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직장인 L씨는 지난해 경기도 안성의 A 수목장에 아버지를 안치했다가 황당한 피해를 보고 이장까지 했다. 수목장(樹木葬) 운영 업체가 L씨와 상의도 없이 부친의 추모목(追慕木)과 불과 1~2m 거리에 다른 나무를 줄지어 심어놓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업체 측은 "환불 규정이 없다"고 버티다가 L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그제야 환불해줬다.
사례2. 경기도 B시의 한 수목장. 경사 30도 안팎의 산비탈 양쪽으로 추모목 1000여그루가 다닥다닥 붙어 자라고 있다. 산림 전문가는 "이곳은 경사가 급해 수목장 조성에 적합하지 않은 곳인데 허가가 났다"며 "나무도 지나치게 밀집해 있어 앞으로 생장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목장이라 함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 주변에 30㎝ 이상 깊이로 묻어 고인의 영혼이 수목과 함께 생장하도록 한 장사법을 말한다. 1990년대 스위스에서 개발됐으며, 이후 독일과 일본 등지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에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현재 공식 등록된 수목장은 4만여 기(基)이며, 미등록 수목장 등을 합치면 10만여 기로 추정된다.
수목장의 법률 근거와 관리 및 주의 사항 수목장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주무부처는 보건복지가족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의하면 국가. 시·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아닌 자가 설치할 수 있는 묘지의 종류는 개인묘지, 가족묘지, 종중, 문중묘지, 법인묘지로 제한하고 있으며, 개인이 아닌 묘지의 설치·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에 한해 시장의 허가를 받아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수목장의 경우 역시 개인. 가족, 문중 등의 자연장지는 가능하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때에는 묘지의 설치·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이어야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역시 허가사항이다.
수목장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3항 및 제4항의 규정에 따라 산림청장이 수목장림으로 조성하여 지정 고시한 지역을 말한다. 수목장 계약서의 약관을 보게 되면 '을의 의무와 행위 제한' 부분이 있는데, △제단(祭壇), 비석 등 추모시설의 설치 △관상용 수목 및 허가되지 아니한 초화류(草花類)의 식재 행위 △시설물을 훼손하는 행위 등에 해당하는 부분을 어겼을 시 수목장의 안전과 타 유족의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게 명시돼 있다. 수목장을 하는 경우 수목에 매달아 걸어주는 형태의 표찰만 부착이 가능하고 별도의 표시물과 인공 조형물은 두지 못하게 되어 있다. 수목장의 의미 자체가 고인의 화장된 분골을 자연으로 동화시켜 자연환경을 훼손시키지 않고 고인을 모시는 데 있다.
인공물이 달려있거나 설치된 경우에 해당 수목장 관리에서 그대로 방치하거나 허가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수목장이 자연훼손 및 관리부실로 인해 산림청으로부터 운영상 제제를 받는다.
