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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현등사 계곡에 몸을 맡겼습니다. 모처럼
토요일 날씨가 화창했지요.. 대충 짐싸들고.. 출발 ..워낙 자주 여행을 다니다보니.. 요새는 떠난다고 마음 먹으면 일사천리 준비를 끝냅니다. 정수엄마에게
입에 발린 칭찬을 합니다.
구리시에 다달으니.. 차가 꼬리를 뭅니다. 강원도 가는 피서객이 마지막으로 떠나는 모양입니다. 차안에서 한참을 시달렸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퇴계원을 지나 진접을 지나니..베어스타운이 나옵니다. 정수가 얼마전 캠프 온 곳이거든요. "정수야..여기
와 본적 있니?" 차창 밖을 보면 포도밭이 탐스런 포도알을 맺고 있습니다. 가평은 포도가 유명하지요. 차를 한편에 세우고 포도밭을 봅니다. "아빠..포도가 위에 내려와." 사과처럼 열매를 맺는 줄 알았던 정수가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왜..옷을 입었어" 포도송이를 싸고 있는 봉투를 본 모양입니다. "엉..추워서.." 하하
현리를 지나 운악산 쪽을 빠집니다. 이렇게 조종천을 따라 올라가야지요. 명지산에서 발원하여 현리-청평-북한강까지 무려 40여키로나 흐른답니다. 버들치, 피라미도 살고 있고 상류쪽으로 더 가면 반딧불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뙤약볕이 내리 쬐지만 수영하는 친구들이 많네요. 참 저녁엔 이곳에서 텐트치고 야영한느 사람들이 많답니다. 다리밑에서 더위를 피하는 사람 보이네요.
3년 만에 운악산을 찾았습니다. 해발 935미터도 기암과 연이은 봉우리로 소금강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많이 변했네요. 입구에 팬션공사가 한창입니다. 산 허리춤까지 올라온 골프장도 불만이었는데......예전의 한적함이 그립습니다. 요새는 현등사까지 도로공사가 한창입니다. 각종 공사 자재가 널부러져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악산을 찾는 이유는 맑은 계곡과 천년고찰 현등사 때문이지요. 20여분쯤 올라가면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더위를 쓸어냅니다. 곳곳에 폭포가 있기 때문에 좋은 곳 골라서 자리잡으면 그만이지요.
정수가 벌써 신발을 벗고..발을 담궜습니다. 아까 잡은 잠자리를 확인하고 있어요. "살았있네.." 아이들이 놀 만한 장소를 찾았습니다. 편편한 바위위에 자리를 깔고.. 놀았지요. 정수는 집을 출발할 때부터 수영복을 입고 있었어요. 아빠..너무 시원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나요?
모처럼 가족사진 한방 찍었습니다.
아빠는 발을 담그고..독서삼매경에..너무 행복합니다. 물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은지...
배가 고파서 준비한 만두를 먹었습니다. 간장을 성수 약병에 넣어 가지고 왔어요. 머리 잘 썼지요..헤헤..누구 아내인지... 잘한다. 잠자리채로 송사리를 잡습니다. 정수는 지금 멋진 체험을 하고 있어요.
저 이렇게 많이 잡았어요.
보이세요..정수가 잡은 송사리를....
립스틱도 발라보고...자식 다 컷네
"아빠 졸려.." 넓은 바위를 침대 삼아..잠 한 숨 때립니다.
저도 정수 옆에 누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파란 하늘이 파고 듭니다. 힘겹게 뚫고 와서 그런지 더 파랗게 보이네요. "아..좋다."
배고플 때는 먹고, 놀고 싶을 때는 나가서 물놀이하고, 고기잡고, 삼국지 읽고...잠 한숨 자고... 세상에 이런 신선이 어디 있나요?
그래도 떠났습니다. 현등사가 우릴 애타게 부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상당히 먼 거리지만 성수도 걸었습니다.
힘들면 이렇게 주저 앉습니다. 그러나 안아 주지 않았어요. 힘들어도 걸어야 한다.
스님이 성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올라갑니다. 신라면을 들고 올라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요.
정수야..원래 잘 뛰지요..아빠보다 빨라요.
잠자리도 잡아 주었지요.. 저 행복한 표정.. "다음엔 독수리도 잡아줄께...". 제 딸 정수는 믿습니다.
