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알 낳는 잠자리와 달리 땅에 알 낳는대요
명주잠자리
▲ 잠자리와 달리 긴 더듬이를 가진 명주잠자리. /위키피디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요즘은 주변에서 잠자리를 많이 볼 수 있는 시기죠. 그런데 잠자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잠자리는 아닌 희한한 곤충이 있어요. 바로 명주잠자리랍니다. 다 자란 몸길이가 5㎝에 이르는 명주잠자리는 기다란 몸뚱이와 투명한 날개,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어 얼핏 잠자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종류예요.
명주잠자리를 자세히 보면 잠자리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어요. 우선 짧은 더듬이를 가진 잠자리와 달리 확연히 긴 더듬이를 가지고 있지요. 날아다니는 모양새도 차이가 있어요. 잠자리는 날아다니는 속도도 빠르고, 방향도 휙휙 바꾸며 날아요. 또 정지 비행까지 가능할 정도로 능숙한 비행사죠. 반면 명주잠자리는 비행 속도가 훨씬 느리고 힘겹게 겨우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나는 게 상대적으로 서툴러요. 명주잠자리와 가까운 친척뻘 곤충으로는 날개를 매미처럼 접는 풀잠자리, 사마귀를 아주 빼닮은 사마귀붙이 등이 있어요. 이들은 잠자리와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죠.
잠자리는 강이나 연못·호수처럼 물과 가까운 데서 주로 살아가는데요. 명주잠자리는 물가뿐 아니라 산이나 들 등에서도 살아요. 이건 잠자리와 명주잠자리의 번식 습성 차이 때문이기도 해요. 잠자리는 물속에 알을 낳고 애벌레도 물속에서 살다가 번데기 과정 없이 바로 성충으로 탈바꿈하는데요. 반면 명주잠자리는 육지에다 알을 낳고 육지에서 애벌레 시절을 보낸 뒤 번데기까지 거친 다음 비로소 성충이 돼요.
알에서 부화한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는 '개미귀신'이라고 불려요. 개미들의 천적이기 때문이죠. 몸길이가 최대 2㎝인 개미귀신은 주로 흙이나 모래밭에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파요. 그리고 깊이 파인 함정 한가운데 숨어서 먹잇감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죠. 개미가 이곳에 빠지면, 개미귀신은 개미가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아래에서 위로 모래를 뿌려대요. 개미는 계속 미끄러지며 수렁에 빠지죠.
개미귀신은 결국 집게처럼 생긴 턱으로 개미를 움켜잡아요. 그리고 개미의 체액을 빨아 먹은 뒤 사체는 함정 밖으로 던져버리죠. 개미귀신은 이런 방법으로 노린재나 작은 딱정벌레, 다른 곤충의 애벌레 등을 사냥하기도 해요. 이처럼 개미귀신이 사냥을 위해 깔때기 모양으로 판 함정을 '개미지옥'이라고 한답니다.
이렇게 개미귀신으로 보내야 하는 기간은 길게는 2년이래요. 개미귀신은 번데기가 될 때 흙이나 모래 알갱이로 온몸을 겹겹이 감싸요. 그래서 명주잠자리의 번데기는 마치 모래나 흙으로 빚은 동그란 공처럼 생기기도 했어요.
명주잠자리는 성충이 된 뒤에도 작은 벌레를 사냥해서 먹는 종류도 있지만, 입이 거의 퇴화해 수분을 흡입하는 것 말고는 제대로 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종류도 있대요. 이는 잠자리가 성충이나 애벌레 모두 직접 먹잇감을 사냥해서 먹는 것과 다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