오백은 될 것 같았다.
다이아몬드에게는 좀 안 되기는 했지만, 육개월 이상 살아준 위자료라고 생각해 보면 그것도 넉넉한 돈도 못 되었다.
그뿐 아니라 솔직하게 따져 말한다면 내 돈 내가 가지는 셈이 되기도 했다.
결국, 그 돈은 우리 한국 상인들을 이용해서 벌개 된 돈이니까....
아뭏든 나는 지루한 일주일이라도 입술을 깨물고 참아내기로 했다.
나는 이러한 생각, 저런 생각을 겹쳐 하면서 혼자 미소를 지었다.
세상 만사가 다 내 뜻대로만 되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즐겁기 한이 없었다.
설사, 나의 지난날이 떳떳지 못했더라도 지금부터 열심히 인생을 살아간다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남은 일주일 동안 마지막으로 다이아몬드에게 정성을 쏟아 잘 대해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저녁이 되어서 다이아몬드가 돌아왔다.
"오빠에게 연락이 있었어!"
"연락이 있었어요! 그런데 일이 바빠서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했어요 ! 나중 틈이 나면 전화 해주겠다고 했어요 !"
"언제쯤?"
"틈이 나면 하겠다고 했으니까......"
"난, 처남하고 한잔 할려구 생각하고 일찍 들어왔어!"
"미안해요 !"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측은한 생각을 했다.
나는 그 다음, 다음날, 거래처에 나가 있는 다이아몬드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빠가 잠깐 만나자고 해 나갔다 오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나도 같이 가!"
그렇게 말했다.
"오빠하고 약속 시간이 이십분밖에 안 남았어요! 오빠가 너무 바쁜 일이 생겼다고 하면서 돈 십만원만 갖다 주면
다음번 올라오면 곧 갚아 준다고 하면서 나오래요 !"
"그래, 그러면 내 가방 안에 든 돈으로 이십만원만 갖다 드려 ! 받을 생각은 하지 말고....."
"고마워요! 오빠에게 그렇게 말씀드리겠어요!"
"그래!"
"일곱시쯤 돌아오겠어요! 오빠 만나고 병원에 들려 오겠어요!"
"왜?"
"아니!"
"그럼?"
"쇼파를 해야겠어요!"
"그래?"
"예!"
"돈 있어? 그럼 왜 진작 그런 말을 안했어!"
"그런 말 해서 뭣 해요! 우리 애기는 갖지 않기로 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갖고 싶어!"
"다음 애기부터 가져요 !"
"그렇게 해! 돈이 필요하면 더 가지고 가도 돼!"
"고마워요.....!"
"그럼 갔다 와!"
나는 전화를 끊고, 장농 안에 넣어 놓은 가방에서 사십만원을 꺼낸 후, 석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정은 갑자기 기운이 없어 누워 있다면서 전화를 받았다.
"정능 그 호텔로 오세요! 지금 떠나겠어요!"
"알았어!"
"그럼, 이따 만나요!"
나는 전화를 끊고 부리나게 택시를 타고 파크호텔로 갔다.
내가 가니까 석정이 아직 와 있지 않아 걱정이 되었으나, 곧 와주었다.
나는 가지고 간 돈 사십만원을 석정에게 주면서 우선 잡비로 쓰라고 했다.
"웬 돈이지요?"
석정이 갑작스러운 일에 눈을 크게 뜨면서 얼른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외삼촌이 좀 주었어요! 일본 회사 일이 바빠서 비서를 오게 할 것 같대요 !"
"하지만 이 돈 당신이 쓰지 않고!"
석정이 나를 그렇게 부르면서 돈을 받기를 거부했다.
"물론 나도 쓰지요, 백만원 중에서 나눈 거예요, 육십만원은 내가 가졌어요 !"
"그래!"
"그러니까 염려 마시고 넣어 두세요 !"
"미안하잖아!"
"미안한 분께서는 왜 보리암에 돈을 오십만원 씩이나 내놓으셨지요?"
"그건....."
"묘심 때문이지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선생님을 사랑하기 때문이예요!"
"알았어!"
"오늘은 일찍 가야 해요! 외삼촌이 손님 몇 분을 모시고 오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일찍 가서 접대를 해드려야겠어요!"
"당신 보기보다 다르군!"
"왜요?"
"일을 하나도 못 하는 사람 같으면서도 보리암에 있을 때도 곧 잘 일을 했고, 또 오늘도 손님 접대를 한다고 하니까....."
"어머나! 선생님도...... 여자가 일 못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요 !"
"대체로 당신 같이 아름다운 여자들은 일을 못 하는 것 아니야 !"
그러면서 석정이 나를 끌어 안고 키쓰했다.
"난 잘 해요! 어렸을 때 엄마하고 둘이만 살았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늘 삯바느질을 하시느라고 바쁘셨고,
대개 내가 밥을 지었어요"
"엄마가 지금도 살아 계시나?"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혼자 있는 게로구나!"
"예!"
"결혼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동거는 햇더랬어요 !"
"그런데 헤어졌어?"
석정이 나를 무릎 위에 뉘여 놓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었다.
"헤어졋지만, 이따금 와서 괴롭혀요, 그래서 빨리 그 집을 정리하고 선생님하고 살고 싶어요 !"
"아파트라고 했지?"
"예!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아파트로 갔었어요!"
"그랬었군."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안에 정리를 하겠어요 !"
"나 하고 살아 갈 자신이 있어?"
"예!"
"난 오랫동안 혼자 살아 왔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을 걸......"
"괜찮아요!"
"그래!"
"나하고 살게 되면 또 글 쓰세요 !"
"안정이 되고 술을 안 마시게 되면 쓰게 되겠지."
"날 사랑하는데도 안정이 안 되세요 ?"
"조금은 마음이 정착되어지고 있는 것 같아!"
"차츰 나아질 거예요."
"그렇지!"
"잘 해 드릴께요!"
"그래, 그런데 절엔 왜 갔지?"
"그냥 갔어요!"
"그냥 왜?"
"동거하던 남자가 아내가 있었어요!"
"아내가 있었는데 왜?"
"고발을 했어요!"
"그랬었군!"
"괴로웠어요!"
"이젠 그런 생각 다 잊어야지! 내가 공연한 말을 했군!"
"아니예요! 선생님도 묘심의 일을 잊을 수 있겠어요?"
"잊는다는 것보다 묘심은 이ㅣ미 죽은 사람 아냐!"
"그렇지만....."
"차츰 잊어지겠지."
"나하고 결혼해서 살면서 자꾸 괴로워 하면 난 또 절로 가버릴 거예요 !"
"그래! 그럼 또 혼자가 되게....."
"정말이예요!"
"차츰 잊어질 꺼야!"
"고마워요!"
"우리 열심히 살아봐!"
그렇게 말 하면서 석정은 누워 있는 나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 나갔다.
나는 아무런 반항도 없이 눈을 감고, 석정이가 하는대로 가만히 두었다.
29부에서 계속.....
작가 :김진희
첫댓글 참으로 남녀간의 사랑이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qlrnsl 28 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즐독합니다.
올려주신 소중한 작품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올려주신 좋은글에 잠시 머물다감니다 감사합니다,
내용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과 걱정 없이 잘 살면 좋겠네요 비구니 감사합니다
앞으로 안정된 일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건행
글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비구니 잘 보구갑니다 감사합니다
비구니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