민영환선생님이 썼다고 하는 바위에 올랐습니다. 일명 '민영환 바위'라는
곳에는 민영환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민영환은 이 곳 현리에 은둔하여 국운을 탄식했다고 합니다.
" 이름을 더럽히지 말자" 라는 각오를 했겠지요. 글자를
통해 선생의 기개를 엿봅니다.
천년고찰 현등사 신라 법흥왕때 인도에서 온 마라야미 스님이 창건했다고 합니다. 그 후 수백년동안 폐허가 되었다가 보조국사 지눌이 운악산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산 중턱에 불빛이 비추길래 찾아가 보니 관음전이 있더랍니다. 그리고 석대위에는 옥등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그 후부터 절을 재건하고 '현등사'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외적이 침입할 때마다 절은 파괴되고, 6.25때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년을 견디어 온 것은 바로 이 3단의 축대지요. 어긋남이 없이 견고하게 돌을 쌓았습니다. 이 축대 때문에 절을 지을 공간을 확보했겠지요.
큰돌과 작은 돌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있지요. 거기에다 사람까지..
축대 중간 조그만 공간에 텃밭을 만들었더군요. 고추가 정말 탐스럽게 열렸지요. 스님의 정성이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현등사석탑 5층도 아니고 4층입니다. 아마 지붕돌 하나가 파손 되었을 겁니다. 비례를 보니 2층 지붕돌이 보이지 않네요. 하대석이 일품이지요. 미례는 우직하게 보이기까지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주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답니다. 사각에 안상무늬가 새겨져 있으면 연꽃도 아주 화려하게 둘러쳐 있어요. 특히 중간에 허리처럼 잘록하게 들어갔는데 그곳 기둥모양이 새겨져 있는데... 아주 예쁘장 스럽게 배홀림 모양을 하고 있답니다.
'올라가지 마세요'라고 쓰여져 있는데..성수는 들어가 버렸어요. "이-노옴" 지진탑 보조국사가 현등사 재건할 때 경내의 지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세웠다고 합니다. 파손이 심해 탑의 모습을 가늠하기 힘들지만 자세히 보면 면석에 4방불이 세겨져 있고, 옥개석의 곡선미가 뛰어 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해우소 해우소에서
일을 보며 바라본 경치가 일품입니다. 쉬야도 잘 나와요...그
옆에 텃밭이 있는데..해우소의 분뇨를 거름으로 쓰겠네요.
극락전 영조때 조성된 극락전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어요. 근래 보수하려고 자재를 뜯고 있습니다. 자연스런 민홀림 기둥이 우직하게 보입니다. 축대도 꾸밈없이 순박하고..법당에는 영조때 조성된 아미타삼존불과 오래됨직한 후불탱화가 걸려 있답니다.
극락전안에 있는 종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봉선사 대종을 모본삼아 광해군때 봉선사에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종소리가 청량하다고 들었습니다. 용이 포효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띠안에 둘러있는 연꽃 문양들 그리고 파도가 일렁일 듯한 문양들이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근래 새로 지었을 듯한 응진전입니다. 산기슭에 절묘 하게 지었네요.응진전에 오르련면 이렇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지붕에는 이렇게 잡초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저것도 생명인데..그냥 놔둡니다 . 더욱 운치가 있어 좋습니다.
스님께서 산책하고 왔나봅니다. 스님께 합장을 했더니 저를 부릅니다. "혹시
아이들 데려 왔나요?" "빨리 오라고 하세요..선물 줄려고 합니다." "정수야... 빨리와" 스님의 선물을 받습니다. '가레' 라고 들었는데..호두의 일종이랍니다. 참 멋진 선물 받았네요.
풍경소리가 맑은 하늘을 울리고 있습니다.
정수가 스님한테 선물을 받아서 그런가 아니면 운악산의 선한 기운을 받았는지... 친구에게 자랑하겠다고 잡은 잠자리를 다시 놓아주겠다고 합니다. "잘가..잠자리야. 엄마한테 찾아가." 그리고 올챙이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냅니다. 참..아름답지요? 자연은 이렇게 착한 마음씀씀이를 가지게 합니다.. 내려올 때는 성수를 배낭에 넣고 왔어요. 아주 골아 떨어졌습니다. 머리가 한쪽으로 치우칠 때마다 걸음의 방향이 틀려집니다. "아이고 허리야.."
