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낚시 춘추에 연재된 글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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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인의 아내들은 남편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적다. 주말이면 물가로 내빼는 남편, 평일이라고 오붓한 시간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낚시사이트에 들어간다(한국엔 280개가 넘는 낚시사이트가 있다).
인터넷으로 낚시용품 장터와 전국의 釣況(조황)을 일일이 확인한 뒤 낚시카페 회원들과 수다를 떤 다음 TV 앞으로 와서는 낚시방송 채널에 눈을 고정시킨다. 케이블 낚시 방송사들은 부부의 리모컨 다툼을 막기 위해 연속극이 끝나는 밤 11시 이후를 프라임 타임으로 배정하고 있지만, 초저녁부터 高聲(고성)이 오갈 때도 있다. 아마존강의 메기낚시나 아무르강의 철갑상어 낚시가 일찌거니 방영되는 날이다.
남편의 지갑은 열어보지 않는 게 좋다. 어린 자녀들 사진 대신 여름휴가 때 낚은 큰 방어의 사진이 들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휴대폰의 단축키에는 낚시친구들의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는데, 그중 한두 명의 전화번호는 (놀라지 말라) 아내의 휴대폰 번호보다 앞자리에 위치한다.
가끔 자다가 놀라서 깨면 남편이 잠꼬대를 하며 팔을 휘저어대고 있다. “내게 소원이 있다면 낚시터에서 팔이 아플 때까지 낚시해보는 거”라는 남자. ‘당신과 함께라면 사막도 天國(천국)’이라던 그 사내가 맞나 싶어 다시 한 번 자는 얼굴을 들여다본다.
주말마다 흙 범벅이 되는 승용차에선 퀴퀴한 비린내가 가실 날이 없다. 그 차를 몰고 부부동반 모임에라도 나갈라치면 누가 볼까봐 구석진 곳에 주차하게 한다. ‘자연의 향기를 집안까지 옮겨오고 싶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차 안에는 종종 거미나 풀벌레가 돌아다닌다.
어쩌다 비가 와서 낚시를 가지 못하는 날이면 아내는 모처럼 외식이라도 나갈 기대에 부풀지만, 남편은 거실 가득 낚시도구를 늘어놓고는 닦고 묶고 손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베란다는 낚시용 방수복과 젖은 낚싯대 토막들이 점거하고, 거실 벽에는 물고기의 死體(사체)에 먹물을 발라서 찍어낸 ‘魚拓(어탁)’이란 물고기 판화가 걸려 있다. “섬뜩하다”며 치우라고 해도 ‘5월의 공인 最大魚(최대어)’라며 馬耳東風(마이동풍)이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그럭저럭 넘어가지만, 목요일이면 슬슬 증상이 나타난다. 병든 개처럼 어깨가 축 늘어져 아내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금요일 저녁, 귀가시간에 임박해 문자메시지가 날아든다.
“여보, 거래처 김 부장과 밤낚시 약속이 잡혀서 급출. 대신 일요일엔 외식 약속. 싸랑해~.”
그러나 일요일도 다 저물어가는 저녁에야 울리는 초인종, 이를 바드득 갈며 현관문을 열면 거지꼴이 된 한 사내가 비척비척 들어와서는 씻지도 않고 침대에 널브러진다. 도대체 이런 남자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1~2년의 첫 고비를 잘 참아 넘겨야 한다
첫댓글 낚시인의 아내...? 우리가 죄인이냐고요?.....
모르겠네 정말 난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 ^
지도 모르겠습니다..결혼하기전에 부지런히 다녀야된다는 주위분들 말씀을 새겨들어서 열심히 다닐려구요 ㅎㅎㅎㅎㅎ
빅곰님 모르시는게 당연한겨 ㅋㅋㅋ *^^*
모르시는 뭔가가 있기는 있는데 ......
말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네 ㅋㅋㅋ *^^*
아 정말 재미있는데요ㅎㅎ전 돌아온싱글이라 잘 못느끼지만 다른 선배님들은 딱이야 하실듯하네요.ㅋㅋ
아내에게 낚시를 가르쳐 같이다니면되요
"단" 낚시에 빠지게 하기까지는 부단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참고 또 참고 )
ㅋㅋㅋ 재밌네요...그나저나 곰님은 도통 모를껴...표현은 못하겠고....음....ㅎㅎㅎㅎㅎ ^*^