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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路
내겐 또 다른 길인 道와는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말이다.
어릴 때 책보따리 둘러매고 빈 도시락 소리 덜그럭대며 걷던 신작로.
그 길 가에 늘어선 미류나무 꼭대기에 내려앉은 구름처럼,
뭔가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은 막연한 의미,
의미조차 모호한 그 어떤 것으로 다가온다.
땅 위에 발을 붙이고 걸어서 가는 길이기 보다,
끝을 향해 쉬지않고 달려가는 그런 내 여정에서 거쳐가는 길.
가고싶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만 하는, 그저 가고있는 그런 길.
공간(空間)보다는 시간(時間)과 더 가까운 길........
중국에서 길 떠나는 사람이나, 큰 일을 앞 둔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가 있다.
一路平安 이루핑안(일로평안)
一路顺风 이루순펑(일로순풍)
요즘은 사실 이 4자성어가 먼 길을 떠나는 사람보다는
사업, 시험,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로 더 많이 쓰인다.
시골 노인분들 중 사투리처럼 "애를 순펑순펑 잘 낳는다"라고 중국어와 같은 발음으로 말씀 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신다.
내가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 낯설고 물설은 베트남에 온 과정도,
여기서 뭔가를 해 나가야 하는 어떤 일들도,
이 곳에서부터 내 생애 남은 날까지 또 다른 어디론가 가야만 하는 미래도,
내가 가는 길이다.
이 곳에서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많은 것을 만난다.
인연도 만나고, 자연도 만나고...
사람도 만나고, 소도 만나고....
그 길에서 많은 것을 생각한다.
지나온 길도, 앞으로 갈 길도 생각한다.
내 문제도, 가족의 문제도, 인연이 닿은 모든 사람의 문제도 생각한다.
길이 두렵다.
새로운 길이 더 두렵다.
그러나 가야할 길이 아닌가.
그 길을 가고 가고 또 간다.
비가 와도 가야하고, 바람이 불어도 가야하고, 가다 미끄러져도 일어나 다시 가야지.
내가 가는 路에도, 道에도 평안과 순풍을 스스로 빌어본다.
닥농 성 낀득(Thi Tran Kien Duc, Huyen Dak R'lap, Tinh Dak Nong)이라는 도시다.
R'lấp <- 요 놈을 어찌 읽어야 하나?
르럽? 를럽????
좌우간 북쪽으로 갈수록 이런 요상한 지명이 많이 나온다.
서부 산악지방 작은 도시의 전형이다.
14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번화가가 산등성이에 형성되어 있다.
동남아 어딜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중고차.
저 버스를 타면 버스비만 내고 롯데 관악점을 갈 수 있으려나?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잠시 미루고 요기를 한다.
이상한 국수 6,000동
저 버스를 타고 관악구로 가서 맛있는 해물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 했으면..........
닥농성 중부지방으로 접어드니
길 가에 고무나무보다 소나무 숲이 많아진다.
곧 추석인데 고향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못 갈 것 같다.
솔잎을 넣고 찐 송편을 먹고싶다.
콩고물이 들어간 송편을 젤 좋아하는데....
마른 콩고물 가루에 밥을 비벼 먹으면 참 맛있는데.....
소나무 잎 수를 세어보지 않아서 조선소나무와 같은 종인지는 확인 못했다.
소나무는 참 반갑다.
소나무 향이 가득한 산도 반갑다.
아!~~ 송~편~~
이번 추석에도 못먹겠지....
닥농 성 닥송 현 닥송 읍(Thi Tran Dak Song, Huyen Dak Song, Tinh Dak Nong)이라는 도시다.
모처럼 현과 읍의 명칭이 같은 동네를 만났다. 반갑다^^
평야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높아지는 산맥의 등성이를 타고 가는 길에 형성된 도시이다.
붉은 흙들이 도로에 덕지덕지....
약간의 물기만 보태면 빙판이 따로 없다.
지금은 우기다.
그래서 나는 지금 적토(赤土) 빙판길을 오토바이로 달리고 있다.
길은 계속 이어진다.
끝이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어디엔가에선 그 길도 끝이나겠지.
내 길의 끝은 어디이고 어떤 모습일까.
길은 아름답다.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아름답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베트남전 지뢰처럼 길바닥에 널린 쇠똥조차 아름답다.
소 몰고 돌아가는 저 아이들이 아름답지 않은가.
옆에서 함께 돌아가는 아버지의 투박한 미소가 아름답지 않은가.
찍은 사진 보여주니 깔깔대는 아이의 웃음은 또 어떤가.
딸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며 거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아버지의 어색함은 또 어떤가.
창피함을 무릅쓰고 영어로 한 마디 인사를 건네는 아버지의 순박한 마음은 또 어떤가.
아이들 들으라고 "안-어이 띵-안 요이과 / 영어 진짜 잘하시네^^"라고 한 마디 던진다.
용기를 얻은 딸래미가 던지는 마지막 인사 "굳-바이 미스터 한꿕^^"
나도 제 때 장가갔으면 저만한 아들 딸이 있을텐데...
그랬다면 나도 아이들을 바라만봐도 행복한 저런 아버지가 되었을텐데....
소 몰고 지게 지고 저녁에 마당으로 들어오시던 선친이 생각난다.