강아지는 언제 봐도 예뻐.. 현등사 입구에 두부집만 10곳이 넘습니다. 가평군에서 공식두부촌으로 지정까지 해놓았느니까요. 그중에서도 매번 현등사 갈 때마다 들르는 집이 있지요. 샬롬의 집 '샬롬 은서네 집' '살롬 할머니집'도 있으니 헷갈리지 마세요..하하 주인장을 불렀습니다. "아니..이 동네에 왜 이리 샬롬이란 집이 많아요?" " 우리집에서 분가 시킨 겁니다." 무려 이 자리에서 15년동안이니 두부집을 운영했답니다. 지금은 아들,며느리가 가업을 잇고 있어요. 손두부(4천원) 아주 맛이 진하지요. 취나물과 함께 먹으면 꿀맛이지요. 나는 볶은 김치가 맛있더군요. 두부전골(6천원)은 새우와 조개로 국물맛을 내더군요. 거기에 버섯과 두부가 어우러져 진한 맛을 우려내지요. 가평은 잣 또한 유명합니다. 잣 막걸리(3천원) 한 잔 들이키면 잣내음이 오랫동안 입안에 머문답니다. 부럽지요..하하 |
첫댓글 종원대장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왜 이렇게 편한 마음이 드는 걸까요..언제나 행복해 보이시는 가족의 모습 참 보기 좋아요..늘 행복하세요!!!
보기좋타~~~ 간만에 보는(처음인가?) 가족사진에선 행복이 넘쳐나네요...
항상 종원님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탄복하곤 합니다. 가족나들이가 항상 아름답습니다. 가까운 계곡으로 우리도 한번 가야하는데,,,,
포도를 보니 포도 익는냄새가 납니다..계곡을 보니 계곡의 물냄새...풀냄새..나무냄새가 납니다...만두에 간장을 보니 침이 꼴깍 합니다...^^ 고추를 보니 고추 익는 냄새가 나고..스님의 신라면도 한젖가락 얻어먹고 싶어집니다..해우소를 보니 고향의 냄새가 나고...^^ 스님의 선물 가레는 무슨냄새일까 궁금해 집니다
샬롬의집 밥상을 보니.. 콩냄새에 잣냄새가 진동을 합니다...음...취하는군요...^^ 오늘 제 주위의 향기에 킁킁거려보기도 합니다...전 조금있다 감자 냄새 맡으러 갑니다...^^* 참 좋은느낌 항상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얘기는 누가 듣고 보아도 항상 정이 넘칩니다...이곳이 넘 맘에 들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흐~~~음! 좋아요. 시원하고 해맑은 아이들 모습이 좋고, 간만에 한가하게 발 담그고 독서삼매경에 빠지신 종원님 모습은 더욱 좋고, 약병을 간장병으로 둔갑시킨 정수엄마는 더더욱 좋습니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 너무 좋아요.
헉!! 어제 자유게시판에 있어 꼬리글 달았었는데 - - 이리로 옮겨지고 꼬리글은 없어졌네요.ㅋㅋ 아이들의 표정이 천진난만 그 자체입니다. 종원님같은 아빠를 둬서 정수,성수는 너무 행복할 겁니다.
정말 볼때마다 부럽네요.. 저두 어제 시부모님 모시고 강화에 갔다왔어요^^ 함허동천계곡에서 돗자리 깔고 김밥먹고 간만에 17개월딸아이 시부모님께 맡기고 마니산 참성대까지 올가가서 좋은 기를 받고 왔습니다. 저도 간만에 산에도 오르고 좋은 공기마시고 왔어요 다음에는 꼭 현등사를 가봐야겠네요^^
좋은글 멋진 사진 잘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여행관련 정보도 많이 얻고 제가 다녀왔던 곳인데도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부분들도 많이 발견하곤 합니다. 올해엔 이곳 운악산에 가서 그 유명하단 운악산 포도도 꼭 맛을 보고 싶네요... 8월 말이나 되야 나온다고 하니 그날이 손꼽아 기다려 지네요....
정말 좋네요......정말 좋아요........내 아이들에게도 이런 느낌을 주고 싶은데....잘 않되네요....
넘 잘 봤어요,,,행복한 모습에,,,울 딸아이가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