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주간만에 교회에 갑니다.
갈적마다 가을이 깊어져감이 눈에 보입니다.
강물은 어느새 깊은 가을색을 입었구요.
여름에 푸른색이 좋아 보이던 남한강가의 작은배 한척이 이제는 쓸쓸히만 보입니다.
강물 위로 겨울철새들이 두어마리 보입니다.
이제 곧 겨울이 시작 되려나 봅니다.
조금 일찍 집에서 길을 나서면서
오늘은 계절의 변화를 사진으로 남겨 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연두색물이 들은 버드나무는 물속에 비친 자기 얼굴에
심취 되었나 봅니다.
일렁이는 물그림자가 그것을 말해 줍니다.
여름동안 찰랑이는 나뭇잎을 흔들어 대던 은사시나무들은
이제 앙상한 흰빛만을 가졌습니다.
노랗게 물든 낙엽송도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은사시나무와 같은 모습이 될테지요.
그 사이로 색대비를 이루며 내 비치는 오전 햇살이 곱습니다.
낙엽송의 황금색 낙엽진 길을 걸어 봅니다.
중간중간 햇살이 무늬를 이루어 마치 기차길을 건너는 것 같습니다.
가재골 골짜기를 들어 서면서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햇살의 방향에 따라 그 명암의 대비가 볼만 하지요.
전 시간이 될 때마다 이 길을 걸으며
이 즐거운 느낌을 내것으로 가져 보길 좋아합니다.
너무 화려 하지도 진하지도 않은 단풍색이 곱습니다.
그 고운 단풍위로 가을햇살이 부서져 내립니다.
바위산 위에 참나무들에게도
크고 작은 단풍나무들에도
골짜기의 작은 나무들에게도......
골짜기 물소리도 작아졌습니다.
흐르는 듯 멈춰 있는듯
물소리도 계절마다 다릅니다.
오늘은 주일입니다.
교회 마당에 차가 한대, 두대, 세대
목사님은 종탑아래서 기도를 하고
댕그렁 댕그렁 종을 울립니다.
교회 종소리를 좋아하는 개 똘이는 기다렸다가
연실 꼬리를 흔듭니다.
지난주만 해도 푸르던 은행잎이 어느새 노오랗게 물이 들었습니다.
햇살이 따뜻하고 곱습니다.
그 햇살을 받으며 말씀을 듣는 시간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오늘 점심 시간은 푸짐합니다.
어제 서울에 갔다 오면서 함께 드시게 하려고
오리고기를 사 왔거든요.
여자들이 반찬을 놓는동안 남자분들은
고기를 썰어 구어 주십니다.
모두들 잔칫날처럼 찬도 많고 먹을것도 많다고 좋아 하십니다.
서울에는 수고하지 않아도 온갖 먹을꺼리가 가득 하더군요.
좋아하는 잡채를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는 것이 제일 부러웠다고
이야기 하던 중이었습니다.
우리교회 식당 풍경이 바뀌었는데요.
땅바닥에 앉는 것을 힘들어 하시는 어른들을 위해
둥근식탁이 마련 되었습니다.
카페 회원중에 한분이 옆 사무실이 이사가면서
두고 간것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바쁜 우리를 대신해서 이천에 사는 큰동생이
일 끝나고 밤중에 실어다 주었습니다.
목사님이 식탁보만 사다가 쒸어 두었는데
멋진 레스토랑처럼 변했습니다.
모두의 수고와 배려가 있어
즐거운 식당이 마련 되었네요.
오후예배는 간단한 찬송을 몇곡 함께 나누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하는 짧은 에니메이션을 보았습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차광 커튼 사이로 비춰드는 햇살도 고운날 입니다.
산골의 가을해는 유난히도 짧습니다.
두시가 조금 넘었는데 어느새 교회에는 저녁그림자가 드리워 집니다.
앞산의 햇살도 나뉘어져 뿌려지듯 비추고 있네요.
교회 뒷산의 단풍도 곱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날을 볼 수 있으니 행복한마음입니다.
마을로 내려 가는 길가엔 콩 낫가리들이 늘어 갑니다.
이제 저 낫가리들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마르면
까만 서리태 콩들이 보석처럼 농부의 곳간을 채우겠지요.
저 경사진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봄부터 가을까지 수고한
농부님에게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만에 걸어 보는 길입니다.
그저 차로 후딱 올라 갔다가 후딱 가버리니
잃어 버린 계절이 아쉽습니다.
읍내에 사시면서 드나들며 농사하는 장로님 댁 감나무는
올해도 힘겹게 감을 달았습니다.
하나 둘 나뭇잎이 떨어져 내리면서 가지에 달려 있던
감들이 모습을 보이구요.
그 나무아래 심겨진 금잔화는 올해도 풍성히 꽃을 피웠습니다.
그 환한색이 가을이미지에 또 한 보탬이 되어 줍니다.
오래 된 나무대문
색바랜 스레트지붕
어느 것 하나 눈에 거슬림 없이 편안함을 주는군요.
그 뒤로 우뚝 솟은 가을산의 단풍색이
역시나 고운 모습입니다.
쯧쯧~
고라니 녀석이 얼마나 극성을 부렸으면
한샘이네 무우밭은 아예 까맣게 망으로 담을 쳤습니다.
멀리서 보니 마치 소꿉장난을 하는 것 같네요.
아직 된서리가 오지 않아서 고추대가 그냥 서 있습니다.
한샘이네 집 앞은 늘 지나는 이들의 정거장 입니다.
한샘엄마는 그새 커피를 타 가지고 가지고 나옵니다.
돌이 반이 넘는 산밭에는 고들빼기가 그냥 늙어 갑니다.
겨울을 나려고 납작 업드렸네요.
민들레 제비꽃 고들빼기, 엉겅퀴 .....
이런 식물들을 로제트형 식물이라고도 합니다.
한샘이네 비닐하우스에는 가을 겆이 한 것들이
들여 차고 있습니다.
마지막 딴 고추색이 이쁩니다.
한샘이네 사랑방은 옛날 아버님이 쓰시던 그대로
흙벽에 불 때는 구들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가끔 눈이 오는 날이면 이 사랑방에 불을 뜨끈히 때고
이불밑에 발들을 묻고 무우나 고구마를 깍아 먹는다고 합니다.
장작이 그득하니 부자 같습니다.
이 사랑방에도 이른 저녁 햇살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장민이네 집에도 가을색이 만발 합니다.
아이들이 여름내 놀던 땟목배가 이젠 추워졌다고
혼자 놀고 있습니다.
이른봄에 먼저 잎을 피우고
토끼귀 같은 꽃을 피웠던 바위취들이 가을색을 입어
햇살에 반짝입니다.
얕은 돌담과 참 잘 어울립니다.
가재골 골짜기의 가을이 깊어져 감이 보입니다.
그리고 어쩐지 아쉬움으로 자꾸 뒤를 돌아 보게 됩니다.
꼬불꼬불 굽은 길을 돌아 가는데
그 아쉬움을 달래 주려는 듯 화살나무 붉은 단풍이
손을 흔듭니다.
<그래 너 참 곱다~>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칭찬해 줍니다.
아침과는 다른 방향에서 햇살이 쏟아집니다.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계절
가재골의 가을은 그렇게 점점 더 깊어 가고 있습니다.
그 여름의 떠들석함을 강물에 떠내려 보내고.......
첫댓글 사랑하는 애기호랑이님 ! 님은 예술가십니다.
사진의 구도가 놀라워요. 처음의 몇장은 어둠 처리가 안됐지만
나머지는 아주 훌륭하십니다.좋은 주일 되세요.
가재골의 가을이 깊어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