대부분 종교단체로 편법 등록… 관리·감독 받지 않고 운영 전국을 뒤덮은 묘지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목장이 편법 운용에 뒤덮여 가고 있다. 수목장은 고인의 뼛가루를 뿌리 근처에 묻어 나무가 흡수하면서 수십년간 자라도록 하는 매장 방식이다. 친환경적이고, 납골당 등에 비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분양 수입에만 눈이 먼 업체들이 나무를 지나치게 빽빽하게 심으면서 수목장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설 수목장이 편법적으로 '종교 단체'로 등록, 운영되고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5000만원짜리 수목장도 등장 현재 수도권의 사설(私設) 수목장은 4인 가족을 안치할 수 있는 소나무 1기를 기준으로 대개 1200만~1400만원을 받고 분양한다. 여기에다 '명당이어서' '주변 경관이 좋아서' '나무의 키가 커서' 등 온갖 이유를 붙여 돈을 더 받는 실정이다. 5000만원짜리 추모목도 나오고 있다. 수목장이 추모목 주변 1평 남짓한 공간만 사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평당 850여만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게다가 분양가와 별도로 5년마다 관리비를 30만~50만원 내기 때문에 실제 사용료는 1기당 2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수목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일부 업체는 주변에 나무를 계속 심어서 분양 수입을 올리는 중이다. 『수목장』의 저자인 변우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소나무는 최소한 4~5m 정도 거리를 띄워주지 않으면 충분히 자라지 못하거나 고사(枯死)할 수 있다"며 "사설 수목장이 돈벌이에 급급해 나무의 생장은 고려하지 않고 추모목을 촘촘히 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국립 수목장인 경기도 양평 하늘숲추모원의 관리 사례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곳은 분양하는 나무들의 간격을 최소 5~6m 정도로 유지하고, 일정 기간마다 주변의 경쟁목(잡초 방지 등 목적으로 임시로 심어두는 나무)을 제거해가면서 분양한 나무가 더 크게 자라도록 관리한다. 가격도 4인 가족 추모목 1기에 분양가와 관리비를 합쳐 최대 1200만원(60년 사용 기준)으로 사설 수목장 비용의 절반 정도이다.
◆대부분 '종교 단체'로 등록, 관리·감독 안 받아 수목장 운영 방식은 건설업이나 금융업과 유사하다. 업체 측이 여러 명으로부터 분양 대금을 받아 이를 수십년간 나눠서 지출한다. 따라서 재무 상태가 튼튼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돼야 소비자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수목장을 찾는 소비자가 업체 측으로부터 재무와 관련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관련법상 공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수목장 업체들은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입의 5%를 적립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전국의 사설 수목장 16곳 가운데 15곳은 '종교 단체'로 등록돼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성의 A수목장은 종교 단체로 등록해놓고 일반에 분양하고 있다. 경기도 B수목장은 기존 운영 업체가 불법 분양을 하다가 폐쇄돼 피해자들이 '종교 단체'로 등록해 수목장을 인수했다. 피해자 측에서는 "운영 비용을 메우려면 어느 정도 일반 분양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시청 측에서는 "종교 단체로서 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분양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 경기도의 한 사설 수목장 모습. 추모목들이 1~2m 간격으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위 사진). 이와 대조적으로 경기도 양평의 국립 수목장인 ‘하늘숲추모원’은 추모목 간격이 5~6m 이상으로 관리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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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 관리·감독 철저히 해야" 수목장의 편법 운영이 판을 치는 것은 관리·감독을 담당할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장사법'의 주무 부처로 수목장 업무 전반을 담당하지만, 실질적인 업무 담당자는 단 2명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전국 산림조합과 지자체 등을 통해서 상시적으로 산림을 관리하지만, 법규상 산림청이 사설 수목장을 관리·감독할 권한은 없다. 전문가들은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사설 수목장에 대한 감독 기관을 명문화하고, 면적당 식재 가능 나무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우혁 교수는 "값싸고 관리가 잘되는 국립 수목장을 늘려서 사설 수목장이 이를 따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목장 투자로 큰 돈 번다"…수십억 가로챈 일당 덜미 수목장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L(47)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J(56) 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월21일 밝혔다.
이들은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경기 광주시와 이천시 일대에 조성 중인 수목장에 투자하면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속여 A(84) 씨 등 52명으로부터 17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비슷한 사기 범죄를 저지러 교도소에서 알게 된 이들은 강동구 명일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투자 설명회 등을 열어 피해자를 모집했다. 특히 계약금만 내고 사용승인을 얻은 땅에 수목장지를 마련하는 것처럼 공사를 벌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산지 불법 훼손으로 인한 복구명령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복구 작업 현장에 투자자들을 데려가 마치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수목장지는 관련법상 분양이나 영리 목적으로 허가를 받기 어려운 점을 숨기고 이들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고수익을 담보로 한 투자설명회 등은 사업 진행 가능성 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精吾 문 윤 홍·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