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라이드 대륙기 1부
Last Piece of Peace (13)
4-과거:수현의 진면목(4)
성연은 생각보다 심각한 자신의 몸 상태와 수현을 걱정하며 기절하듯 잠
들어 버렸다. 성연이 엎드리고 수현은 턱을 팔에 괴고 말없이 성연을 응
시하고 있을 때, 3반에서 조금 얍삽하세 생긴 녀석 하나가 모두의 이목
이 성연과 수현, 그리고 바닥에 엎어진 재근에게로 쏠린 틈을 타서 교실
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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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3번 유재근이 단 한 방에 당해?"
1학년 7반 교실은 박찬익의 고함 소리에 놀라 정적에 휩싸였다. 박찬익
은 바로 어제 <짱 가리기>싸움에서 유재근을 어렵게 이기고 짱이 된 학
생이었다.
"에.. 그러니까 그게 굉장히 비리비리하게 생겼고 시체같이 안색이 퍼
런 놈 애인으로 보이는 녀석한테 추근대다가 단 한번 수도로 뒷덜미를
당해가지고서는 지금 교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 물론 비리비리하게 기
생오라비처럼 생긴 녀석이라 방심해서 당했을게 틀림없지만 우선 짱인
너한테 알려야 할 것 같아서."
비굴한 목소리로 박찬익의 눈치를 힐끗힐끗 보며 부연 설명을 한 그 녀
석은 아까 슬그머니 3반을 빠져 나온 얍삽하게 생긴 놈이었다.
"...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그 유재근이 단 한 방에 갔다고? 그래... 알
았다. 넌 가보도록 해."
그 얍삽하게 생긴 녀석이 헤실헤실 웃으면서 교실을 나가자 박찬익 옆자
리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유재근이라면 어제 그 덩치? 어제 보니 꽤 하던데.. 단 한방에 날아갔
다고?"
고 1 같지 않은 글래머 몸매의 여학생이었다. 허리까지 풀어 헤친 머리
는 자주색으로 염색을 했고 화장을 조금 진하게 한 데에다가 교복까지
개조해 놓은 것이 누가 딱봐도 날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실은 여러 대학에서 개최하는 수학과 영어 경시대회등에서 은
상에서 동상까지 총 3차례나 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 수재라는 사실을 알
게 되면 그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힐끔 박찬익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빙긋 웃으며 그 목에 팔을 둘
러 그 품에 안겼다.
"후훗, 찬익아, 신경 쓰여?"
"안 쓰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비리비리하게 생겼대잖아."
"정민아, 너 나 중학교 때 짱 못 봐서 그래?"
그 여학생, 정민아는 찬익이 다니던 학교의 짱을 어렵지 않게 기억 해
낼 수 있었다. 중학교 때 찬익과 민아는 다른 학교에 다녔었다. 둘이
중 2학년에 사귀기 시작 한 이래로 찬익이 민아에게 자기 학교로 전학
오라고 했지만 민아는 그 당시 정세 여중의 짱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
었다.
중학교 시절, 성환 중학교의 대외적인 이짱이었던 박찬익의 중재로 정세
여고와 성환 중학교의 충돌은 없었기에 민아와 성환 중 짱은 겨룰 일이
없었다.
성환 중 짱은 다른 학교를 친다든지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
환 중에 먼저 쳐들어간 놈들에게는 얄짤없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
한 예로 그 근처의 남자 중학교인 석종 중학교의 일진들이 성환 중 교
문 앞에서 깽판 부리다가 성환 중 짱에게 전치 12주에 달하는 부상을 입
고 20명 전원 전멸하기도 했다.
그러한 소문들을 접하다가 박찬익과의 데이트 덕에 우연히 만난 일이 있
었던 성환 중짱의 모습은 민아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
이었다. 우락부락 근육의 거구일 것이라고 상상해 왔는데 그 짱이란 사
람은 키가 180을 못 넘을 것 같았고 몸에 근육이 거의 붙어 있지 않았
다.
그리고 그 때 그 짱의 애인도 같이 봤다. 조금 어이가 없었던 점은 성
환 중은 남녀공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짱의 애인이 남자라는 점이었
다. 조금 큰 눈에 이국적인 미모가 안목 좋기로 유명한 자신조차 여자
로 착각했다가 정말 우연히 목에 애덤즈 애플을 발견하고서야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 정도로 예쁜 남자였다.
문득 자신의 회상 방향이 엉뚱한 데로 흘러간 것을 느낀 민아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기억나. 그 굉장히 강한 말라깽이 호모. 맞지?"
"...호모?"
박찬익이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왜 그 키 나만한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앨 항상 데리고 다녔잖아. 스킨
쉽도 대단하고.. 걔 짱의 애인 아니었어? 남녀 공학인 성환 중학교에서
동성 커플이 났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 애 미모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이짱을 말하는 거야?"
"이짱? no. 2? 그건 너였잖아?"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민아의 반응에 찬익이 피식 웃으며 설명을 해 줬
다.
"물론 공식적으로 두 번째 실력자는 나였지. 하지만 우리 학교 애들 중
대부분은 그를 이짱으로 인정했어. 특히 짱이 결석했던 날 보여줬던 모
습에 전교생이 인정했고."
"짱이 결석한 날? 그게 뭐?"
궁금해하는 민아에게 설명을 해 주면서 박찬익도 과거의 기억에 몰두하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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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담편에서 보여주는 수현의 모습을 납득시키기 위한 챕터...
사실 <지구>편을 빨리 끝내기 위해 자르고 자르고 자르는 바람에 수현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쩌다 가끔 보이는 모습을 많이 보이게 되 버렸어요. 그래서 잡담에서나마 수현의 평소 성격을 설명...
우선 평소라면 순진 무구하지만 우선 기본적인 머리와 잔머리는 있고...
성연이를 무지무지 좋아하고, 착하고, 다른 사람 배려하고, 걱정해 주고, 밝게 미소지어주고... 암튼 그런 캐릭터입니다. 근데... 담편부터 나오는 수현의 진면목(?)을 읽다 보면 위에 제가 설정해 놨던 수현의 이미지가 제대로 잡히기 전에 "싸이코" 라는 이미지가 먼저 부각되어 버리더군요... 그렇다고 너무 늘릴 수도 없고(참고로 눈치 채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이건 차원이동...이라기 보다는 초원거리 텔레포트 소설이거든요... 어서 다른 세계에서의 일을 쓰고 싶어서 여기서 밍기적 거릴 수가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