선친께도 이 부족한 아들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우셨겠지.
이제 길 위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뒤로하고 닥농 성을 벗어난다.
닥락 성(Dak Lak)으로 접어든다.
닥락성에도 아름다운 길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겠지.
Tinh Đak Nong (띤 닥농 - 닥농 省)
Dien tich(면적) : 6,516.9 km²
Dan so(인구) : 407,300명 (2006년 기준).
Tinh ly(省都) : Thi xa Gia Nghia(지아 응이아 市)
Cac huyen(各 縣/행정구역) : 1개의 티싸와 7개의 현으로 구성됨.
Gia Nghia시, Đak Nong현, Đak R'lap현, Đak Mil현,
Đak Song현, Krong No현, Cu Jut현, Tuy Đuc현
Dan toc(민족 구성) : Viet (Kinh)족, Êđê족, Nùng족, M'Nông족, Tày족 등등...
어떻게 읽을지 헷갈리는 단어가 점점 늘어난다.ㅠㅠ
Đieu kien tu nhiên(지리위치, 자연조건) : 닥농 성은 예 닥락성에서 분리 되었다.
닥락, 럼동, 빈픅 성과 접해 있으며, 서쪽으로는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서부 삭악지방의 남동부에 위치한 닥농성은,
전체가 고원지대이며, 평균고도는 해발 50m정도이다.
북부지방으로는 크고 지류가 많은 강들이 있고, 폭포도 산재해 있다.
Khí hau(기후) : 이곳은 비교적 온화한 기후로 연평균 기온은 24도 정도이다.
가장 추운 달와 가장 더운 달의 온도차는 약 5도 도이다.
5월~10월까지 우기, 11월~다음 해 4월까지 건기이다.
Giao thông(교통) : 14번 국도와 28번 국도가 주요 도로망이며,
항공, 해상교통, 철로는 없다.
가볼만한 곳 :
- Thác Ba Tang
- Thác Dieu Thanh
- Thác Dray Nur
- Thác Dray Sáp
- Thác Gia Long
- Thác Trinh Nu
* Thác(탁)은 폭포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폭포는 닥락성과의 경계에 있거나 두 성에 걸쳐있다.
그 지역 폭포는 다음호에 자세히 기술된다.
닥농성을 벗어나서 닥락 성의 성도인 부온마투옷(Buon Ma Thuot)까지 계속 비를 맞는다.
분명히 비옷을 두개씩이나 챙겨서 왔는데 아직 꺼내보지도 않았다.
거 참 이상한 성격이다.
추워서 벌벌 떨면서도 입지 않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좌우간 벌벌 떨어대며 간다.
중간에서 너무 추워 길가 카페에 들려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셔도,
커피 잔 든 손이 벌벌 떨린다.
그래서 맥주 한 병을 따로 시켜서 마신다.
좀 살겠다.
커피+맥주 15,000동
18:00 경
닥락 성 성도인 부온마투옷 市(Thành pho Buôn Ma Thuot, Tinh Đak Lak)에 도착했다.
이 곳은 좀 규모가 큰 도시라 티싸(Thi xã)가 아니고 탄포(Thành pho)이다.
부온마투옷 도착 주행기록계 : 2,075km(호찌민 출발 후 623km 주행)
도착 후 지도부터 구한다.
다행히 지도를 판다.
앞에는 닥락 성 지도가, 뒷면에는 부온마투옷 시의 지도가 있다.
더불어 지도에 유명 식당, 유명 관광지 등의 정보도 있다.
역시 탄포는 틀리네....
서점 주소 : 19 Truong Chinh, TP.Buon Ma Thuot, T.Dak Lak
도시의 중심대로인 Nguyen Tat Thanh 주변에서 숙소를 구해서 몸과 옷부터 씻는다.
비에 젖은 몸이 괴로워 또 다시 비싼 호텔로 들어간다.
주말이라고 할인을 안해준다.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설 순 없지.
우기고 우겨서 20,000동을 깍았다.ㅠㅠ
구경할 곳이 많아서 2박을 하기로 한다.
1박 200,000동이다.
아까운 돈이 막 나간다.......
다행히 더운 물이 나온다.
샤워기에 더운 물 틀어놓고 옷 입은 채 30분을 바닥에 앉아 물을 뒤집어 쓰니 좀 살 것 같다.
빨래 후 호텔 바로 옆 세차장에 세차 맡기고 밥 먹는다.
잔다.
오늘도 미련한 나 때문에 내가 고생했다......??
고뿔이 걸렸다.
머리가 아프고 잠이 오지 않는다.
술 마실 핑계 찾았다....
한 잔 하고 들어와서 새벽 5시까지 잠을 못 이룬다......
내일부터는 꼭 비옷을 입으리라 다짐한다.
오늘까지 운행 거리 : 623km
호찌민 -> 따이닌 성 따이닌 시 -> 빈픅 성 동쏘아이 시 -> 닥농 성 -> 닥락 성 부온마투옷 시
주행기록계 호찌민 1,452km -> 부온마투옷 2,075km
오늘 쓴 돈 : 총 310,000동
커피 14,000
식대 52,000동
맥주 34,000동
숙박비 200,000동
오토바이 세차비 10,000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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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저도 해보고 싶은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