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처님이 비사리국, 대림정사에 계실 때이다. 그때에, 교살라국과 마가다 국에서 어떤 일로 많은 바라문들을 비사리에 보냈다.
그들은 부처님이 대림정사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 그때에 리차 족 웃타다 마하리가 많은 리차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와 있었다. 바라문들은 착실히 부처님께 경례하고 옆에 앉았다. 웃타다 마하리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 이삼 일 전에, 리차 사람 시나가타가 저의 처소에 와서 말하기를 '마하리여, 나는 부처님 곁에 머무른지 삼 년밖에 안 되었다. 그런데 그 동안에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킬 만한 즐거운 하늘의 형상은 볼 수가 있었지만, 아직 하늘의 음성은 들을 수가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 제가 말한 바와 같은 하늘의 음성이 있습니까?"
"마하리여, 물론 그러한 하늘의 음성이 있다."
"그러면 어찌하여 시나가타는 들을 수가 없습니까?"
"마하리여, 여기 한 비구가 있어, 아름다운 하늘의 형상을 보기 위하여, 마음을 모아 정에 들면 아름다운 하늘의 형상을 볼 수 있고, 하늘의 음성을 듣기 위하여 정에 들면 하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 그러면 비구들이 부처님 밑에서 깨끗한 수행을 하는 것은, 이 정을 얻기 위함입니까?"
"그런 것은 아니다. 더 미묘한 법을 체득하기 위하여 수행하는 것이다. 마하리여, 비구는 먼저 굵은 세 가지의 근본 번뇌(貪ㆍ瞋ㆍ痴)를 끊고 '예류과預流果(=사과의 첫째)에 들어가, 다시는 악도에 떨이지지 않고, 마침내 깨침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마하리여, 다시 중품中品의 세 가지 번뇌를 끊어 탐貪慾ㆍ진瞋悲ㆍ치愚癡가 희박해지면, 일래과一來果(=제이과)를 얻어 천상에 났다가 한 번 이 인간에 나서 고苦가 다한 도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마하리여, 하품下品의 다섯 가지 번뇌(貪ㆍ瞋ㆍ身見ㆍㆍ)를 끊고 불환과不還果(=제삼과)에 들어가 천상에 나서, 다시는 인간에 돌아오지 않고 열반에 이르는 것이다.
마하리여, 비구는 다시, 욕계ㆍ색계의 번뇌와, 모든 사견邪見과 번뇌의 근본인 무명無明, 이 네 가지를 없애 버리고, 현세에서 깨침을 얻어 아라한과阿羅漢果(=제사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마하리여, 이러한 특수한 경계에 도달하기 위하여, 비구들은 나의 밑에서 깨끗한 수행을 하는 것이다."
"부처님, 그러한 특수한 경계에 도달하기 위하여, 닦는 도는 어떤 것입니까?"
"마하리여, 그것은 다만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ㆍ정어正語ㆍ정업正業ㆍ정명正命ㆍ정정진正精進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의 팔정도八正道가 그것이다."
4 부처님이 비사리국, 대림정사에 계실 때다. 어느 날 부처님은, 교살라ㆍ마가다 두 나라에서 온 여러 바라문과, 또 리차 족 마하리가 데리고 온 수 많은 대중을 위하여, 세간을 초월하는 도를 말씀하시고 이어서
"마하리여, 내가 일찍이 교상미국의 구시라 정사에 있을 때다. 이교도 만뎃사와, 다루바뎃카의 제자 사리야가 나의 처소에 와서, '정신과 육체가 하나이냐, 다르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리야여, 여래는 이 세상에 나와 스스로 깨달아 다른 이를 가르친다. 여기 사람이 있어서, 그 가르침을 듣고 믿음을 일으켜 출가하여, 계戒로써 몸을 다스리어 바른 행을 즐거워하고, 적은 죄도 두려워하여 감각기관의 문을 닫아 바른 지혜를 갖추고, 살생을 그치어 인자한 마음을 행하며, 도둑질하는 버릇을 없애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음란한 마음을 버리고, 거짓말과 포악한 말을 내지 않고, 바른 생활을 경영하며, 탐욕ㆍ진심을 피하고 흐리멍텅한 마음, 시끄러운 마음, 의심하는 생각을 여의어, 그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한다. 비구가 이렇게 수행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얻어 초선에 들어갔다. 그때 그에게 '정신과 육체가 하나인가, 다른가 하는 문제가 일어나겠는가?'라고 묻자, 그는 '그곳에는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사리야여, 나도 저렇게 알고 저렇게 보므로, 정신과 육체가 하나이냐, 다르냐의 문제를 말하지 않는 것이다.
5 사리야여, 또 저 비구가 초선으로부터 이선ㆍ삼선ㆍ사선에 나아가, 몸과 마음 모두가 맑고 깨끗하고 투명해져서, 그 맑고 고요한 곳에서 아무것도 성가시게 하는 것이 없는 마음으로써, 그 몸을 생각해 볼 때 이 몸은 사대로써 만들어졌고, 부모에 의하여 났으며, 음식물에 의하여 보존되는 것이요, 덧없이 무너지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다시 나아가서 고ㆍ집ㆍ멸 ㆍ도의 이치를 여실히 알고, 번뇌로부터 떠나, 번뇌의 근본인 무명으로부터 벗어나서 나는 해탈했다는 지견이 나는 것이다. 사리야여, 그 비구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았다. '거기서 정신과 육체가 하나이냐, 다르냐를 문제 삼을 것이냐?'고 물으매, 사리야는 '그곳에는 그런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리야여, 나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았으므로, 정신과 육체가 하나이냐, 다르냐? 그런 것은 도무지 말할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마하리여, 이렇게 문답함으로써 사리야는 나의 말에 만족하여서 돌아갔다."
이때에, 마하리를 비롯한 교살라ㆍ마가다에서 온 여러 바라문은 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